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도지사, 시루섬 행사장서 인사말 대신 자작시 낭송

'시루섬의 기적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영환충북도지사가 시낭송을 하고 있는 장면
'시루섬의 기적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영환충북도지사가 시낭송을 하고 있는 장면

〔중부매일 정봉길 기자〕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19일 '시루섬의 기적 5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시낭송이 화제다.

김 지사는 이날 서울에서 업무를 보고 조금 늦게 행사장을 찾았다.

사회자로부터 김 지사가 소개되자 그는 의례적인 인사말 대신 시루섬의 아픈 추억과 단양정신을 새롭게 하는 의미로 시낭송을 했다.

김 지사가 시 낭송을 할때 공교롭게도 행사장에는 50년 전의 그날처럼 비가 뿌렸다.

특히 이름도 갖지 못한 채 운명을 달리했던 아기의 이름을 '시루'라고 불러 당시 행사장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게다가 이 행사의 궁극적 목적은 시루섬 주민들의 헌신과 희생 정신을 고양시키는데 있다고 낭송해 참석자들의 가슴을 감동케했다.

시 낭송은 김 지사의 공약인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에 대한 구상으로 이어지며 끝을 맺었다.

김 지사의 시낭송이 화제가 된 이유를 요약해보면 이렇다.

상투적인 인사말 대신 직접 시를 지었다는 점, 시루섬 자작시가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점, 헌신과 희생정신을 단양정신으로 다시금 불태우자는 점 등이 생존자들이나 단양군민의 가슴을 공명시켰다는 것.

실제로 김 지사는 시 낭송을 위해 서울에서 단양으로 내려 오는 짧은 시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는 후문이다.

김영환 도지사는 지난 1986년 '시인', '문학의 시대'로 등단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정동파 시인'이다.

주요 저서로 ▷시집 '따라오라, 시여' ▷지난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 ▷꽃과 운명, 불 타는 바그다드의 어머니 ▷물왕리에서 우리가 마신 것은 사랑이었다. ▷수필집 '그대를 위한 사랑의 노래' ▷홀로 선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평론집 '덧셈의 정치, 뺄셈의 정치'가 있다.

김종수 단양군 예총회장은 "인사말이 별도로 준비돼 있었을 텐데 이를 활용하지 않고, 승용차에서 직접 시를 지어 낭독해 주신 준 김 지사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천도제를 지내고 있는 김문근 단양군수 모습.
:희생자를 추모하는 천도제를 지내고 있는 김문근 단양군수 모습.

김문근 단양군수는 "50년전 당시 태종학 도지사가 헬기로 시루섬에 내려 마을사람들에게 위로하면서 '눈물의 물길'을 열어주었다"면 "반세기가 지난 후 김영환 도지사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의 출발지라는 '희망의 물길'을 열어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단양 시루섬의 기적' 50주년 기념행사는 지난 19일 단양역 공원에서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한국예총 단양지회가 주최·주관한 이 행사는 1972년 태풍으로 강이 범람하면서 고립된 마을주민 198명이 높이6m, 지름5m의 물탱크에 올라서 14시간 동안 대홍수를 견뎌낸 희생과 헌신, 협동 단양정신을 계승·발전하고자 마련됐다. 

다음은 시의 전문이다.

시루섬의 석양

그날 물탱크 위에서 세상을 떠난 백일둥이의 이름을 오늘에서야 불러봅니다.
그의 이름은 시루입니다.
1972년 8월 19일, 시루섬의 비가 50년을 지나 오늘 여기 다시 내립니다.
이름을 짓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백일도 채 안된 아이의 눈물이 내립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시루입니다.
시루의 다른 이름은 희생이며 희망입니다.
포기하지 마라 끝끝내 살아내야 한다는 외마디 유언입니다.
아이의 주검을 부둥켜안고 살아난 234명의 피울음이 하염없이 단양호에 흘러갑니다.
시루섬 눈물은 강물이 되었다가 점점 호수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시루의 비석 위에 9천594명 수몰민의 아픔 위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우리 모두가 시루가 되어 우리가 딛고 선 이곳이 모두가 시루섬이 되어 부둥켜안고 손을 놓지 않고 외칩니다.
시루야 네가 시루섬을 살렸고 시루어머니의 눈물 위에 레이크 파크가 만들어졌다.
시루는 50년이 지나도 500년이 지나도 시루섬과 함께 석양처럼 레이크 파크 심장의 붉은 노을로 타오를 것입니다.
시루섬의 기적 위에 레이크 파크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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