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

'존경하는 재판장님! 아빠는 무죄입니다.'는 청주 여중생 아름(의붓딸)의 마지막 편지이다. 결국 1심에서 아름에 대한 강간은 무죄가 선고됐다.

2021년 5월 8일(토)에 두 아이는 유서로 쓸 편지지를 샀다. 자살은 차악의 선택이라고 한다. 이 아이들에게 최악은 무엇이었을까? 미소는 5일만 더 버티자며 A씨의 구속을 기다렸다.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미소에게 최악은 A씨가 거리를 활보하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더딘 시간 그 자체였다.아름은 A씨가 미소를 성폭행을 할 때 같은 방에 있었다. 목격자다. 미소는 진실을 말해 달라고, A씨는 거짓을 말할 것을 강요했다. 진실을 말해도 1년 후에 감방에서 나온다고 큰소리치는 A씨를 상상하는 것은 최악이었다. 1월 17일 그날의 진실 또는 거짓 어느 쪽도 최악이다. 그렇다고 미소의 자살을 지켜만 볼 수 없었다. 아름은 '내 마지막은 미소'라는 글을 올린다. 그러나 미소와 자살을 하면서도 아빠는 무죄라고 유서를 남겼다.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 가스등(Gaslight)은 가스라이팅(심리지배, Gaslighting)이란 용어를 창출한 1944년 흑백영화이다. 가해자(남편)는 피해자(부인)의 트라우마를 파고들며, 주위 사람들에게 정신병 환자라고 한다. 피해자의 기억력을 지적하면서 피해자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어 자기의 지배아래 둔다. 피해자는 내가 꿈을 꾼 것이냐고 가해자에게 묻기도 한다. 가해자가 범죄를 할 때마다 피해자 방안의 가스등은 어두워진다. 흑백영화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장면이다.

청주여중생 사건의 A씨는 영화 가스등과 같은 연출을 했다. 어렸을 때 죽은 아버지에 대한 아름의 갈망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점점 아름의 기억이 이상하고 꿈과 현실을 구별 못한다고 정신병 환자를 만들었다. 아름은 '내가 꿈을 꾼 것이다'며 영화와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진정제(수면제)도 먹였다. 그리고 성폭행을 했다. 영화의 가해자가 피해자의 보석을 홈쳤듯 A씨는 아름을 철저히 유린하고 소유했다.

영화 가스등에서 경찰은 피해자에게 말한다. "가해자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계시잖아요", 미소도 2021년 1월 17일 새벽 A씨가 자신을 성폭행 한 것을 너(아름)도 알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폭행 당시 아름의 핸드폰이 울렸다. 사건 초기에는 알람 소리로 알려졌지만 타이머 소리로 보인다. 아름은 타이머를 맞추며 아빠에게 '이제 그만! 내 친구에 대한 성폭행을 멈춰요! 이제 이 방에서 나가요!' 절규한 것이다. 그러나 A씨는 핸드폰의 소리를 끄고 다시 성폭행을 했다. 잠을 자는 척하면서도 타이머를 맞추며 범죄를 멈추라고 비명을 지른 한 소녀는 끝내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아름을 지배하는 것은 A씨였기 때문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장

아름의 '저희 아빠는 무죄입니다. 저희 아빠는 딸바보입니다.'는 유서에서 A씨가 가스라이팅을 위해 파고든 아름의 갈망이 보인다. 불타는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는 이유는 타는 목마름 때문이다. 딸바보 아빠와 살고 싶은 타는 목마름에 한 방울의 거짓이라도 믿고자 이 아이는 생의 마지막에 자신의 희망사항을 적었다. 필자는 유서에서 말한 아빠는 '친아빠'라고 믿고 싶다. 정신과 상담 중 친아빠는 딸바보였다고 말한 아름은 친아빠와 같이 수목장에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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