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조형숙 서원대학교 교수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오랫동안 디지털 포렌식 업무를 담당했던 우리 대학의 김교수 주변에는 재미있는 사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항상 사람들이 북적인다. "예전과 달리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범죄도 늘었어요. 그래서 외국인의 필체를 프로파일링 할 경우가 종종 생기더라고요." 외국인 범죄라는 주제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오원춘 사건이 연상된다. 최근에 본 '청년경찰'과 '범죄도시'와 같은 영화도 연이어 떠올라 김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외국인 범죄가 많아진 걸 피부로 느낄 정도였나요?" "그다지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이전과 비교하면 늘었죠."

당연한 대답일 것이다. 한국인의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외국인 주민은 계속 증가추세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체류 외국인주민은 205만 명가량이다. 통계청은 몇 해 전 미래인구추계에서 2018년 인구절벽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올해 발표에서는 14년 뒤인 2032년 인구절벽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이주에 의한 인구의 사회적 이동으로 인구절벽이 연기된 셈이다.

2013년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범죄 피의자 숫자도 한국인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3,388명인데 비해, 외국인의 경우 1,585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외국인이 살지 않을 때는 외국인 범죄가 없었지만, 외국인이 한국사회에 유입되었기 때문에 외국인 범죄가 생겼을 뿐 범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오원춘 사건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등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범죄와 관련하여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커지는 건 아닐까.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대변해 줄 시스템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청년경찰'과 '범죄도시'와 같은 영화는 한국인 감독이 한국 자본을 바탕으로 주류 한국인의 감성에 적합하도록 제작하여 흥행에 성공한 경우이다. 외국계 이주민이 메가폰을 잡는다면 어떨까? 한국사회라는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외국인이 어떻게 범죄 피해자가 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줄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실화를 바탕으로 '나쁜' 한국인을 신나게 혼내 주는 액션영화를 선보일 수도 있다. 물론, 한국인이 심하게 망가진 채 피를 흘리는 그런 영화를 한국인이 선뜻 돈을 지불하고 볼지 의문스럽지만 말이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조선족 이주 노동자의 노동형태는 매우 특징적이다. 조선족 여성은 가사도우미, 간병인, 식당 종업원, 청소원과 같은 돌봄 노동과 감정노동에 종사한다. 한편, 조선족 남성은 일용직 건설업과 농어업 등 산재위험이 높고 노동 강도가 높은 업종에서 일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범죄자들은 어떤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일까? 경찰청 범죄통계는 강력범죄와 폭력범죄 두 영역 모두에서 외국인 무직자가 1순위임을 보여준다. 한국인도 무직자 및 특정 직업군이 강력/폭력 범죄와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국적보다는 사회경제적 신분이 범죄율과 상관이 있는 셈이다.

조형숙 서원대학교 교수

외국인도 사람인데 너그러운 사람도 있고 고약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외국인이 있으면 외국인과 관련된 범죄도 발생할 것이며, 범죄 피해자도 있고 피의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계 수치가 보여주듯, 인구대비 외국인의 범죄율은 한국인 범죄율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는 모두 필체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다양성과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이주민과 우리의 모습을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인간은 확증하는 존재이지 반증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영화와 몇몇 범죄 관련된 미디어를 통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쉽게 확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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