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보단 실속… 간편식 '대세'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3년만에 찾아온 엔데믹 추석이다. 올해 추석은 지난해 보다 보름가량 빠르게 찾아왔다. 삶은 여전히 팍팍하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풍족한 명절이 되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추석하면 빼놓을 수 없는 관습이 있다. 바로 '차례'(茶禮)다. 하지만 최근 고공행진 중인 물가 탓에 차례상 차리기가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올 추석 차례상 비용과 트렌드를 점검·진단해 본다./편집자

 

고공행진 중인 소비자물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국제 유가 하락 영향이 컸다. 물가 상승세가 7개월 만에 둔화했지만, 추석을 앞두고 채솟값 등 농산물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낮아진 건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은 1월 3.6%에서 2월 3.7%로 올라선 뒤 3월에 4.1%, 4월에 4.8%, 5월에 5.4%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6월과 7월엔 각각 6.0%, 6.3%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월 대비 6개월 연속 커졌던 물가 오름폭은 지난달 둔화해 3개월 만에 5%대로 내려왔다.

특히 충북 소비자물가 상승세도 지난달 멈춰 섰다. 2020년 10월 이후 22개월 만이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충북 소비자물가지수는 109.66으로 전달(109.88)보다 0.2% 낮아졌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보다 낮아진 것은 2020년 10월(99.97)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체감물가를 설명하기 위해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달(118.87)보다 0.6% 하락한 111.19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달(103.55)과 비교하면 7.4% 올랐다. 생활물가는 20개월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추석 차례상 비용…전통시장 25% 저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지난해 대비 6.8%(2만241원) 상승한 평균 31만8천45원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지난해 대비 6.8% 상승했다. 전통시장이 27만1천932원, 대형유통업체가 36만2천352원으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25% 저렴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1만7천636원(6.9%), 2만1천40원(6.2%)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송편 속 재료인 참깨(200g)는 대형마트에서 1만5천307원으로 전통시장(4천496원) 가격보다 3배 이상 비쌌다. 두부(4모)도 대형마트 1만2천240원, 전통시장 5천148원으로 가격이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또 고사리(400g, 대형마트 1만5천518원, 전통시장 5천625원), 도라지(400g, 대형마트 1만5천154원, 전통시장 5천402원) 등 나물류도 대형마트에서 살 때 1만원 가까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녹두 1㎏의 경우 대형마트 가격은 3만6천342원으로 지난해보다 85%나 오른 반면, 전통시장 가격은 1만8천904원으로 지난해보다 13.6% 오르는 데 그쳤다.

전통시장 가격이 더 비싼 품목도 있었다. 쌀, 무, 배추, 밤, 배, 사과, 밀가루, 청주는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조금씩 더 비쌌다. 그중 배추와 무는 300g기준 가격 차이가 각각 67%, 40%로 큰 편이었다.
 

형식 보단 실속 차례상, 간편식이 대세

치솟는 추석 물가가 장바구니를 짓누르면서 차례상차림 문화를 바뀌고 있다. 형식보다는 실속을 앞세워 직접 제수용품을 구입해 음식을 준비하는 대신 밀키트나 간편식을 이용해 차례상을 차리는 가정이 느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예전처럼 많은 인원이 모여 차례를 지내기가 올해도 쉽지 않아 음식 양이 준데다 각종 제수용품의 가격 또한 상승하면서다. 많은 양을 차리는 게 미덕이던 문화 보다는 명절 음식 또한 필요한 만큼 사먹는 게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간편 차례상이란 한가위 맞춤형으로 모둠전이나 나물, 고기 요리 등이 미리 조리된 상태로 판매되며, 여기에 과일 등이 추가된 상품을 말한다.

여기에 차례상 음식을 공급해주는 대행업체를 이용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행업계에 따르면 차례 음식 대행업체 평균 차례상 가격은 23만~30만원대다. 대형마트에서 차례 품목을 구매할 때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하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직장인 A(38)씨는 차례상을 모두 간편식으로 차리기로 했다. 줄줄이 오르는 물가에 마트나 시장에서 직접 제수용품을 사는 것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이 차례상 차릴 때마다 힘들어 하시는 모습에 올해는 간편식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제품 구성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형식보다 실속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부인 B(62)씨도 "추석맞이 장을 보러 대형마트를 찾았지만 훌쩍 오른 식품 가격에 놀랐다. 며느리가 간편식을 추천해 알아봤는데 가격도 싼데다 구성도 알찼다. 조상님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올해는 간편식으로 차례상을 차려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간편식 인기를 방증하듯 최근 모 식품업체가 진행한 쇼핑라이브 추석 특집 라이브 방송에서 '올반 동그랑땡'을 비롯한 떡갈비, 너비아니, 메밀전병 등으로 이뤄진 '명절 한상차림 기획 세트' 1천개가 단 90분 만에 완판됐다. 이날 방송은 누적 시청자 20만 명을 넘으며 동시간대 쇼핑 라이브 중 시청자 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추석도 차례상을 직접 차리는 가정보다 간단한 차례상을 준비해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편리함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완제품 차례상에 대한 인기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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