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민구단 자부심 감독-구단-팬 '삼위일체'

광주FC 선수들과 코치진이 지난달 2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안산 그리너스 FC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홈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FC 제공
광주FC 선수들과 코치진이 지난달 2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안산 그리너스 FC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홈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FC 제공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이번 시즌 K리그2 대단원의 막이 내리기까지 단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벌써 우승 팀이 확정돼 축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K리그2 전통의 강호 '광주FC'다. 광주FC는 2위 팀인 대전 하나 시티즌과 10점이 넘는 압도적인 승점 차를 벌리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다음해에 K리그2에 처음 진입하는 청주FC도 언젠가는 강팀들과 우승 경쟁을 벌일텐데, 그러려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중부매일이 광주FC를 직접 만나 세 번의 K리그2 승격과 두 번의 우승 비결을 들어봤다. /편집자

◆오뚜기처럼 넘어지지 않는 빛고을의 자존심, 광주FC= 광주FC는 광주에 프로축구를 뿌리 내리기 위해 광주 상무 운영을 거쳐 지난 2010년 150만 광주시민의 염원을 담아 16번째 K리그 구단이자 시민구단으로 창단, 다음해 3월 첫 발을 내딛었다.

광주FC의 팬인 오승수씨는 지난달 2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두현석 선수의 유니폼을 관중석에 걸어두고 경기를 응원했다. /김명년
광주FC의 팬인 오승수씨는 지난달 2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두현석 선수의 유니폼을 관중석에 걸어두고 경기를 응원했다. /김명년

직후 박기동, 이승기가 태극 마크를 달면서 신생팀의 패기를 선보였으나, 지난 2012년 K리그 승강제 도입과 함께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이에 좌절하지 않고 2014년 플레이오프부터 승격까지 기적의 도장깨기를 이뤄냈다. 이후 2015년에는 승격팀 최초로 1부 잔류에 성공했고, 2016년에는 정조국의 득점왕, BEST 11, MVP 3관왕과 최고 순위인 8위를 기록하며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광주FC는 지난 2017년 여러 악조건 속에서 재강등을 당한다. 그럼에도 다음해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재승격 희망을 확인하고, 2019년에는 창단 첫 우승 트로피, K리그2 역대 최다 무패(19경기), 구단 통산 100승, 창단 첫 6연승 등 숱한 기록을 제조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광주FC는 지난 2021년 다시 강등 당했지만, 올해 새롭게 부임한 이정효 감독의 리더쉽 하에 한 시즌 만에 두 번째 우승으로 1부 리그 복귀를 확정지었다.

◆우승 이끈 이정효 감독의 리더십과 구단·팬의 뒷받침= 광주FC는 K리그2 우승 비결로 감독, 구단, 팬의 삼위일체를 꼽았다. 명장의 명품 리더십, 선수들의 간절함과 패기, 평일 원정 경기 응원도 마다 않는 팬들의 열정이 잘 어우러진 것이다.

특히 지난달 K리그 파라다이스시티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한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광주FC가 단순히 1부 리그로 승격하는 것을 넘어, 최고의 시민구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 선수들을 항상 철저하게 교육시켰다. 이는 선수들에게 큰 자극으로 다가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광주FC 관계자는 "타 구단에 비해 떨어지는 명성과 인기, 매해 스타 플레이어를 파는 셀링 클럽, 잔류 또는 강등 1순위 등 신생 구단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수없이 많다"면서도 "신생 구단은 승격에 목매고 조급하기 보다는 축구에 대한 강한 열정과 팀에 대한 자존심, 하나로 뭉치는 원팀 마인드, 유니폼과 엠블럼의 가치 등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역 연고 구단은 지역민들의 사랑과 응원이 있어야 고난과 시련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한한 팬 사랑이 빚어낸 전용구장= 광주FC는 지난 2020년 6월 광주월드컵경기장을 떠나 164억원의 예산을 들인 1만 석 규모의 광주축구전용구장을 개장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6m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가변석을 추가로 설치해 팬들이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도록 현장감을 극대화시켰다. 또 전광판과 조명 시설을 신설하고, 화장실 리모델링과 MD샵, 매점 신축 등으로 팬들의 편의성을 더욱 높였다.

두현석 광주FC 미드필더가 지난달 2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안산 그리너스 FC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김명년
두현석 광주FC 미드필더가 지난달 2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안산 그리너스 FC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김명년

또 광주FC는 팬들의 니즈 충족을 위해 각종 이벤트와 팬 서비스로 팬들과 소통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K리그 반장선거, 안영규-이으뜸 선수의 200경기 출장 이벤트, 따뜻한 손편지, 광주FC 인사이드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문지수 광주FC 홍보팀 사원은 "프로축구 선수와 구단은 팬이 있어야 존재한다"며 "광주FC에 대한 많은 정보와 일상의 소소한 재미, 유쾌한 콘텐츠로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단의 사랑에 보답하는 팬들= 모든 프로 종목이 다 마찬가지지만, 축구는 1부와 2부의 차이가 특히나 더 크다. 중계권료와 기업들의 후원 규모 등 다양한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가장 큰 것은 미디어 노출 빈도와 관심이다. 광주FC의 경우, 1부 리그에 속해 있던 지난해에는 포털 사이트 영상 평균 조회수가 7천337건이었으나, 2부 리그에 있는 올해는 1천683건으로 급락했다. 포털에 업로드 되는 영상 클립 또한 483건과 222건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그럼에도 광주FC의 팬들은 광주FC가 2부에 있다고 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팀을 외면하지 않았다. 지난해 광주FC의 평균 관중 수는 1천127명이었으나, 올해는 1천68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광주FC의 좋은 성적과 화끈한 경기력, 선수들의 팬 서비스 등이 모두 더해진 결과다.

광주FC 팬들이 지난달 2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안산 그리너스 FC와의 홈 경기에서 열띈 응원을 펼치고 있다. /김명년
광주FC 팬들이 지난달 2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안산 그리너스 FC와의 홈 경기에서 열띈 응원을 펼치고 있다. /김명년


오승수(43)씨는 지난달 26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FC와 안산 그리너스 FC의 경기에 두현석 광주FC 미드필더의 유니폼 9장을 가져왔다. 광주 토박이면서 광주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오씨는 "두현석 선수는 데뷔 때부터 플레이가 눈에 띄어 지금까지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꾸준히 응원해 왔다"며 "두현석 선수가 이번에 군대를 가게 돼서 아쉽지만, 원클럽맨이 돼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끝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구단이 과거에 비해 팬들과 진심이 담긴 소통을 많이 하면서 더 이상 짝사랑으로 느껴지지 않아 믿음직스럽다"고 덧붙였다.

◆광주FC 비상을 위한 지자체의 아낌없는 지원= 광주FC는 광주FC의 1부 리그 진출·유지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012~2013년에는 25억원을 지원했으나, 첫 승격 후인 2015년부터는 지원금을 6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2020~2022년에는 80억~90억원을 지원하면서 광주FC는 자체 예산까지 포함해 100억원 이상의 예산으로 팀을 운영해 왔다.

광주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광주도 2002 월드컵의 감동을 함께 한 도시임에도 지금까지 시민들의 체육 경기 관람이 야구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다"며 "광주FC에 광주시민들의 열정이 온전히 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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