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렵다'? '레게노'? … 알쏭달쏭 요즘 말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올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맞는 첫 명절이다.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과 모여 덕담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는 기분좋은 상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젊은세대와 기성세대와의 대화에서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대화를 하다보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도 문맥상 그 뜻을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최근 젊은세대들이 많이 사용하는 줄임말과 신조어, 또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고사성어지만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명절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초·중·고, 대학에 다니는 젊은세대들은 학교 수업조차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것보다 미디어를 통해 대화하는 것이 익숙하고 편해진 상태다. 그렇다보니 단어의 앞글자만 따서 맥락없이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온·오프라인에서 10대들이 많이 쓰는 말은 띵곡(명곡), 레게노(레전드), ~마렵다(~원하다), 명존쎄(명치를 굉장히 강하게 때린다), 무물보(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발컨(발로 컨트롤하다),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찐텐(진심 텐션-진심으로 재미있다는 의미로 억텐(억지 텐션-억지로 재미있는 척한다는 의미)의 반대말), 킹(킹정 '매우 인정한다'는 의미), 하실?(하실래요?) 등이 있다.

청주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1학년 A학생은 "위에 나열된 단어들은 실제 대화할 때 많이 사용하는 말로 '무물보'와 '레게노'는 주로 카톡에서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왜 명곡이 띵곡이 되고 멍멍이를 댕댕이로 부르는걸까?

쉽게 말하자면 한글 자모를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바꿔 단어를 다르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는 '야민정음'이라고 하는 인터넷 밈인데 대표적인 예로는 '댕댕이(멍멍이)', '띵작(명작)' '괄도 네넴띤(팔도 비빔면)' 등이 있다. '야민정음'은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에서 발전해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됐다. 이름은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의 별명인 '야갤'과 '훈민정음'에서 따왔다고 한다.

'인터넷 밈(Internet Meme)' 또는 줄여서 '밈(Meme)'으로 부르는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서 퍼져나가는 여러가지 문화의 유행과 파생·모방의 경향, 또는 그러한 창작물이나 작품 요소를 통틀어 가리키는 용어를 말한다.

레게노 또한 트위치(온라인 게임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게임 생중계업체)에서 한 스트리머가 'LEGEND'의 D자를 O로 보고 '레게노'라고 읽어서 하나의 밈이 됐다고 한다.

'ㅔ'는 '네'를 치는 것도 귀찮아서 시청자들은 'ㅔ' 로 대답하는데 이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비틱'으로 '네이버 덕후'의 줄임말인 '네덕'을 야민정음식으로 읽으면 '비틱'이라고 한다. 이는 네이버에서 모르는데 아는척 잘난척하거나, 남의 일에 무개념으로 끼어들거나 기만하는 행위 혹은 그런 사람을 보고 '비틱이네'라고 칭한다고 했다.

'발컨(발로 컨트롤하다)'은 게임 유저들이 쓰는 말로 게임을 발로 하는 것처럼 못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란다.

특히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오저치고(오늘 저녁에 치킨 고)', '혜모바(혜영이 밖에 모르는 바보)' 등이 언급되며 줄임말을 일상어로 사용하는 현 상황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자주 쓰는 고사성어지만 틀리게 알고 실수하는 말들이 있다.

사람이 죽은 뒤 49일째 치르는 불교식 제사 의례를 뜻하는 단어 '49제(祭)'는 틀린 표기이고 '49재(齋)가 옳바른 표기다.

사람이 죽은 후 장사(葬事)를 지낸 뒤 3일째 지내는 제사라는 뜻으로 제사를 지낸 뒤 산소에 가서 성묘(省墓)하는 의식은 삼오제가 아니고 삼우제(三虞祭)가 바른 표기다.

위로는 토(吐)하고 아래로는 설사(泄瀉)하면서 배가 몹시 쓰리고 아픈 급한 증세를 일컬어 '토사광란'이라하는데 바른 표현은 '토사곽란'이다.

'같이 고생하고 같이 즐김'을 뜻하는 말은 '동거동락'이 아니고 '동고동락'이 맞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짐승의 울음 따위를 흉내 내는 것은 '성대묘사'가 아니고 '성대모사'가 맞는 표현이다.

무의식 중에 자백하도록 이끄는 신문은 '유도심문'이 아니고 '유도신문'이 맞다.

한의원에서 고름이나 나쁜 피를 뽑아내기 위해 붙이는 일을 '부황'으로 말하는데 '부항'이 바른 표기다.

이 세상에서 비교될 수 없는 상태를 '절대절명'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절체절명'이 맞다.

또 의지할 곳 없는 홀몸을 일컬어 '홀홀단신'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혈혈단신'이 바른 표기다.

사방으로 날아 흩어지는 현상을 '풍지박산' 또는 '풍지박살'이라고 하는데 '풍비박산'이 옳은 말이다.

좋은 옷과 좋은 음식이라는 말로 잘입고 잘먹고 지내는 생활을 일컷는 '호위호식'도 '호의호식'의 잘못된 표현이다.

대학 입시 및 공무원 공채 시험에 출제된 문제인데 청렴결백(淸廉潔白)과 관계되는 색깔(빨강색, 파랑색, 노랑색, 흰색)을 고르라는 것에서도 응시자들이 맑을 청(淸)을 보고 푸를청(靑)을 생각했는지 파랑색으로 답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장충덕 충북대 국어문화원장은 "최근에는 한글 옆에 한자를 나란히 적지 않고 한글을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한자를 모르면 그 뜻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최근 무분별하게 말을 줄이는 경향이 있긴 한데 이 또한 급변하는 세상을 대변하는 것으로 젊은세대와 기성세대간 단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젊은세대는 말 그대로 문해력이 떨어지고 노인 세대는 '디지털 리터러시'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문해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장 원장은 "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서로 알아듣기 힘든 말보다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소통해 보려는 노력으로 오랜만에 가족들과 웃음꽃 넘치는 명절을 보내기를 추천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