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홍수통제소, 도에 연락無… 행복청, 미호강 제방관리도 부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4일 오전 7시께 청주시내는 경찰이 위험구간의 도로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고 깊이 4.5m, 전체 길이 685m인 오송읍 궁평 지하차도는 관계기관들의 협조 부족으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으면서 다수의 사망자 발생해 이번 참사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4일 오전 7시께 청주시내는 경찰이 위험구간의 도로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고 깊이 4.5m, 전체 길이 685m인 오송읍 궁평 지하차도는 관계기관들의 협조 부족으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으면서 다수의 사망자 발생해 이번 참사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폭우 속 인근 미호강 제방 붕괴로 지하차도에 차량 15대가 물에 잠겨 현재 9명이 사망한 청주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인재(人災)'라고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근에 있는 미호강의 제방관리가 허술했던 데다가 지하차도의 지대가 낮은 점을 고려해 사전에 차량통제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천 범람 가능성을 청주시 관할 구청에만 통보했고 청주시와 충북도간 상황 전파가 되지 않으면서 도로통제를 맡은 충북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는 15일 오전 8시 45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폭우로 인근 미호강 제방이 붕괴되면서 지하차도에 순식간에 물이 쏟아져 차량 15대가 침수되면서 시작됐다. 4차로의 궁평2지하차도는 전체 길이 685m로 긴 데다가 2∼3분만에 6만t의 물이 들어차 차량들이 빠져나갈 수 없었다.

금강홍수통제소가 사고 당일인 15일 새벽 4시5분께 청주시민에게 발송한 미호천 홍수경보 재난문자 캡처.
금강홍수통제소가 사고 당일인 15일 새벽 4시5분께 청주시민에게 발송한 미호천 홍수경보 재난문자 캡처.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당일 새벽 6시30분께 청주시 관할 구청에 "미호천 수위가 심각단계에 도달했으니 홍수에 대비해 저지대 및 취약구간 주민대피, 응급복구 조치를 지자체 메뉴얼에 맞춰 시행하라"는 내용의 전화통보를 했다. 앞서 새벽 4시5분께 미호천 홍수경보 발령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금강홍수통제소는 정작 도로통제를 맡고 있는 충북도에는 이같은 내용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궁평2지하차도는 지방도 508호선 구간으로 충북도가 관리한다. 도로통제는 도가 경찰과 협조해 이뤄진다.

청주시 역시 충북도에 별도의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관계기관들의 미흡한 협조로 사실상 도로통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는 사이 미호강 수위는 15일 새벽 5시 8.27m, 사고 직전인 오전 8시30분 10.01m를 기록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메뉴얼상 궁평2지하차도 도로통제는 도에서 했어야 했다"며 "청주시는 업무 분담상 주민 안내문자 전송, 인근 주민 대피, 시에서 관리하는 도로 차량통제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금강홍수통제소에서 당시 연락받은 게 없고 시청에서도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로 연락이 없었다"면서 "홍수 등 재난상황 전파는 도→시·군→읍면동 패턴인데 금강홍수통제소에서 구청에 연락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피력했다. 이어 "사고지점 인근은 미호천교 재설공사 중이라 공사업체가 상주하면서 관리하고 있고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에서도 도로침수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는데 불과 10여분만에 징후없이 급격하게 물이 들이닥쳐 도로통제하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청주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당시 CCTV 화면. / 충북도
청주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당시 CCTV 화면. / 충북도

인근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화를 키웠다.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에서 직선거리 600m 지점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천교 재가설공사를 진행중인데 제방 일부가 허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장마철에 대비해 제방 보강공사를 사전에 철저히 했어야 했다고 오송 지역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충북도, 청주시, 금강홍수통제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관계기관들은 일단 실종자 구조작업에 주력한 뒤 사고수습이 끝나는대로 책임소재를 따질 계획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