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인양된 장례식장 로비서 눈물바다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하루아침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사고현장을 마주하자 무너져 내렸다.
16일 오전 7시께 전날 실종신고를 한 가족들이 하나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현장으로 모였다. 실종자 수색이 진행된다는 말에 급히 현장을 찾은 이들은 경찰 통제선 밖에서 오열을 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유족은 경찰에 "우리 아이가 검정색 신발을 신었다"며 "시신이 인양되면 인상착의라도 확인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의 애끓는 요구에도 경찰은 절차상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자 몇몇 유족들은 시신 이송을 하는 구급차를 두 팔로 막아 세운 후 "타고 있는 아이가 남자냐, 여자냐, 나이가 얼마쯤 되냐"고 물었다. 구급차 운전자는 "모두 청주 모 병원으로 가니 그쪽으로 오셔라"고 유족들을 진정시켰다. 그 길로 시신이 이송되는 병원으로 모인 유족들은 장례식장 로비에 앉아 가족을 기다렸다. 구급차가 들어올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봤다.
어머니가 실종됐다는 60대 남성은 "○○아 왜 울어 엄마, 아빠는 강해"라며 자식들을 안심시키면서도, 불거지는 눈시울은 감출 수 없었다.
또 다른 로비에서는 실종자의 부부가 서로를 말없이 끌어안았다. 어머니를 잃은 아내의 눈물이 마르지 않자 남편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라고 말하며 등을 쓰다듬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망자에는 여행을 떠나던 20대 청년, 결혼한 지 2개월 밖에 안된 새신랑, 청주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사망한 9명은 청주 모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유가족 협의 후 빈소를 차릴 계획이다.
앞서 전날 오전 8시 45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미호강 제방이 붕괴되면서 지하차도에 물이 찼다. 이 사고로 오후 4시 기준 9명이 사망하고 9명이 구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