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5일만 버티자!
(5) 5일만 버티자!
  • 중부매일
  • 승인 2022.06.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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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

피해자 마리는 다리 난간 위에서 아래에 흐르는 강을 본다. 도저히 뛰어내릴 수 없어 자살을 포기했다. 2011년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책을 드라마로 만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첫 장면이다.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망치는지 반대로 어떻게 풀어야 피해자를 보호하며 범인을 잡을 수 있는지 수사 가이드를 제시한 작품이다. 마리를 처음 수사를 한 형사는 피해자를 오히려 허위진술을 몰아갔다. 이에 반해 주인공 형사들은 진술과 증거를 하나하나 맞추는 지난한 과정을 밟으며 끝까지 범인을 잡아 정의를 실현했다.

그런데 같은 국가, 같은 법, 같은 기관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한다.

실제 사건의 가해자는 주한미군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폭력을 시도하였다. 그 가해자가 당시 잡혔다면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 제작하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만들었을지 모른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의 수사도 없었다. 구속된 후 가해자는 말했다. "처음에는 겁이 났는데 수사기관이 이렇게 허술한 줄 몰랐죠. 점점 완벽한 범죄를 생각하게 되고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가해자를 잡지도 못하는 수사기관은 오히려 피해자 마리에게 진술의 일관성이 없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러자 마리는 "꿈을 꾼 것 같습니다. 나에 대한 강간은 전부 꿈이예요"고 말한다.

청주여중생 사건의 아름(의붓딸)이 연상된다. 아름의 진술에 번복이 있다며 수사는 미로를 헤맸다. 2021년 3월 16일에는 A씨의 지시대로 아름(피해자)이 범죄 현장을 사진 찍어서 전송하는 것을 수사기관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름은 어른들이 가해자를 잡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믿었을 것이다. 이후 아름은 철저히 A씨 말에 따랐다. 죽는 그 순간에서조차 아름은 "아빠는 나를 성폭행하지 않았어요"고 유서를 남겼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여형사는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도록, 피해자의 상처를 치료할 유일한 길은 범인을 잡는 길이라고 누차 강조하며 현장에서, 분석까지 팀원에게 정확하고 빨리 해결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청주 여중생 사건은 처음부터 범인(A씨)은 특정되어 있었다. 알면서도 잡지 못한 시간이 무려 100일이 넘었다. 구속되지 않는 시간 동안 A씨는 점점 지능화됐고 발전했다.

그러나 둘(미소와 아름)은 A씨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2021년 5월 9일 5일 안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나올 것으로 믿었던 미소는 아름에게 '5일만 버티자'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5월 10일 신청한 구속영장은 당일 바로 접수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5월 25일 A씨는 구속되었다. 그 이후 1심 선고에서 보듯이 아름에 대한 강간은 여전히 증명되지 못했다. 청주여중생 사건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주인공 형사가 '단 하나의 실수를 잡아내면 된다'며 증거를 찾고 또 찾은 결과 피해자 마리는 현재 미국에서 대형차 운전기사를 하며 결혼을 하고 전국을 누비고 있다. 청주 여중생 사건은 1심 때까지도 A씨의 거짓말은 증명되지 않았다. 미소 유족들에게 진실을 찾는 과정은 끊임없는 상처였지만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증거를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재판부는 유족의 주장과 증거 전부를 인정하였다. 다만 두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아직도 5일만 버티자는 미소의 말이 귀 속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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