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7.07.03.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지난해 반기문 전유엔 사무총장이 차기대선의 불루칩으로 떠올랐을 때 나이가 73세였다.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한 토론자가 물었다. "역대 최고령 대선 도전자가 될 텐데 괜찮겠느냐". 이에대해 반 전 총장은 "이승만 대통령이 당선한 1948년과 지금의 자연수명의 차이는 15~20년이다"라고 대답했다.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60년 전과 비교하면 50대에 불과하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2세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고령이지만 젊음을 과시하기 위해 다른 나라 정상과 악수할 때는 손에 힘을 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트럼프는 앞으로 외교무대에서 자식뻘인 지도자를 상대해야 한다. 젊은 국가지도자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47세의 나이로 백악관을 접수해 화제를 모았지만 40대 국가지도자는 이제 흔해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2010년 43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2015년 43세에 취임했다. 하지만 올 들어 국가지도자의 나이는 '애숭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젊어졌다. 지난 5월 39세의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스타트를 끊었다. 마크롱은 프랑스에서도 최연소 국가수반이면서 주요국 지도자 중에서도 가장 젊은 정치지도자로 꼽힌다. 벨기에의 샤를 미셸 총리도 2014년 38세에 총리가 됐다. 또 에스토니아의 라타스 위리 총리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총리도 지난해 각각 38세 나이로 총리직을 맡았다. 지난 19일 뉴질랜드에서는 160년만의 최연소인 37살의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오스트리아에선 청년 정치인이 총리를 넘보고 있다. 31세의 중도 우파 국민당이 최근 총선에서 제1당이 되면서 당권을 잡은 세바스티안 쿠르츠가 신임총리로 유력하다. 사회초년생 티도 벗지 못한 나이에 세계 최연소 정치지도자로 부상할 채비를 갖춘 것이다. 젊은 지도자가 등장한 나라의 공통점은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직선제에서 아무래도 30대가 약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은 46세에 당선됐다. 그는 1963년의 대선에서 야당 단일후보인 윤보선을 근소한 표차로 누르고 당선돼 제3공화국의 통치권자가 되었다. 하지만 5.16혁명 직후에 열린 대선은 관권선거로 얼룩졌다.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젊은 지도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마인드로 국정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할 수도 있지만 경륜이 부족해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지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스타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훌륭한 지도자는 나이가 변수가 되지는 않는다. 48세에 대통령이 된 에이브러험 링컨은 숫한 좌절과 실패를 겪었다. 선거에서 9번 패배하고 두 차례 파산도 겪었지만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가장 존경받는 미국대통령이 됐다. 경륜과 자질이 소중한 덕목이다. 지구촌에 불어 닥친 젊은 지도자의 부상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에도 젊은 층의 도전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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