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공약사업 혈세 3억원 투입…A사 시설물 운영경험 전무
안내판 없고 동선 엉망 시민 불만…부시장 "원인파악·예방책 마련"

25일 충북경찰청 과학수사대원들이 청주시 상당구 꿀잼왕국 눈썰매장 터널붕괴 현장에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윤재원
25일 충북경찰청 과학수사대원들이 청주시 상당구 꿀잼왕국 눈썰매장 터널붕괴 현장에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윤재원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보행터널 붕괴사고가 '꿀잼왕국 눈썰매장'이 애초부터 시민이 아닌 청주시장과 위탁업체를 위한 사업으로 기획됐다는 지적이다.

이 사업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됐지만, 제대로 된 검증절차 없이 추진됐다. 위탁업체인 A사는 시로부터 총 2억9천800만원을 받았다. 또 65일간의 행사기간동안 발생하는 수익의 100%를 가져가게 된다. 청주시 겨울 대표행사라는 타이틀이 걸리면서 대대적으로 홍보된 사업이지만, 사실상 사설업체가 운영하는 사설행사장인 셈이다. 시가 관여한 부분은 음식값, 부대시설 이용료 책정정도다. 행사 이후 위탁업체가 얼마의 수익을 냈는지 확인할 근거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전에 대한 점검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시는 행사 전 두 차례(19~20일) 안전점검, 개장 전날 현장점검에서도 보행자 터널 붕괴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

지난 23일 청주시 상당구 청주시농업기술센터에 문을 연 '꿀잼왕국 눈썰매장'은 일반 유원지에서 체험할 수 있는 유료 놀이기구 체험이 주를 이뤘다. 유료체험장은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대기시간이 기본 30분 이상 걸렸다. 빙어잡기·시식체험의 경우 체험대기 20분, 체험 20분, 빙어튀기기 1시간이 소요됐다. 무료로 제공된 얼음썰매장과 눈썰매끌기, 민속체험은 안전요원도 없이 방치됐다.

행사장을 방문한 시민 B(32·여)씨는 "제대로 된 안내판도 없고 동선도 엉망"이라며 "청주시 대표축제라고 해서 왔는데, 특색은 없고 돈벌이용 체험만 있어서 실망만 하고 간다"고 말했다.

신병대(오른쪽) 청주부시장이 26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꿀잼왕국 눈썰매장' 보행자 터널붕괴사고 발생에 대해
신병대(오른쪽) 청주부시장이 26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꿀잼왕국 눈썰매장' 보행자 터널붕괴사고 발생에 대해 "청주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신동빈

A사 대표는 "시에서 받은 3억원은 슬로프 조성비용(1억6천만원), 운영요원 인건비 등으로 나간다"며 "4억원 이상 수익이 나야 남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업은 업체 수익보다는 내년 꿀잼왕국 사업권 추가 획득을 위한 목적이 크다"며 "일반축제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된 '꿀잼왕국 눈썰매장' 위탁운영업체 선정과정에는 2개 업체가 지원했다. 경쟁업체는 눈썰매장 운영경력이 있는 업체였지만 A사가 낙점됐다.

청주시에 따르면 A사는 경쟁업체에 5~6점(100점 만점) 앞섰다.

신병대 청주시부시장은 "대행사 선정은 경영실적으로만 따지기 어렵고, 그동안 경험치, 안전대책, 위급 시 대처인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이번 사고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앞으로 어떠한 조치를 해야 예방될 수 있는지 검토해서 대책 세우겠다"고 말했다.

꿀잼왕국 눈썰매장 보행자 터널 붕괴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26일 기준 3명(병원이송)에서 11명으로 늘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46세 남성은 퇴원 후 병원에서 10세 아들을 돌보고 있다. 25세 여성도 입원치료 중이다. 자력탈출하거나 대피 중 부상을 입은 8명은 사후 부상신고를 했다. 이들은 목과 허리, 발목 등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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