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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진실을 잃는 순간 그것은 찌라시가 된다".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의 명대사다. '찌라시(ちらし)'는 증권가 정보지를 뜻하는 은어다. 사실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거짓도 많다. 익명의 작성자가 유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덧붙여져 확대 재생산되기도 한다. SNS를 통한 찌라시의 전파력은 거의 빛의 속도다. 찌라시가 미디어와 페이스북, 카카오톡등 SNS를 통해 유통되면 때로 가짜뉴스(Fake News)로 둔갑해 누군가에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그는 대권레이스에서 하차하면서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 정치교체의 명분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로 실종됐다"고 말했다. 이후 각 대권후보 진영에선 '가짜뉴스'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짜뉴스는 얼핏 보면 진짜같이 보이지만 특정 정치인과 정파를 음해하는 조작된 내용을 담고 있다. 트래픽을 노리거나 장난삼아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여론조작이 목적이다. 가짜뉴스는 빠른 전파력과 파급력 때문에 아무리 정정 보도 자료를 내고 해명을 해도 '팩트'가 돼버린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도 가짜뉴스가 쟁점이었다. 힐러리 클린턴도 '피자게이트'로 당했다. 피자게이트는 힐러리와 민주당 인사들이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기사다. 가짜기사를 본 한 20대 남성이 해당 피자집을 찾아가 총을 난사하기도 했다. 이밖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힐러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공급했다" 등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들이 SNS를 통해 미국전역에 퍼졌다. 오죽하면 페이스북은 '페이크북'(fake book)이라는 오명을 들었다.

심각한 것은 독자들은 진짜뉴스보다 가짜뉴스에 더 반응한다는 점이다.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BuzzFeed)'가 2016년 11월에 낸 분석 기사에 따르면 미국 대선 전 3개월간 가장 인기 있었던 가짜 뉴스 20개의 페이스북 내 공유, 반응, 댓글 수는 871만 1천건으로 736만건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권위 있는 매체를 앞섰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도 발등의 불이 됐다. 허위뉴스가 범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해결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조기대선에 앞서 선관위가 가짜뉴스 툴을 제공하는 사업자관리와 SNS확산에 대응하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뉴스유통을 단속하고 처벌할 경우 '정부 주도의 검열'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선관위의 팩트체크 기능이 부실하거나 공정성이 의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이후 뉴스미디어연합은 출처 중복체크, 가짜뉴스 신고, 가짜뉴스 공유사실 적극 알릴 것, 인쇄버전 뉴스 읽거나 디지털 신문구독등 4가지의 대처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 언론은 팩트 체킹 부서를 신설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것은 종이신문이 사라지고 소셜미디어가 대세로 떠오르는 등 미디어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이젠 뉴스도 가짜와 진짜를 감별해야 하는 복잡한 세상이 됐다. 박상준/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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