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잔소리·스트레스 탈출… "여행 가거나 돈 벌래요"

MZ세대에게 명절연휴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개인을 위한 재충전·재도약의 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모두가 쉬는 연휴를 이용,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에 중부매일은 충청권에 거주하는 3명의 청년들을 만나 이색 추석연휴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직장인 박범수씨 "비트코인 투자로 수익창출"

박범수(26·천안)씨는 2021년부터 명절날 귀성을 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연휴기간 동안 24시간 장이 열리는 가상화폐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박범수
박범수

"출근을 하지 않는 연휴기간에는 새벽에도 잠을 자지 않고 코인투자를 할 수 있다. 지난해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추석연휴 기간 폭락한 비트코인을 분할 매수하고, 3~5프로 수익이 생기면 매도하는 방법으로 원금의 15% 이상 일정 수익을 올려 목돈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운 좋게 수익을 냈지만, 이번에는 꾸준히 차트를 분석하는 등 준비를 많이 했다. 가상화폐 카페 등을 통해 얻은 정보로 이번에도 수익을 내겠다."

명절에 대한 가치관 변화는 현재 MZ세대가 마주한 현실과도 연관이 있다. 명절날 인사처럼 받는 곤란한 질문과 더불어, 취업난과 고물가시대 등 팍팍한 사회가 박씨와 같은 청년들을 가상화폐투자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명절날 친척들이 모이면 '결혼은 언제하냐', '여자친구는 있냐' 등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평소 직장생활로 쌓인 피로감을 친척이나 가족들에게까지 받고 싶지 않다. 불필요한 만남은 최소화 하는 게 좋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또 지금은 월급을 저축해서 집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단순계산을 해보면 30년이 나왔는데, 평범한 방법으로는 이런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직장인이 단타거래를 할 수 있는 추석연휴는 꽤나 소중한 시간이다. 욕심내지 않고 스스로가 세운 투자규칙을 지킨다면 목돈을 버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박씨는 연휴기간 비트코인 투자에 투자하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기성세대에게는 '철없는 행동'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 관습만 따르는, 명절의 모습보다는 자신과 같이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윤원희
 

대학생 박민혁씨 "연휴엔 시급 1.5배, 꿈에 투자"

박민혁(24·청주)씨는 평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 사장님의 시급 1.5배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추석연휴 고향방문은 연말로 미뤘다.

박민혁
박민혁

"개인작품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하는 가게 사장님께서 연휴에 일해주면 시급을 올려준다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청주에 머무르기로 했다."

박씨는 대체휴일인 월요일(12일)을 제외한 3일 동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근무시간은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다.

올해 대학교 3학년인 박씨는 영상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부원들을 이끌고 영상 공모전 준비를 하면서, 개인작품도 따로 촬영하고 있다. 영상촬영을 위한 각종 비용 등을 마련하려면, 아르바이트는 필수다. 그런 그에게 1.5배 시급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막상 연휴에 고향을 가지 않게 되니, 시간도 많이 생기고 왕복 교통비도 굳었다.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명절이라 고향 친구들을 만나고 싶고, 어머니가 해주시는 추석 음식도 먹고 싶지만, 이번 명절은 내 꿈에 투자하려 한다."

졸업을 1년 앞두고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박씨처럼 추석연휴를 고소득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올해 목표한 것들을 이루려고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제대로 쉰 적도 없는 것 같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남는 하루는 나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혼자 보내는 명절이 쓸쓸할 것 같긴 하지만, 명절 음식이라도 시켜서 분위기를 낼 생각이다." /이재규
 

직장인 안유호씨 "속초서 우영우 몰아보기"

올해 취업성공으로 사회초년생이 된 안유호(26·씨)는 이번 추석연휴를 온전히 개인에게 쓰기로 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다보니, 나를 위한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것 같아 여행을 준비하게 됐다. 연휴에는 속초에 머무를 예정이다. 입사 첫해라 제대로 된 여름휴가도 다녀오지 못하다보니 연휴에라도 쉬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주말(3~4일) 미리 부모님이 계신 광주(경기도)를 다녀왔다. 부모님께서도 '아들 고생했다'며 이번만큼은 (명절에 여행가는 것을) 이해해주신다고 하셨다."

안유호
안유호

안씨의 여행일정은 소소하다. 낮에는 유명관광지를 혼자 걸으며 머리를 식힐 예정이다. 밤엔 숙소에 머물며 그간 못본 OTT를 볼 계획이다. 그 유명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그의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바쁜 일정 탓에 5화에 멈춰있다. 우영우를 본 다음에는 요즘 인기를 끄는 '모범형사2'와 '빅마우스'도 몰아볼 생각이다.

"요즘 물가가 올라서 큰 지출을 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명절날 끝나지 않는 잔소리를 피하기위해서라도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은 여행이었다. 지난 설날에는 취업을 걱정하는 친척들의 시선이 있었는데, 취업을 했으니 이제 큰아버지께서 '결혼준비는 언제하냐'고 물으실 겁니다."

25년간 명절 잔소리를 듣고 있다는 안씨는 처음 혼자 보내는 명절을 앞두고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여행을 마친 후엔 자취방으로 돌아와 고향에 가지 않은 대학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취업한 친구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잘 챙겨주겠다." / 이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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