[힘내라 소상공인] 13. 청주 '신화사' 정인성 대표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2017년 새해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일분일초가 소중한 '시간',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부여되는 '시간'…. 그리고 멈춰선 시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가 있다.

61년 경력의,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수리공 정인성(76) 청주 '신화사'(청주시 남문로 2가) 사장. 그는 17년전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인정받은 '시계수리 명장'이다.

"시계는 '나를 젊게 하는 친구'이죠. 60년 넘게 인생을 함께 해온 '동반자'이고…"

시계명장인 그는 시계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99%는 고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가 시계종합병원 의사인 셈이다.

손목시계 하나에도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이 백여개에 달하고 이들 깨알같은 부품들이 완벽하게 들어맞아야 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시계수리작업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깨알같은 부품들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정교한 퍼즐작업 같다.

"정성을 다 쏟는 것, 집중을 다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책상에 앉아서 정신집중을 하고 나면 아무리 시끄러워도 내 귀에는 안 들어와요."

시계를 잘 뜯고, 부속품을 잘 챙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시계 하나에 들어가는 부속품만 시침, 분침, 초침 등 백여개. 이들 부품은 워낙 작아서 자칫 실수로 잃어버리면 다시 찾기가 쉽지가 않다.

"부품 하나를 바닥에 놓친 적이 있었는데 그 작은 부품 하나 찾느라 집기류 다 드러내고 찾았었던 적이 있었어요. 이틀간 꼬박 찾았는데도 결국엔 못찾았지. 어떨 때 힘드냐고요? 깨알 같은 부속품 하나 때문에 힘들지."


그래서 고가의 시계를 수리할 때면 신경이 더 곤두선다고 했다.

61년 동안 시계수리의 달인으로 외길을 걸어온 신화사의 정인성 명장이 시계를 수리하고 있다. / 김용수

핸드폰 등장으로 시계의 인기는 뚝 떨어졌다. 손목시계, 벽시계 할 것 없이 쇠락기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최근 몇년전부터 젊은층을 중심으로 복고열풍이 불어 부모세대가 쓰던 시계나 집에 묵혀두었던 시계를 수리해서 다시 쓰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옛날에는 여기(청주 성안길)가 '서울의 명동'이었고 매출도 좋았지. IMF 터지고 나서부터, 핸드폰 나오고 나서부터는 매출이 뚝 떨어졌지만…"

요즘에는 평일 평균 15명, 주말 20여명 정도가 찾아온다. 서울, 인천, 진주, 수원 등 전국 각지에서 인터넷이나 소문을 듣고 찾아온단다. 수리가 밀려있어 보통 3~4일은 기다려야 한단다.

"어쩌다가 하루이틀 쉬면 전화가 와요. 무슨 일 있냐고, 언제 문 여냐고…. 이제는 이런 단골손님들 때문에 가게 문 열어요."

정 사장은 61년 기술을 바탕으로 2년전, 손목시계 뚜껑 덮개 기기를 자체 개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국에서 유일한 기기다.

"주위 금은방에서는 특허 내라고 다들 권유했죠. 지금 나오는 시계들은 뚜껑이 안닫히는 게 많아서 힘이 필요한데 이 기계를 쓰면 힘도 안들고 안닫히는 게 없거든요."
 

31년의 시간을 간직한 듯 신화사의 출입문은 외부 손잡이와 내부손잡이의 방향이 다르다. 용접의 흔적으로 보아 아마도 몇 번의 문고장을 겪었고, 수리를 했으리라 짐작된다. / 김용수

 

그가 시계와 인연을 맺게 된 건 14살이었다. 7살에 다리를 다쳤는데 6.25전쟁 당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장애등급 4급을 얻게 됐다. 앉아서 일하는 일을 찾던중 시계수리 일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음성의 시계방에 막무가내로 찾아가 하숙하면서 시계수리기술을 배웠죠. 어머니가 쌀을 머리에 이고 와서 갖다주면서 배웠어요. 당시에는 얼른 시계수리기술자가 돼서 큰 시계방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19살의 어린 나이에 고향인 충북 음성 무극에서 첫 시계방을 열었다.

"철도 모르고 하다가 3년만에 문닫고 청주로 나와서 종업원생활을 시작했죠. 지금은 없어졌지만 '보안당', 옛 역전 '시보당', '정확당'에서 30년간 종업원으로 일했어요."


이후 지금의 자리에서 '신화사'를 열어 31년째 운영하고 있다.

"저는 이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후회한 적이 없어요."

그러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아직도 꿈을 가슴에 품고 있다"고.

"이제 여생이 얼마 안남았는데 내 욕심일지도 모르는데, 성안길에 금은보석도 팔고 시계수리도 하는 큼지막한 금은방을 하나 내고 싶어요."

그러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최대한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고 했다. 새해소망은 가족건강과 금은방 오픈이다.

"일단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해야 일도 할 수 있으니까. 사업은 지금처럼만 유지되면 더 바랄 게 없겠고. 그리고 더 넓은 가게로 옮겨서 깨끗한 곳에서 금은방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61년 경력의 76세 시계수리공 정인성 사장의 손끝에서 오늘도 수많은 시계들이 생명을 되찾아 제 시간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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