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 누가 가난한 자인가⑧

양주가 말했다. "원헌(原憲)은 노나라에서 가난에 찌들었지만, 자공은 위나라에서 재물을 늘렸다. 원헌의 가난함은 삶을 손상시켰고, 자공의 재산 증식은 몸을 망가뜨렸다."

다른 사람이 물었다. "그렇다면 가난한 것도 좋지 않고 재물을 늘리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이로군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습니까?"

양주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삶을 즐기고 몸을 편안히 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삶을 즐기는 자는 가난하지 않고 몸을 편안히 하는 자는 재물을 불리지 않는다."('열자') (열어구 저, 정유선 옮김, '열자: 조화로운 삶이란 무엇인가', 동아일보사, 2016.)

"우리는 가지지 못한 고통이 잃는 고통보다 훨씬 덜하리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네. 그러면 잃을 것이 더 적은 가난이 덜 괴로울 것이네. 부자가 손실을 더 의연하게 참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착각일세. 상처에서 느끼는 고통은 몸집이 크나 작으나 매일반이니까 말일세. 돈을 잃는 것보다는 벌지 않는 것이 더 견딜만하고 수월하다네. 그래서 자네는 행운에게 버림받은 사람들보다는 행운이 거들떠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더 즐거워하는 것을 보게 될 걸세.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인 디오게네스는 이런 점을 보면서 자기로부터 아무것도 빼앗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네. 그대가 누구든 부만 보면 얼이 빠지는 자여,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 우주를 보라! 그대는 신들이 무일푼이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무엇이든 다 주는 것을 보게 되리라. 그대는 우연의 선물을 모두 벗어버린 사람을 가난하다고 여기는가, 아니면 불사신과 비슷하다고 여기는가? 디오게네스는 하나밖에 없는 노예가 도망쳤다는 보고를 들으면서 그를 도로 데려오는 것을 별로 보람 있는 일로 여기지 않았네. "마네스는 디오게네스 없이 살 수 있다는데, 디오게네스가 마네스 없이 살 수 없다면야 창피한 일이지"라고 그는 말했네. 내가 보기에 그의 말은 이런 뜻인 것 같네. "운명이여, 네 할 일이나 해라. 너는 디오게네스에게는 볼일이 없을 것이다. 내 노예가 달아났다고? 그가 달아남으로써 실제로 해방된 것은 나란 말이야. 디오게네스 같은 힘이 없는 우리로서는 운명의 타격에 덜 노출되도록 우리의 재물을 줄이기라도 해야 하네. 돈도 가난으로 영락하지도 않고 가난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정도가 가장 이상적인 금액일세. 우리가 먼저 절약을 몸에 익혔다면 그런 금액으로도 만족할 것이네. 절약 없이는 어떤 재물이 와도 충분하지 않고, 절약하면 어떤 재물로도 충분하다네. 한 가지 수단만 있다면 말일세. 검소하게 생활하면 가난 자체가 부로 변할 수 있다는 것 말일세. 우리는 부를 행운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에게서 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네. 인생의 다양하고 음험한 재앙을 다 물리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래서 돛을 활짝 펴는 사람은 폭풍을 만나게 마련이라네. 운명의 화살이 빗나가게 하려면 활동 범위를 줄여야 하네. 그래서 가끔 추방과 재앙이 결과적으로 약이 되고, 작은 피해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네."" (세네카)(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저, 천병희 역, '인생이 왜 짧은가', 숲,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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