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양가 모두 축하 인사 받기 바쁘다. 싱글로 살겠다는 남녀를 어미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란 명분을 세워 소개팅을 주선했다. 사업하는 총각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딸을 만나게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휴일 함께 밥 먹고 영화도 보라며 밥상머리에 앉을 때마다 권하고 권해서 만나게 했었다. 싱글이 좋아 싱글로 살겠다던 남녀는 휴일이면 데이트를 하는 눈치였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지나 겨울에 접어들 무렵 결혼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던가.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한 쌍의 원앙처럼 새 둥지를 틀더니 닭살 돋을 만큼 진즉에 못 만난 것을 후회 할 만큼 행복의 보금자리를 가꾸기 시작 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더없이 아름다운 가정에 축복의 열매 맺기를 소원 하였지만 뜻을 이루기 쉽지 않았다. 부부는 산부인과를 드나들며 공을 들였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인데 원인을 찾고자 애를 썼지만 생산연령의 유효기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답답하기만 했다. 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얼까.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환경 호르몬 때문인가, GMO 식품 때문일까, 인스던트식품을 즐긴 탓일까. 시험관 아기를 만드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데 그동안 많은 번뇌 속을 헤메고 다녔다.

부화장에서 온도만 맞춰주면 한꺼번에 많은 병아리들이 태어난다. 병아리들이 자라서 알을 낳긴 하지만 새끼를 치지는 못한다. 어미의 품속에서 28일 동안 사랑 받으며 깨어난 병아리들만이 새끼를 칠 줄 안다는 사실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어미로서 하늘의 뜻에 맡기고 섬기는 신께 소망하는 자손을 점지해 달라고 기도 할 수밖에 없었다.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음인지 임신이란 기쁜 소식을 접했다. 돌다리를 건너듯 조심 또 조심 양가 집안이 긴장을 하며 지켜보았다. 열 달 동안 온 정성을 들여 태교를 시작했다. '도담'이란 태명을 짓고 부부가 들인 공을 어찌 다 글로표현 할 수 있을까. 참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아가의 울음소리가 세상을 향해 울려 퍼졌다. '응애 응애 응애' 희망의 노래를 '도담'이가 부르고 있었다. 얼마나 기뻤던지 축하의 세레머니를 마구 쏟아냈다. 우리 아기뿐이 아니고 신생아실에 나란히 누워 있는 천사들을 바라보며 희망의 나라가 바로 여기구나 싶었다.

늘 바쁘기 만한 어미는 그날도 친정어미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공인이란 개인사정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단점이 늘 따라 다녔다. 사정을 말하고 일터로 달려갔다. 5년 전 농업기술센터 강의를 하고 식사 자리에서 공개 구혼을 해서 맺은 우리 집 막내 이야기다. 다섯 번째 손녀를 보았노라고 강의를 끝내고 식사 자리에서 자랑을 했다. 축하 인사를 받으며 부모로서 책임을 다한 뿌듯함을 느낀다. 시대가 바뀌어 각자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인생이란 평범하게 살다 가는 것이 가장 잘살다 가는 것이 아닐까

이진순 수필가

가난하고 어려웠어도 저 먹고 살 복을 타고 난다며 자식을 낳았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물질 적으로 얼마나 풍요로운 세상인가.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 자유로운 영혼이 좋다며 싱글로 살겠다고 할 때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하는 소리일까. "이 세상에 쉴 곳이 많고 많아도 내 집만큼 편안한곳은 없고 좋은 사람이 많아도 내 가족만큼 더 좋은 사람은 없다고" 하였다.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도란도란 행복을 가꾸는 모습만큼 아름다운 풍경은 없다. 노후에 더 없이 든든한 울타리는 자식이라고 생각한다.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즐기며 사는 삶이 진정한 인생살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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