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 위주 수질개선 정책 '실패작'… 지역경제손실 '10조'

발제 Ⅰ - 신동빈 중부매일 기자

범법자가 돼야 살 수 있는 문의면

신동빈 중부매일 기자가 16일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린 '대청호 규제 완화 해법은 뭔가' 토론회에서 '취재기자가 본 문의면 실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명년
신동빈 중부매일 기자가 16일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린 '대청호 규제 완화 해법은 뭔가' 토론회에서 '취재기자가 본 문의면 실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명년

대청호 규제 완화 해법 모색 토론회 첫 발제자로 나선 신동빈 중부매일 기자는 법을 어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문의면 주민들의 실상을 고발했다.

신 기자는 지난해 10월 문의면 구룡리·괴곡리 등에서 불법영업을 하다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 4차례나 불법영업을 하다 실형을 선고받은 업주 등을 통해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으로 주민들이 어떤 형사처벌을 받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신 기자는 "문산리의 한 카페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4차례나 적발되면서 실형 선고를 받기도 했는데, 이 카페 주인은 상수원보호구역 내 환경정비구역에서는 음식점 영업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불법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룡리 벌바위쉼터는 개점 15일 만에 행정처분을 받았다"며 "이 마을 이장이었던 강호철씨는 마을 농산물도 팔고 사랑방 역할도 하겠다는 생각으로 카페를 열었지만, 행정처분을 받고 영업을 접었다"고 주민들의 실상을 설명했다.

인터뷰 영상에서 강호철씨는 "규제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며 "이런 부분 애로사항을 행정당국이 풀어줘야 하는데 청주시가 너무 게으르다"고 지적했다.하이어 문의면 마을회관 건립을 둘러싼 주민 갈등 사례를 소개했다. 

마을 어르신의 토지기증으로 마을회관 건립사업이 시작됐지만, 기증자의 자녀가 음식점 운영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결국 음식점 유치 등을 이루지 못한 기증자의 자녀는 마을회관을 건립을 추진하던 배동석 번영회장과 김홍기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배 씨 등이 음식점을 내줄 것처럼 해서 땅을 받은 행위가 기만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 사건은 무죄가 나왔다.

신 기자는 "상수원보호구역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검찰의 기소"라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마을에는 흉흉한 소문과 첨예한 갈등만 남았다"는 말로 사건 이후 마을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어 "지난 1년간 문의면을 취재하며 만난 주민들, 관광객들은 문의면을 그 흔한 커피 한 잔 사 먹을 수 없는 곳, 화장실조차 마땅히 없는 곳이라고 표현했다"고 이곳 상황을 대변했다. 

그리고 "남들보다 잘 차려놓고 장사를 하면 신고를 당하는, 주민 간 불신이 가득한 곳"이라고 부연했다.

신 기자는 호수관광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춘천시 소양호, 제천시 청풍호와 대청호의 상황을 비교하기도 했다.

신 기자는 "이미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사업을 실현하고 있는 춘천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춘천시에서는 수십 년째 유람선이 뜨고, 호수 바로 옆에는 음식특화거리가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160배 차이가 나는 상수원보호구역 크기 차이"라고 했다.

같은 충북에서 청풍호로 불리는 충주호의 사정도 달랐다.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전망대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그곳 주민들은 이들을 상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충북 내에서의 차이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이 원인이었다.

신 기자가 제시한 '국토부의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지도'를 보면 대청호는 문의면 전체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덮여있었던 반면 충주호는 호수의 극히 일부 지역만 설정됐다.

불법 카페영업을 하다 전과자가 된 지창학씨는 영상 인터뷰에서 "이 비극이 자식들에게 대물림되지 않게 해 달라, 한을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발제Ⅱ - 배명순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댐 상류 일방적 입지규제 논의해야 할 시점

배명순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이 16일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린 '대청호 규제 완화 해법은 뭔가' 토론회에서 '대청호 지속가능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명년
배명순 충북연구원 연구위원이 16일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린 '대청호 규제 완화 해법은 뭔가' 토론회에서 '대청호 지속가능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명년

 정부 주도의 물관리에서 지역주민 주도의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배명순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6일 청주 고인쇄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대청호 규제완화 해법은 뭔가' 토론회에서 '대청호 상류 지속가능 발전과 제도개선'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전국 90여 개의 댐이 제공하는 환경 서비스(수자원 공급)의 긍정적인 효과와 기능에는 필요성과 관심을 받아왔으나, 댐 건설로 인한 상류 지역의 피해(물리적, 사회적, 정신적)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형 댐들(소양강댐, 충주댐, 대청댐 등)의 상류에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지만, 그 지역의 적은 인구수에 따른 정치적 한계로 인해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댐 상류 지역에 대한 일방적인 입지규제에도 댐 상수원의 수질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나빠지는 추세"라며 "이는 상류 지역의 인구감소, 토지이용 규제, 산업시설의 규모, 지속적인 수자원 보호를 위한 제도와 정책, 환경기초시설의 확충 등을 고려할 때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대형 댐들을 건설하기 시작한 지 반세기가 돼 가는 시점에서 일방적인 입지규제 방식이 효과적인지, 사회적 갈등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입지규제 방식의 수자원 관리제도와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고 사회 갈등을 키워왔으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 실패에 가까운 입지규제 방식에 대해 정부는 일부분 인정을 하면서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일방적 입지규제 방식을 벗어난 댐 상류 상수원관리지역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가장 먼저 댐 상류를 바라보는 시각을 폭넓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댐 상류에는 하류 지역에 공급해야 할 수자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태계, 인간, 문화, 공동체, 사회기반시설 및 이들로 구성된 지역사회가 엄연히 존재한다"며 "당연하고도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사실이 물 환경 정책에서는 쉽게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댐 상류에 대한 물 환경 정책에는 반드시 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이 포함돼야 하며, 이를 통한 물 환경 보호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상류 지역의 가치에 대한 상·하류 공동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일방적 입지규제에 기반한 정책은 하류 지역 중심의 가치고, 이러한 가치에 기반한 정책은 실패해 왔다"며 "이제는 상류에 대한 공동의 가치(경제적 불평등 해소, 지역 공동체 복원 등)를 발굴하고, 이를 물 환경 제도개선의 기본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정부 주도의 물관리에서 지역주민 주도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의 댐 상류 물관리 정책에서 지역주민은 소외됐고 오염원처럼 관리의 대상이었다"며 "이제는 지역주민이 물 환경 보호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주민의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맹승진 충북대 교수 (좌장)

맹승진 충북대 교수. /김명년
맹승진 충북대 교수. /김명년

맹승진 충북대 교수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제시한 협치를 위한 거버넌스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맹 교수는 "충북은 상수원보호구역에 묶여 있는 대청호 규제 완화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실현을 위한 선결과제 발굴과 이행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맹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두 가지를 제안했다.

맹 교수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제시한 협치를 위한 거버넌스 구성과 운영이 절실하다"며 "팔당호의 경우와 같이 대청호에도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와 같은 협의체를 구성해 특별대책지역에 대한 관리와 수질개선 사업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금강수계법 개정으로 구성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데, 한강수계법의 경우와 같이 금강수계법에 대청호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 설치를 명시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맹 교수는 "두 번째로 금강유역의 물 문제를 다루는 심의·의결 기구인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 충북과 관련한 물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협치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맹 교수는 "도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 해결 인식을 함께해 나간다면 지역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행정 규제 문제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종식 충북도청 수자원관리과장 (패널)

김종식 충북도청 수자원관리과장. /김명년
김종식 충북도청 수자원관리과장. /김명년

지역 여건과 환경 보호 기술을 반영하지 못한 상수원관리지역의 일률적 규제에 대해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김종식 충북도청 수자원관리과장은 "1980년대 댐 건설 이후 40여 년간 행위금지·제한으로 주민의 재산손해 및 생존권 위협, 경제적 손실, 지방 소멸 위기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과장은 충북이 이로 인해 가장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충북은 전국 호수 중 상수원보호구역 최다 면적으로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불공평하다"며 "특히 청남대 건설에 따른 상수원보호 목적 외 경호·보안 이유 등으로 규제가 과다 지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0년간 각종 행위금지·제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0조원에 달하며 댐 상·하류 지자체 간 불공평 문제가 야기되는 등 온갖 규제는 충북 몫인 반면 혜택은 대전·충남·세종이 누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과장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합리한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과다하게 지정된 보호구역 및 옥천군 특대지역 일부 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물질이 상수원에 유입되지 않은 규제지역은 행위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대청호 상류 지역주민의 정신적·물질적 보상과 소멸위기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대청호 주변지역에 대한 합리적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우 금강유역환경청 상수원관리과장(패널)

이순우 금강유역환경청 상수원관리과장. /김명년
이순우 금강유역환경청 상수원관리과장. /김명년

이순우 금강유역환경청 상수원관리과장은 "환경정비구역 내 행위 제한 지속적 완화 및 지역주민 생활불편 등을 개선하기 위한 상수원관리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규제 합리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음식점 용도변경 총 호수 비율이 지난 1994년 2%, 1998년 5%, 2002년 5~20% 등으로 증가, 규제 합리화가 지속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상수원관리규칙 개정·공포(2021년 10월 시행) 사실도 언급했다.

이 과장은 "상수원관리규칙 개정으로 ▷주택대지 내 태양광 설치 허용 ▷건축물 또는 소득기반시설 용도변경 허용범위 확대 및 명확화 ▷원거주민 인정 사유에 증여 추가 ▷상수원 수질검사 항목 현행화 등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주민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과장은 "상수원관리지역(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특별대책지역) 지정으로 재산권행사에 제한을 받는 지역주민들에게 재정적 지원하고 있다"며 "2022년 기준 주민지원사업에 197억7천900만원(금강수계기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직접 지원사업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전기료·의료비·정보통신비 등 가구별 가계 생활비 지원(카드형식으로 현금 지급, 총 일반지원사업비의 50%이내)하고 있다"며 "소득증대, 복지증진, 육영사업, 오염물질정화사업 등 마을주민 공동 지원사업 등 간접사업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천기석 옥천군청 환경과장(패널)

천기석 옥천군청 환경과장. /김명년
천기석 옥천군청 환경과장. /김명년

삶의 터전을 꾸려가는 대청호 유역의 주민들이 호수를 향유하며 이곳이 왜 소중한지 스스로 자연환경과 맑은 물 보전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기석 옥천군청 환경과장은 "옥천을 춘천에 버금가는 호반의 도시로 만들어 주겠다는 애드벌룬을 하늘 높이 띄웠다"며 "생활기반시설과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해주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지켜진 것이 무엇인지 되물어보고 싶다"고 반문했다.

천 과장은 "비옥한 문전옥답은 물속에 잠기고 산비탈로 올라앉은 터전은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너무 많다"며 "대청댐 하류에 거주하는 450만의 식수를 공급하지만 정작 물만 바라보고 계곡수로 목을 축이고 있는 무지렁이들의 애환은 대청호가 그저 애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주민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천 과장은 "그동안 참고 견뎌온 설움의 세월을 이제는 걷어낼 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천 과장은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 정책과 관리제도 개선 ▷금강수계관리기금 운용제도 개선▷대청호 종합환경 보전계획 수립과 친환경 활동 지원 ▷친환경 발전사업의 발굴과 시행 ▷대청호 상류 지역 주민생활 지원사업 ▷수변구역 내 식품접객업 허용 ▷친환경적인 마을문화 관광사업 지원 ▷친수공간 활용을 통한 물 문화 육성 등을 통해 대청호가 친수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홍기 전 문의면 번영회장(패널)

김홍기 전 문의면 번영회장. /김명년
김홍기 전 문의면 번영회장. /김명년

수십 년째 행정적 편의에 따라 수계기금이 편성·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홍기 전 문의면 번영회장은 "대청댐 건설로 문의면 전체 면적 7천664ha 중 21%인 1천633ha가 수몰됐다"며 "이로 인해 주민 1만2천786명 중 7천385명이 이주했고 문의면 주민의 57%가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그러나 수몰 이후에도 주민 대부분이 문의면에서의 삶을 이어간 이유는 국민관광휴양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문의면에서는 여객선 2척, 모터보트 17척을 구입하는 등 관광사업을 준비했고 정부도 호텔 및 숙박시설 부지를 조성하는 등 이주민 소득사업을 추진했다고 김 전 회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청남대 조성으로 이 같은 주민들의 희망은 산산조각이 난다.

김 전 회장은 "청남대가 들어선 후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문의 국민관광휴양사업은 중단됐다"며 "이후 문의면 주민들과 금강유역환경청, 수자원공사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해 맑은 물 지키기 활동을 시작했지만,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전 회장은 "2021년 1천618억원의 수계기금이 조성됐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운용으로 주민 혜택은 적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십 년째 수계기금은 행정적 편의에 따라 예산이 편성되고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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