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생활 접고 한국살이 6년차… 아이들에 판소리 매력 전파고파

편집자

지난 24일 음성 가섭사에서 열린 '2023 음성 국제 판소리 축제'에 판소리 하는 외국인이 등장해 객석이 술령였다. 외모는 외국인이지만 한국인 보다 한국말을 더 유창하게 하고, 판소리에 진심인 주인공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3학년에 재학중인 카메룬 출신 프랑스인 마포 로르(mafo laure)씨다. 한국이름은 '소율'로 좋아하는 배우 소지섭의 '소'와 음율을 뜻하는 '율'에서 따왔다. 1984년생인 그녀는 삼성전자 파리지사, 코카콜라 경영관리사 등 화려한 스펙을 소유한 재원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이수자인 민혜성 명창의 판소리 무대에 반해 2017년 퇴사후 한국행을 결심하고 현재 소리꾼의 길을 걷고 있다. 가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恨)의 정서'에 빠져든 그녀에게 한국의 문호와 판소리의 매력,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물어봤다.

 

카메룬 출신 프랑스인 마포 로르씨가 지난 24일 음성 가섭사에서 열린 '2023 음성 국제판소리 축제'에서 흥보가 중 박타령을 불러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카메룬 출신 프랑스인 마포 로르씨가 지난 24일 음성 가섭사에서 열린 '2023 음성 국제판소리 축제'에서 흥보가 중 박타령을 불러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 "제가 생각하는 판소리의 매력은 스토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와 같은 스토리는 삶의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소리로 풀어내는 과정도 일종의 테라피 효과를 안겨준다.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소리를 연습하는 시간은 저에게 힐링타임이다. 프랑스 생활을 접고 과감하게 한국행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기도 하다."

소위 말해 잘 나가던 대기업 생활을 접고 지난 2017년 판소리 공부를 위해 6년째 한국생활을 이어가는 로르씨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제 일상은 판소리 수업받고 한국말 공부하고 종종 공연 무대에 서고 있는 스케쥴로 짜여져 있다. 지금 방학기간이긴 한데 한국말 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다. 전체 수업이 한국말로 진행되고 있어서 게을리 할 수 없다.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한예종 와서 놀랐던 것은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는 사실이다. 주변에 열정을 갖고 열심히 매진하는 친구들 덕분에 큰 자극을 받고 저 또한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남는 시간에는 한국음식도 만들어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우 소지섭에 반해 한국이름에 '소'자를 딸만큼 애정이 있는 그녀는 최근 인상깊게 본 드라마로 라미란, 이도현 주연의 '나쁜 엄마'를 꼽았다. 배우 송혜교도 좋아해서 드라마 '더 글로리'도 곧 정주행할 계획이라며 웃었다. 프랑스에서도 한국드라마를 틈틈히 보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갔다는 그녀는 지난 24일 음성 가섭사를 방문했다. 해발 600m 높이에 위치한 염계달 선생의 독공처인 음성 가섭사 '국제 판소리 축제'에서 흥보가 중 '박타령'을 구성진 가락으로 선보였다. 당시 축제에는 김수연 국장, 전인삼 명창 등 내로라 하는 소리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인 보다 더 판소리를 사랑하는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카메룬 출신 프랑스인 마포 로르씨가 지난 24일 음성 가섭사에서 열린 '2023 음성 국제판소리 축제'에서 흥보가 중 박타령을 불러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카메룬 출신 프랑스인 마포 로르씨가 지난 24일 음성 가섭사에서 열린 '2023 음성 국제판소리 축제'에서 흥보가 중 박타령을 불러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직도 소리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크다. 대학교 졸업 후 대학원 진학해서 더 진지하게 판소리를 배우고 싶다. 전통음악을 낯설게 느끼는 요즘 친구들과 어린이들에게 판소리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 꾸준히 노력해서 복지시설이나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판소리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많은 무대를 통해 한국 전통음악과 세계음악의 컬래버 공연도 선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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