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호수 품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TOP 10'에 선정되기도 했던 국립세종도서관. 하지만 2013년 12월 12일 개관한 뒤 8년차를 맞은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이란 오명을 받아들고 8월 1일부터 휴관에 들어가는 등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 후 보수·보강과 안전성평가 등을 거쳐 휴관 1년여 만인 지난달 28일 재개관하게 됐다. 1천억원 가량을 들여 '책'의 모습을 형상화해 건립한 국립세종도서관은 '아이코닉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등 세계 유수의 디자인 상을 수상했지만, 독특한 건축형태가 외려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개관한 지 10년도 안 돼 안전문제로 체면을 구긴 국립세종도서관에 지난 1년 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정책정보의 중심' 국립세종도서관=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인 세종호수공원 인근에 위치한 국립세종도서관은 '호수를 품은 도서관'이라는 별칭과 함께 개관 초기부터 각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외관을 보면 마치 거대한 책 한권이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로 떠오르는 듯 들려진 건물의 양끝은 한옥 처마처럼 유려하다. 축구장 45개 크기인 32만2천800㎡의 호수공원을 바라보면서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국립세종도서관은 지방에 건립한 첫 국립도서관이자 정책 정보 특화도서관으로 건립됐다. 개관 당시 8만권이었던 장서는 8월말 현재 83만1천829권으로 10배 이상 늘었고,하루평균 900여 명이 찾고 있다. 국립세종도서관 설립의 주목적은 정책 정보 서비스이다.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들이 생산하거나 소장한 자료 중 정책의 입안·결정·평가 과정에 필요한 정보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이다. 부지 2만9천817㎡, 연면적 2만1천79㎡, 지상 4층·지하 2층 규모로 각종 자료실과 카페테리아, 어린이놀이터 등 편의시설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국립세종도서관 1층 기둥을 새롭게 보강한 부분. /나인문
국립세종도서관 1층 기둥을 새롭게 보강한 부분. /나인문

◇세종의 랜드마크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연= 개관 8년차인 지난해 갑작스런 소음과 진동 등이 발생하면서 세종의 자랑거리였던 국립세종도서관이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결국 한국강구조학회 총괄연구책임자인 경북대 건축공학과 신경재 교수와 충남대 건축공학과 이강민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구조물 안전성 평가를 수행한 결과, "보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한국강구조학회는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강구조물 전체에 대한 안전성 평가 및 접합부에 대한 정밀해석을 수행했고, 국토안전관리원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디자인적으로는 멋진 구조이지만, 공학적으로는 도서관의 구조가 날개 끝에 기둥이 없이 28m를 지지해야 하는 특이한 형태의 '장스팬 캔틸레버 구조'로 설계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1월 건물 중 가장 많은 힘이 실리는 캔틸레버 트러스의 대각선 부재 접합부에 이어, 7월에 건물 중 가장 처짐이 많이 발생하는 주출입구 상부 처마끝 2곳의 접합부에서 손상이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접합부 손상은 ▷온도에 의한 신축과 팽창 ▷사용 하중에 따른 처짐 ▷진동에 의한 피로 누적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대각선 부재 접합부를 당초보다 2배 이상 강한 부재로 교체해 추가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고, 처짐이 발생한 곳에는 다수의 버팀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한편, 실시간으로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도서관 방재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전수보강을 실시했다.
 

국립세종도서관 1층 모습
국립세종도서관 1층 모습

◇휴관 1년여 만에 운영 정상화= 지난해 8월 1일 시설물 보수·보강을 위해 휴관한 지 1년여 만에 전수 보강을 마친 후 국토안전관리원에서 안전등급을 재산정한 결과, "양호(2등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지난달 29일 도서관 운영이 정상화됐다. 특히 국립세종도서관은 시설운용에 문제가 없는지 정밀 관리하기 위해 철골 트러스 처짐을 실시간으로 계측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계측시시템을 설치·운영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도서관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도서관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람실 운영을 정상화했다. 또한 이달부터 11월까지 대상별 정기강좌, 독서동아리, 인문학 강좌 등 13개 강좌에 대해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73회의 독서문화프로그을 진행한다.
 

특히 재개관을 기념해 ▷편지로 읽는 인문학 ▷나를 찾아 떠나는 마음여행 ▷품격 있는 어른 되기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테라피 ▷슬기로움을 더하는 독서시간 등 5개 정기 강좌를 비롯해 ▷그림책으로 배우는 죽음과 삶의 치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글쓰기 등 2개 독서동아리를 운영한다. 아울러 ▷엄마와 함께하는 가을독서 하브루타 ▷가족과 함께 나누는 가을 그림책 ▷성우와 함께하는 우리들의 시(詩)낭송회 ▷알록달록 가을, 몽글몽글 생각가을 등 4개 가을특별강좌를 12회에 걸쳐 운영한다. 도서관은 또 창작 공간의 확장 및 복합독서공간 조성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지하 1층 어린이실 환경을 새롭게 단장하고 비대면 시대의 환경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상 2층 열람실에 온라인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스튜디오는 4개월 동안 내부적으로 시범운영을 거친 후 내년부터 이용객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또한, 지상 4층의 식당을 카페로 꾸며 더욱 편안하고 쾌적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민석 관장
이민석 관장

이민석 관장은 "건립 공사를 하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시공사인 대림산업이 일반적인 건물하자보수기간을 5년이 아닌 10년으로 작성한 덕에 모든 보수·보강비용은 시공사 측에서 부담해 국민들의 세금은 한 푼도 투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께서 안심하고 편리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보강을 완벽히 마무리한 뒤 재개관했다"며 "앞으로는 콘텐츠 서비스를 대면·비대면으로 확대해 창의성·소통성·다양성 등의 가치를 담아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에게 수준 높은 양질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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