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 고고(孤高)함이란



고고함이란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물들지 않는 것이다. 시인 백석은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에서 고고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 이 흰 바람벽엔 /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 그러하듯이"

외로움은 둘이 될 수 없음이 아니다. 혼자임을 고집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선택이기에 사실은 외롭지 않은 것이다. 봄날 화려한 벚꽃이기보다는 저 멀리 혼자 피는 들꽃이 되고 싶음이다. 한겨울 홀로 깃 속에 부리를 닦는 저 산새는 사실 외로움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공자는, 같이 있어 어울리지만 같아지지 않는 것을 군자라 하였다. '논어-자로'편 23장에 나오는 말이다.

子曰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

(공자 말씀에, 군자는 화합하지만 같아지지는 않으며, 소인은 같아지지만 화합하지 않는다.)

고고함이란 열악한 환경에서 더욱 빛나는 꽃과 같은 것이며, 같이 어울릴 수는 있지만 마음속 지조만큼은 함께하거나 꺾일 수 없는 것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 피지만,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기에 연꽃의 깨끗함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고고함은 군자의 덕으로, 연꽃을 사랑했던 염계 주돈이는 연꽃의 고고함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물과 뭍의 풀과 나무의 꽃 가운데 사랑할만한 것이 많으나, 진나라의 도연명은 홀로 국화를 사랑하였고, 이씨의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이 모란을 매우 사랑했으나, 나는 국화는 꽃 가운데 은일(隱逸)한 것이고,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한 것이며,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라고 말하니, 아! 국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도연명 이후에는 있다는 소문이 드물며, 연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와 함께하는 이가 몇이나 되는가? 모란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땅히 많을 것이다. 나는 홀로 연꽃이 진흙에서 나왔으면서도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아니하며, 가운데는 통하여 밖은 곧고, 덩굴 뻗지 않고, 가지치지 않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으며, 우뚝이 깨끗하게 서 있으며,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음을 좋아한다."(염계 주돈이 '애련설(愛蓮說)') (함현찬 지음, '성리학의 비조 주돈이',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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