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올해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작가는 조엔 롤링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1년 수입이 9천500만달러(1천69억원)에 달했다. 롤링은 그동안 1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재력을 쌓았다. 그러나 그도 작가로 데뷔했을 때는 '낡은 타이프라이터와 상상력'만 있는 '밑바닥 인생'이었다. 아이 하나 달린 '싱글맘'이었던 롤링은 어느 인터뷰에서 "당시 나는 주당 1만5천원도 못 벌어 겨우 부랑자보다는 나은 최빈곤층"이었다고 말했다. 200개국에서 4억만 부가 팔린 슈퍼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 첫 권은 무려 12개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13번째 출판사의 제의로 작가가 여성인 점을 숨기기 위해 이름을 바꾼 뒤 출판한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롤링이 화수분 같은 부(富)를 창출했지만 지금도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한다. 롤링은 "아주 가끔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떠올리면 그때로 돌아가지 않을까 불안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막다른 시절 절대빈곤은 외려 그에게 상상력의 원천이 됐는지도 모른다.

요즘 한창 뜨는 김영하, 한강, 조남주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독자들의 귀에 익숙하지만 작가는 대게 궁핍하다. 한국에서 오로지 글만 써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작가는 극소수다. 그중에서도 시인들은 특히 더 힘들다. 식당, 지하철, 심지어 데이트 중에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시대에 시집이 잘팔릴리 없다. 원고료도 늘 그대로다. 그나마 시는 원고지를 장당 계산하는 소설이나 번역 등과는 달리 편당으로 고료를 계산하는 구조도 시인을 힘들게 한다. 계간지 '창작과비평'처럼 시 한편 당 15만원을 주는 곳도 있지만 2~3만원, 2편 묶어 5만원 주는 곳이 대다수다. 시 한편 원고료로는 가족들과 외식조차 못한다.

지난해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 실태조사에서 문학인 수입 평균은 214만원이었다. 아마 시인은 더 적을 것이다. 그래서 교직에 있거나 문화센터 강사, 강연료, 고정기고등으로 부수입이 있다면 몰라도 전업 작가는 꿈도 못꾼다. 책을 낼 때마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는 극히 일부작가를 제외하고는 글을 써서 먹고사는 것이 얼마나 지난(至難)한지 보여준다.

서울대를 나오고 미술학 석사에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50만권 이상 팔렸다면 누구나 성공한 작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 최영미 시인도 생활고에 시달렸다. 최 시인은 "호텔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다"는 이메일을 유명호텔에 보낸 사실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지난해에도 페북에 "내가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자란다"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라고 탄식 글을 올렸다. 문학애호가들에겐 한숨이 나올법한 얘기다.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돈을 벌기위해 문학을 선택하지는 않았겠지만 작가도 생활인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쓴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바를 운영했다. 지금은 선인세만 수십억원을 받지만 작가초년생 시절엔 일을 끝내고 주방 식탁 앞에 앉아 소설을 썼다. 그 책에 등장하는 <변신>, <성城>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인정받는 보험국 공무원이었다. 정부는 한국형 엥떼르미땅제도(예술인실업급여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문학의 길은 마라톤을 뛰는것과 같다. 스스로 밥벌이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작가로서 열정을 불태우긴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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