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동네 작은 책방, 북스테이 호평… 전국서 발길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내부. /김명년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내부. /김명년

[중부매일 박은지·김명년 기자] '나만 알고 싶은 숲속 작은 책방'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지난 2018년 7월에 문을 연 세종 단비책방(대표 연영숙)은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비암사길 75에 위치해 있다. 세종 외곽에 위치해 쉽게 찾아가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는 발걸음은 줄지 않고 있다. 단비책방은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麻谷寺) 말사인 비암사와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테라스와 마당이 있고, 알록달록 꽃밭과 낮잠을 즐기는 반려견이 있는 전원주택 겸 북스테이를 겸하고 있다. 연영숙 세종 단비책방 대표는 책방 입지선정부터 개점까지 꼼꼼하고 치밀하게 계획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연영숙 단비책방 사장. /김명년
연영숙 단비책방 사장. /김명년

"닉네임 단비와 선재는 제가 비를 좋아해서 단비라고 닉네임을 지어봤고, 남편은 농가주택을 구입하며 터닝포인트가 된 곳이 '선재도'라서 선재로 지었다. 우리 부부가 '퇴직 후에 뭘하면서 살까'라고 대화를 하다가 책과 꽃이 있고 반려견이 있는 곳을 막연히 생각해보다가 경기도 인근 주택을 구입하게 됐다. 처음에는 카페를 운영할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으나 요새 신상카페들의 인테리어와 센스를 감히 못 따라갈 것 같아서 바로 접었다. 그러다가 둘다 '서점'을 생각해냈고 집하고 붙어있는 공간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세종 전의면으로 5~6년전에 8가구가 함께 들어와서 거주하게 됐다. 포털사이트에서 카페를 만들어서 마을주민이 됐고 공동명의로 사서 입주하게 됐다. 각자의 사생활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8가구가 모여사는 거주형태가 꽤나 만족스럽다. 서점 문을 처음 열 때 광고디자인을 하고 있는 남동생의 조언이 컸다. 서점 준비과정을 SNS채널을 통해 홍보하면서 개점까지 이어지자 전국서 손님이 방문했다. 포항부터 강화도에서도 오시다가 최근에는 공주, 대전, 세종에서 많이 방문하고 계신다."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내부. /김명년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내부. /김명년

연영숙 단비책방 대표는 경기도에서 사서직으로 18년을 근무하고 지난 2020년 2월 퇴직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맞이하게 된 제2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퇴직 후 한달동안의 방황을 끝마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단골손님의 말 한마디였다.

"지난 2018년에 책방을 처음 열 때는 남편이 운영하고 있었다. 저는 2020년 2월까지 금·토·일만 내려와서 도왔다. 경기도 시화쪽에 살면서 주말 주택생활을 해봤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종에 내려와 본격적인 주택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다가 퇴직하고 한달동안 쉬면서 위기라면 위기를 겪었다. 임시휴업으로 문을 닫아놓은 어느 날, 단골 손님이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서 '다른 곳 다 열었어. 바보짓 좀 하지마'라고 핀잔섞인 응원을 해주셨을 때 금세 털고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20여년 가까운 조직생활을 하면서 한 직종 사람들만 만나며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책방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대화로 이어지는 순간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매력적인 점이라고 생각한다."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다락방. /김명년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다락방. /김명년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독립서점들 대표들은 책 구매는 뒷전이고 도장깨기식으로 '독립서점 방문 인증샷'만 찍는 손님들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 서점들과 달리 세종 단비책방은 방문손님 대부분이 책을 구매하며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연영숙 대표는 그 비결을 '접근성 떨어지는 입지조건(?)과 진정성 담은 손님응대 비법에 대해 피력했다.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내부. /김명년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내부. /김명년

"서점을 운영하시는 주변분들에게 종종 '사진만 찍고 가는 손님'에 대한 하소연을 듣곤 한다. 저희 서점도 시내서점만큼 접근성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네 식구가 주말에 오셔서 사진만 찍고 가신 경우도 있었다.하지만 그런 분들은 일부고 저희 서점에 맘먹고 방문하시는 손님들은 책 한권이라도 구매하시면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서가에는 고전, 식물, 정원 관련 책을 배치해놓고 있는데 최근에 서가에 꽂힌 정원 관련 책을 통째로 구매해 가신분이 계셨다. 정가 판매로 계산해보니 70여만원 상당이었다. 서점 운영 중 가장 인상깊은 순간을 꼽으라면 그 손님이 떠오른다."

세종 단비책방은 현재 북스테이를 겸해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 8월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현재 주말 한팀씩만 예약을 받고 있는데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꽤나 높다는 입소문이 나 있다. 작가 북토크, 플리마켓, 독서모임 등 지역과 함께하는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다락방. /김명년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다락방. /김명년

인터뷰 중간 두명의 여성손님이 시집 제목을 묻기도 했고, 혼자 방문한 남성 손님이 유명브랜드 도넛을 사가지고 책방을 둘러보며 다락방 구경을 한참동안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연영숙 대표는 일일이 자연스럽게 응대하며 대화를 나눴고, 손님의 이야기에 매번 귀 기울였다.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내부. /김명년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단비책방 내부. /김명년

"매출이 잘 나오는 비결이라면 의례적인 말이 아니고 인사하고 눈마주치며 진심으로 대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아직 장사 4년차라 손님이 계산하라고 카드를 주시면 소꿉놀이 하는 기분처럼 재밌다. 관리자가 있는 곳에서 근무하다가 제 이름으로 운영하고 북큐레이션도 할 수 있어서 즐겁다. 책 배치가 달라지기만 해도 단골손님들이 알아봐주시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작가로 인연을 맺어 책 판매가 잘 돼 출판사 대표까지 되신 분이 있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책방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책방을 운영하고 싶어서 인기많은 북스테이도 손을 슬슬 뗄까 싶다. 이용자도 편해야하지만 책방지기도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친절하고 성실하게 운영하고 싶다. 만약 동네에 작은 책방이 있으면 들어가서 책도 보시고, 책방지기와도 이야기 나누시면서 책 한권 구매해주시는 여유를 가지셨으면 한다. 작은 책방이 잘 운영되고 많아지면 지역 문화형성에 큰 힘이 된다고 믿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웃처럼 만나는 책방이 되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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