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자녀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관계를 가리켜 천륜이라고 했으며 삼강오륜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왔다. 조선 중기의 학자 이이 선생은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죄가 3천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죄는 바로 불효하는 죄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그런 좋은 정신과 전통이 무너지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영국의 역사가인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의 멸망사'에 보면, 로마가 멸망한 가장 큰 원인은 로마 젊은이들이 대로마의 부와 힘에 도취하여 지혜의 축적자인 노인을 거부하고 멸시한 것이라고 했다. 두 아들을 둔 할머니가 있었다.장남은 사업에 크게 성공했다.넓은 집과 풍성한 식탁, 호화스런 옷 등 남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풍족했다. 둘째 아들은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했다.먹고 살기가 빠듯해 항상 정신이 없었다.더구나 자녀들이 많아서 더욱 생활이 어려웠다.그런데도 할머니는 장남 집보다는 차남 집에 머물기를 더 좋아했다.하루는 장남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동생은 먹고 살기도 힘들어요.어머니가 그곳에 가시면 부담스러워 해요.제가 더 좋은 음식과 옷으로 잘 봉양할 테니까 저희 집에서 사세요. 할머니는 넉넉한 웃음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좋은 음식과 옷이 아니란다.네 동생은 밤마다 내 등을 긁어 준다.학교에서 돌아온 손자들은 그 날의 재미있는 일들을 들려주지.

어떤 나라에서 효행상 콘테스트를 열었다. 최종 후보는 두 명으로 압축되었다. 한명은 도시의 대부호였고, 한명은 시골의 나무꾼이었다. 심사위원들이 비밀리에 두 명의 실생활을 조사했다. 부호는 화려한 집에서 온갖 맛난 것들을 부모님께 해 드렸다. 쇼핑과 멋진 여행 등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성심을 다했다. 모두 부호만큼 부모님을 극진히 모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승을 예상했다. 이번에는 시골 나무꾼을 관찰하러 갔다. 나무꾼은 나무를 마치고 오자 당연하다는 듯 웃통을 벗고 큰 양동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어머님이 아들의 등목을 해주시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본 심사위원들은 분노했다. 부모님을 씻겨드리지 못할망정 자신의 등목 심부름을 시켜서야 되겠는가. 어떻게 저런 작자가 우승 후보로 올라왔단 말인가 의아해 했다. 누군가 나무꾼에게 "어머님께 크게 불효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무꾼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어머님께서 땀 흘려 일하고 온 나의 등목을 해줄 때 가장 행복해 하신다."는 것이었다.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자신이 어머님을 씻겨드리려 해도 한사코 어머님께서 자신을 씻겨주시려 하기 때문에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대로 자신은 어머님의 뜻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결국 효행상은 나무꾼의 차지가 되었다고 한다. 효도는 한 번에 무엇인가를 크게 해 드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자에게 무엇이 가장 큰 효도인가를 묻는 제자에게 깊이 생각에 잠기다가 "얼굴빛이야!"라고 대답했다. 좋은 옷, 맛있는 음식 드리는 일이야 누구나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부모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괴로울 때에도 얼굴빛을 좋게 하여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효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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