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24절기 중 마지막 절후인 대한이었던 지난 주말에는 충주시 앙성면 지당리에 있는 복성 저수지에 다녀왔다. 제천에 사는 언니가 형부와 함께 그곳으로 빙어 낚시를 왔다는 연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듯 추위보다는 미세 먼지로 인해서 마스크를 준비하지 않은 것에 신경이 쓰였다. 여름에는 깊은 물속에 숨어 지내다가 다른 물고기들이 동면하는 겨울에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빙어!. 빙어낚시는 10여 년 전 제천 의림지에서 형부와 함께 하였던 기억이 끝으로 남아 있다.

언니가 부탁한 초고추장과 튀김가루, 식용유를 챙겨서 복성 저수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쯤이었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얼음 저수지 위에는 여기저기 얼음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간이 의자에 앉아서 빙어잡이에 열중이었고, 개구쟁이 아이들은 추위도 잊은 채 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미소를 자아내게 하였다.

넓은 저수지 속을 헤엄치던 빙어 오십여 마리가 형부 손에 이끌려 새롭게 조성된 인공 사각형의 통속에서 낯설다는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중에 딱밤으로 기절시킨 빙어 한 마리는 언니가 건네준 나무젓가락 사이에서 파닥이다 초장에 묻혀 나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살이 담백하고 오이맛이 난다고 해서 우리 조상들은 '과어(瓜魚)'라고도 불렀다 하는데 빙어회는 나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준비해 가지고 간 냄비에 기름을 붓고 튀김 가루를 풀었다. 새끼손가락만 한 물고기는 노릇하게 튀겨져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맛은 바삭하고 고소하였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먹어보랴 싶은 마음에 손이 자꾸 갔다.

어느 정도 먹고 나서 내 손에도 낚싯대가 들려졌다. 겨울 호수 얼음구멍 앞에 간이 의자를 두고 앉았다. 대여섯 개의 바늘을 단 낚싯줄이 외짝 얼레에서 풀리며 얼음 구멍 속으로 가라앉았다. 가만히 찌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기만 하자, 살살 흔들어 고기를 유혹하라고 한다. 서툰 유혹이 물고기의 마음을 사지 못하였던지 한 번의 손맛도 보지 못하였다.

춥기도 하고 재미가 없어진 나는 언니에게 의자를 내어주고 저수지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에도 물을 무서워하는지라 얼음이 깨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있었다.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담배꽁초와 빈 담뱃갑. 주위를 둘러보니 낚시꾼들이 깔고 앉았던 박스들도 널브러져 있었고 먹다 버린 라면 면발들도 흉물스럽게 얼어붙어 있었다.

김순덕 수필가

날씨가 풀리면 이 쓰레기들이 강바닥으로 가라앉는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전에 먹은 빙어에 속이 메슥거렸다. 얼어붙어 있지 않았다면 수거해서 나왔을 텐데 오래된 듯 얼음이 박스 위를 덮고 있어서 주워오지도 못하였다. 저수지 주변에도 먹고 버린 빈 소주병들이 뒹굴고 있었다. 아직도 이런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화가 났다. 흥분한 나에게 언니는 소주병을 수거해 오라며 비닐봉지를 건넸다. 그렇게 낚시터를 오가며 수거해둔 공병들은 자연도 보호할 수 있고 한 병에 백 원씩 받을 수 있다며 일석이조라고 한다. 쓰고 남은 튀김기름은 빈 병에다 붓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한 후 저수지를 빠져나왔다. 자업자득이라고 하였던가? 내가 버린 담배꽁초와 쓰레기에 노출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생각하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보다는 나부터 지키자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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