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 오후 충북 제천경찰서 앞에서 제천시의용소방대연합회 임형만 사무국장이 지난해 12월21일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진화 지휘관들이 피의자 조사를 받자 이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8.02.07. / 뉴시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와 경남 밀양 요양병원 화재참사가 불과 한 달 사이에 발생해 우리사회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각각 수십 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은 두 차례 초대형 화재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미흡한 소방제도, 지자체의 철저한 안전관리 소홀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제천 화재참사는 소방관들의 초기대응 실패로 피해규모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관련 당시 제천소방서장과 지휘팀장 등 소방간부들이 형사처벌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소방관들의 구제를 요구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처벌 반대 청원 글은 모두 130여건에 달한다. 특히 '제천화재관련 소방공무원 사법처리반대'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는 9일 오후 현재 4만4천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상태다. 소방관들도 업무상 잘못이 있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제천 화재참사는 소방관들만 죄인 취급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

물론 결과적으로 소방당국의 초기대응은 미숙했다. 화재가 발생했던 지난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 첫 신고 접수 이후 제천소방서 선착대가 오후 4시 현장에 도착했으나 구조대가 20명이나 숨진 2층 여성 사우나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시점은 오후 4시 33분이었다. 선착대 도착 후 무려 30여분이 지난 뒤다. 뒤늦게 구조대가 2층에 진입했을 때는 갇혔던 사람들이 모두 숨진 상태였다. 현장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지켜보던 유족들에겐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경찰은 건물 구조 파악과 적절한 인명 구조를 진두지휘해야 할 소방 지휘관들의 판단 착오와 부적절한 지휘가 대형 참사를 막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소방서측이 메뉴얼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면 얘기는 다르다.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긴박한 순간에 단지 선택을 잘못했다고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구조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각지의 의용소방대가 소방관들의 구제움직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처벌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한 제천시의용소방대연합회는 "생사를 오가며 인명구조에 앞장선 소방관들이 피의자가 된다면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들도 화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경찰에 입건된 소방관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소방관뿐만 아니라 사우나 세신사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서민 때밀이 아줌마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댓글이 나왔다.

이번 제천화재참사의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제구실 못하는 비상구, 불법증축, 소방차 진입로 막은 불법 주차, 열악한 소방장비 및 인력등 개선해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이런 점들이 인명구조 실패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소방당국이 형식적인 소방안전점검으로 화를 키웠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지휘책임도 철저히 가려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무리한 혐의를 적용해 책임을 지운다면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우거나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소방관들이 의욕적으로 일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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