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겠다던 새누리 충청권 의원들 '패닉'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중부매일 한인섭·김성호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은 충격속에 이날 하루 말을 아꼈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저울질해 오던 반 캠프 합류가 전격 무산되자 오후내내 두문분출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새누리당 소속 충청권 의원 상당수는 그동안 반 전 총장 귀국 후 새누리당 탈당까지 염두에 두고 지지 입장을 보였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이명수, 박찬우, 성일종, 이종배, 박덕흠, 경대수 의원 등이다. 이들 중 정진석, 경대수, 이종배, 박덕흠 의원은 '선도 탈당'을 반 전 총장 측과 조율하기도 했다. 특히 경대수, 이종배 의원은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과 반 전 총장이 성장기를 보낸 충북 충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박덕흠 의원은 반 전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의 고향(충북 괴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이들과 함께해 온 정 전 대표는 최근 "당적 변경을 하지 않고 새누리당에 남아서라도 반 전 총장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반 전 총장 지지를 호소하는 등 남다른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권석창 의원은 탈당하지 않고 새누리당 내에서 반 전 총장을 돕기로 정리했고, 이명수·박찬우·성일종 의원은 추이를 관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권석창 의원(새누리당·제천,단양)은 "한마디로 당혹스럽다. 오늘 오전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면담까지 했고, 충청권 의원들이 다시 모여 협력 방안을 논의했는데 의외의 선언"이라는 반응을 보인 후 "귀국 후 정치현장에서 당혹감과 실망감, 자괴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지난달 31일 충청권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하는 등 의지를 보였다"며 "한국 정치문화에 대한 연습이 없었고, 주변에 제대로 충고할 정치인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이종배 의원(새누리당·충주)은 "기성 정치권에서 (반 전 총장을) 따뜻하게 안 받아들이니까 (불출마) 그러신 것 같다"며 "오늘 각 정당을 방문하면서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의원은 특히 "(그간 반 전 총장 지지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혀왔는데 불출마를 선언하니까)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게 없고, 그럴 입장도 아니다"며 "머리가 아프다"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당에 남아서 보수 집권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며 "보수가 정권 재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신하자"고 말을 아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날 "대통령 후보로 훌륭한 인물이지만, '촛불민심'을 뛰어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늦었지만 잘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충북 출신 대선 후보·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더 늦기 전에 용단을 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과 충주 동향인 이 지사는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비교적 우호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정치행보가 시작되자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한인섭·김성호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