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나누기 선언식 참석을 위해 1일 한화큐셀코리아 진천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근로시간 개선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한 한화큐셀 임직원들을 업어주고 싶다"며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격려했다./신동빈

문재인 대통령이 한 달 새 세 번째 충북을 방문했다. 제천 화재참사 현장과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방문에 이어 어제 노사 일자리 공동선언식이 열린 진천의 태양광 셀 생산기업인 한화큐셀을 찾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오늘 특별히 이곳을 방문한 것은 한화큐셀을 업어드리고 싶어서다"라며 "노사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더 채용하는 일자리 정책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태양광 셀 생산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한화큐셀 진천·음성사업장은 오는 4월부터 3조3교대 주 56시간 근무를 4조3교대 주 42시간 근무제로 전환해 근무시간을 25% 단축키로 했다. 추가로 필요한 청년 인력을 지역에서 500여명 채용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근무시간 단축에도 기존 임금의 90% 이상 보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정부가 청년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데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엇박자가 나는 상황에서 한화큐셀의 사례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최근 태양광패널분야의 수출은 낙관하기 힘들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말 삼성·LG 등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2002년 이후 16년 만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품목 수입이 급증해 자국 기업이나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관세 인상과 수입물량 제한 등을 통해 규제하는 무역장벽이다. 수출길이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여건에서 한화큐셀이 노사가 일자리에 관해 대타협을 하고 지역 청년들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니 문 대통령이 한화큐셀을 업어주고 싶다는 말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문 대통령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이고 노사화합"이라며 "좋은 일자리 늘리기와 청년 일자리 창출, 또 대부분이 지역 특성화고 등에서 배출된 지역인재 채용의 아주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이 늘면 내수 경기가 활성화 되고 근로자들의 삶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경영부담을 가중시켜 신규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취업환경이 더 열악해 지면서 방황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친노동정책이 빛을 발하려면 대기업 노조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지만 오히려 악착같이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다. 실례로 현대자동차 노조는 하도급 비정규직 근로자 3500명의 정규직화에 잠정합의했으나 조합원 반대로 무산됐다. 기아차 노조는 9년간 한지붕 아래 있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했다. 대기업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부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부 정책은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한화큐셀에 대해 "이런 노력을 함께해준다면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나누기 모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위해선 대기업 노조도 변해야 하지만 문 대통령이 먼저 소매를 걷어 붙이고 대기업 노조를 설득하든가 아니면 노동개혁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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