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대학교 총학생회가 2일 최근 파업을 결의한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청주대학교지부 사무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 청주대학교 총학생회 제공

우리나라에는 대략 350여개의 대학이 있다. 이중 상당수는 벼랑 끝에 서있다. 대학이 위기라는 말을 들은 것은 이미 오래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대학이 많아졌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학 구조개혁 때문이 아니다. 저출산의 여파로 올부터 고교졸업생 수가 대입정원 58만 명보다 5만 명 이상 감소하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들이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추위를 겪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사립대는 충격파가 크다.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고교졸업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거의 7~8개의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았다. 강제퇴출 당한 학교도 여럿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를 만큼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충북의 대표적인 사학인 청주대도 '풍전등화(風前燈火)'라는 표현이 걸맞을 만큼 비상이 걸렸다. 이미 부실대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지원제한대학에 4년 연속 포함돼 미래가 불투명하다.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언제 대학간판이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 당연히 재단, 총장, 학생, 교수, 노조등 대학구성원들은 역량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대학이 회생할 수 있는지 방안을 강구해도 불안한 상황이다. 교육부 평가를 앞둔 이 중차대한 시기에 노조는 파업을 결의해 학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학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주대 총학생회 측은 지난 2일 "2주기 대학 평가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노조의 파업은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오고 있다"며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총학생회는 또 "구성원들이 대화합을 선언하면서 분규대학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고 학생들도 힘을 모으고 있는데 노조가 학내에 현수막을 걸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대학 평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노조는 대학 평가를 이용해 임금인상 등의 목적을 이루려는 것을 당장 그만두라"고 강조했다. 청주대에 애정을 갖고 있는 도민들은 유니언 숍(Union Shop)을 비롯 18가지 단협안과 특별행정 연구비 지급(매월 봉급액의 10%) 등 5가지 임협안을 제시하며 학교 경영권과 인사권을 침해하는 노조의 행태에 혀를 차고 있다.

이미 입학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80개에 육박하고 교육부 경영진단에서 '강제퇴출 필요' 등급을 받은 대학이 27개나 된다. 청주대 역시 지난해 개교이후 처음으로 미달사태를 겪었다. 무엇보다 앞으로 대학환경이 녹록치 않다. 대학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은 정부재정지원을 받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그동안 우후죽순(雨後竹筍)격으로 늘어났던 대학중 상당수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다.

그 피해는 결국 재학생들이 지게 된다. 청주대를 선택한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해도 절망감을 주어선 안된다. 오죽하면 학생회가 "조만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있는데 자극적인 현수막을 당장 철거해 달라"고 호소했다. 청주대 노조가 끝까지 파업을 강행한다면 일자리를 걷어차고 폐교를 재촉하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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