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CNT 엑스선소스 개발… 방사선기기 시장 선도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기업도 사람처럼 성장통을 겪는다.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은 기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산전·수전·공중전을 이겨내고 성장한 기업 ㈜브이에스아이(이하 VSI)는 최근 장밋빛 미래를 향한 힘찬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본보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충북본부(이하 중진공)는 성장 가도를 달리는 충북 도내 알짜 중소기업 VSI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엑스선(X-Ray)은 1895년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Wilhelm Conrad Rontgen)이 발견했다. 뢴트겐은 당시 미지의 광선을 발견했다는 의미로 미지수 X에 광선을 결합해 엑스레이(X-Ray)라고 명명했다. 엑스선은 지난 130년간 의료·보안·검색·비파괴검사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돼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엑스선은 우리 몸이나 기계를 통과할 수 있어 의료 진단과 산업용 검사 분야에 주로 쓰인다. 엑스선 촬영을 위해선 광원, 피사체, 검출기(디텍터)가 필요하다. 그동안 엑스선을 활용한 기술 개발은 대부분 디텍터 분야에 한정됐다. 광원 제어 분야는 상대적으로 고도의 연구 역량이 필요해서다. 이런 이유에서 엑스선은 130년 전 발견한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기존 엑스선은 필라멘트를 2천도까지 가열해 만들었다. 고온에서 나오는 전자를 가속해 금속에 충돌시키는 과정에서 엑스선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필라멘트는 서서히 달아오르고 식기 때문에 예열 및 냉각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전자가 일부 방출되면서 방사능 피폭을 피할 수 없는 기술적 문제가 줄곧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에 앞장선 기업이 있다. 충북 청주시 남이면에 위치한 방사선 기기 전문기업 VSI(김도윤 대표)다. VSI는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 이하 CNT)를 활용한 디지털 엑스선 소스를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CNT는 방사능 피폭을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업계서 혁신으로 불린다.

VSI가 개발한 디지털 엑스선 소스는 기존 필라멘트와 같이 가열이 필요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빠르게 ON·OFF 할 수 있다. 마치 초고속 카메라 순간포착과 같이 엑스선으로도 동영상 포착이 가능한데다 초소형·초경량이 특징이다.

CNT 개발에 VSI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중소기업에서는 보기 드물게 매년 10억원, 약 15년간 150억원을 투입한 끝에 3년 전 CNT 제품화에 성공했다. 특히 2019년 과학기술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초고속 구동형 CNT 기반 전계방출 디지털 엑스선 소스를 10대 나노기술로 선정하기도 했다.

VSI는 2002년부터 엑스레이 정전기 제거기를 개발·판매하면서 기틀을 다졌다. 이후 2007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로부터 이전받은 디지털 엑스선 소소의 핵심 요소 기술을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엑스레이 정전기 제거기 '이오나이저'에 활용했다. 한 발 더 나아가 VSI는 CNT 기술을 적용한 치과 및 흉부용 소형 디지털 X-Ray 촬영기를 개발했다.

김도윤 VSI 대표가
김도윤 VSI 대표가 "향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배터리 전수 검사 장비 시장 진출을 꾀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명년

김도윤 대표는 "VSI CNT는 130년된 엑스선 트렌드를 완전히 바꿨다. 현재 이 기술을 널리 알릴 목적으로 치과 및 흉부용 촬영기 적용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CE인증은 물론 KFDA 승인도 마친 상태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VSI CNT 경쟁력은 수명이 길다는 점이다. 기존 제품은 동작 200시간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VSI CNT는 약 4만 시간 가동할 수 있다. 또 전류 밀도도 월등히 높아 '마이크로 포커싱(Micro Focusing)'이 용이하다. 좁은 공간을 보다 세밀하게 볼 수 있어 실시간 전수 검사 장비로 제격이다.

VSI 최종 목표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 전수 검사 장비 개발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54조 원에서 2030년 약 411조 원으로 8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VSI가 미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배터리 전수 검사 장비를 택한 이유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양극·음극이 쌓인 적층구조다. 겹겹이 얇은 층 구조다 보니 불량 발견이 쉽지 않다. 특히 현 산업용 CT로는 검사 시간이 길어 전수 검사로는 부적합하다. 반면 VSI CNT 기술을 적용해 개발 중인 전수 검사 CT 장비는 획기적으로 검사 시간을 줄였고 정확도는 높였다. VSI 배터리 전수 검사 장비는 오는 10월 시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CNT 기반 엑스레이 기술이 적용될 수 분야는 다양하다. 앞으로 VSI는 자동차 분야 외에도 휴대폰, PCB 부품 등 전수 검사 장비 분야를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김도윤 VSI 대표

김도윤 VSI 대표가
김도윤 VSI 대표가 "향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배터리 전수 검사 장비 시장 진출을 꾀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명년

 

중진공 자금·인력 도움 기업성장 큰 힘

김도윤 대표는 지난 2006년부터 맺은 중진공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말한다. 그는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중진공 자금은 실낱같은 희망이 됐다"며 "지금 VSI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도 중진공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16년간 VSI는 중진공으로부터 ▷개발(운전) 및 신성장기반자금(시설) ▷특허담보대출 등 다양한 자금 지원 혜택을 봤다. 또한 기술 및 인력 지원 역시도 VSI 성장에 기반이 됐다.

김 대표는 "중진공은 자금 지원은 직접 대출로 이뤄지다보니 은행과 달리 많은 담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가 저렴한 금리는 매력적"이라며 "중진공의 다양한 지원을 활용한다면 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동안 받은 빚을 갚을 때인 것 같다. 회사 성장과 함께 고용도 늘리고 그에 상응하는 세금도 성실히 내는 충북을 대표하는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한편 중진공은 기술가치가 높은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특허담보대출을 2013년부터 도입·운영 중이다. 특허담보대출은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의 기술성과 사업성 등 미래 기술 가치를 평가한 뒤 이를 담보로 자금을 지원한다.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담보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유동성 애로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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