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시대 앞둔 청주공항 항공사들 왜 답답해 하나]
上. 눈만 내리면 결항·지연 이유 따로 있었다
이틀 간 7.3cm 눈에 15시간 멈춤
공군 "민간보다 군 활주로가 먼저"
항공사 "비용분담 신속 대응 필요"

편집자

청주국제공항은 행정수도 관문공항이면서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기능과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군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항이라는 점이 활성화의 한계로 지적된다. 여객터미널·주차장 등은 국토교통부·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시설인 반면, 항공기 이·착륙에 필요한 활주로 시설은 공군이 통제·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청주국제공항 민간 전용 활주로 신설 및 활성화 추진 민·관·정 공동위원회'는 공항 활성화를 위해 민간 전용 활주로 신설과 연장·재포장 등을 요구했다. 항공사들은 슬롯 수(1시간동안 비행기 이착륙 횟수)와 주기장부터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청주국제공항 활성화의 걸림돌과 현황을 진단한다.  / 편집자

 

청주 공군 기지(17전투비행단) 및 활주로 현황. /충북도
청주 공군 기지(17전투비행단) 및 활주로 현황. /충북도

[중부매일 이성현 기자] 2023년 이용객 369만명을 기록(지방공항 중 4위)해 500만 이용 시대를 앞둔 청주국제공항이 위상에 걸맞지 않게 눈만 내리면 항공기 지연·결항이 지나칠 정도로 속출하고 있다. 기상악화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일반적 인식이었으나, 항공업계는 활주로 통제권을 쥔 공군 방침에 따른 제설작업만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꼽아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발생한 기습 한파와 함께 내린 눈으로 활주로가 결빙되면서 16일~18일 청주국제공항에는 비행기 5편이 결항되고 133편이 지연 운항됐다.

16일부터 이틀간 청주 지역에 내린 눈은 7.3㎝다. 당시 청주국제공항 관계자는 "공군이 제설작업에 나섰지만 활주로가 얼어붙으며 항공편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탑승객 일부는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공항 내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탑승객 A씨는 "지방 출장을 위해 청주공항을 찾았지만 항공기 지연 소식을 늦게 받아 결국 공항에 체류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겪었다"고 말했다. 

다른 탑승객 B씨는 "일정에 맞춰 숙소를 예약했지만 갑작스럽게 결항 소식을 접했다"며 "환불을 신청해 전액 돌려받긴 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애를 먹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약 15시간에 걸쳐 비행기 탑승이 제한된 이용자들의 항의는 항공사로 쏟아졌다. 

그러나 항공사도 어쩔 수 없다는 상황이다. 공항 활주로 관리 권한이 공군 측에 있기 때문이다.

청주국제공항 기반시설 위치도. /충북도
청주국제공항 기반시설 위치도. /충북도

현재 청주국제공항 활주로는 2개로 군 전용(2천744m)과 민·군 공용(2천744m)으로 운영되고 있다.

항공사들 측은 "청주국제공항은 민·군 겸용 국제공항으로 항공기 이동지역 관리 책임은 군에 있다"며 "활주로와 관련한 모든 결정은 군에서만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제설작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활주로 제설이 늦어지면 결국 소비자들 불만을 받는 건 항공사 몫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민간 항공기 이동지역은 공항측이 관리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공군 측은 국가 안보와 관련해 항시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출동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17전투비행단 관계자는 "민간 활주로 조치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고 당시 기온이 실시간으로 급격히 낮아지는 바람에 제설작업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병력을 긴급 투입해 SE-88(공군에서 개발해 운영하는 활주로 제설작전용 장비)로 하루 종일 제설작업에 주력했다"며 "지방공항 대부분이 군 공항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항공사가 활주로를 관리하게 되면 투입될 인력과 예산으로 유지보수가 안 돼 무조건 적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은 "적자비용 일부를 우리가 분담하더라도 완벽한 활주로 상태를 신속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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