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인양된 장례식장 로비서 눈물바다

16일 오전 7시 39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앞에서 지하차도 침수 사고 유가족들이 시신을 이송하는 구급차를 막아세우고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경찰에 "왜 구조된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주지 않냐"고 항의했다. /신동빈
16일 오전 7시 39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앞에서 지하차도 침수 사고 유가족들이 시신을 이송하는 구급차를 막아세우고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경찰에 "왜 구조된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주지 않냐"고 항의했다. /신동빈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하루아침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사고현장을 마주하자 무너져 내렸다.

16일 오전 7시께 전날 실종신고를 한 가족들이 하나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현장으로 모였다. 실종자 수색이 진행된다는 말에 급히 현장을 찾은 이들은 경찰 통제선 밖에서 오열을 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유족은 경찰에 "우리 아이가 검정색 신발을 신었다"며 "시신이 인양되면 인상착의라도 확인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의 애끓는 요구에도 경찰은 절차상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자 몇몇 유족들은 시신 이송을 하는 구급차를 두 팔로 막아 세운 후 "타고 있는 아이가 남자냐, 여자냐, 나이가 얼마쯤 되냐"고 물었다. 구급차 운전자는 "모두 청주 모 병원으로 가니 그쪽으로 오셔라"고 유족들을 진정시켰다. 그 길로 시신이 이송되는 병원으로 모인 유족들은 장례식장 로비에 앉아 가족을 기다렸다. 구급차가 들어올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봤다.

어머니가 실종됐다는 60대 남성은 "○○아 왜 울어 엄마, 아빠는 강해"라며 자식들을 안심시키면서도, 불거지는 눈시울은 감출 수 없었다.

또 다른 로비에서는 실종자의 부부가 서로를 말없이 끌어안았다. 어머니를 잃은 아내의 눈물이 마르지 않자 남편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라고 말하며 등을 쓰다듬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망자에는 여행을 떠나던 20대 청년, 결혼한 지 2개월 밖에 안된 새신랑, 청주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사망한 9명은 청주 모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유가족 협의 후 빈소를 차릴 계획이다.

앞서 전날 오전 8시 45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미호강 제방이 붕괴되면서 지하차도에 물이 찼다. 이 사고로 오후 4시 기준 9명이 사망하고 9명이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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