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충북 14개 시 군 향토 음식 연구회 회원들이 체험 교육을 다녀왔다. 단양 A 회장을 중심으로 우리 고장의 향토음식을 찾아 연구 개발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활동하는 단체이다. 쌀 소비 촉진운동에 목표를 정하고 앞장을 섰다. 시민들과 함께 보고 실천 할 예쁜 요리책을 33명의 요리사들이 직접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들게 되었다. 레시피를 짜고 만들어 보며 연구를 해서 '우리 쌀. 맛있는 한 그릇'이란 책을 폐냈다.

이번에는 직접 사업을 해서 성공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현장을 보려고 체험 교육을 가는 길이다. 교육 체험코스로 충남의 한지를 직접 닥나무를 키워 만드는 곳으로 안내 되었다. 부부는 우리들을 버스 앞까지 나와 맞아준다. 회색 천을 누빈 개량 한복을 입은 주인이 스님을 닮아서 절에 온 것인가 하는 착각을 하게 했다. 언덕위에 있는 체험장을 들어섰다. 벽에 붙어 있는 한지의 그림이 어린 시절 만화책에서 본 그림처럼 느껴졌다. 작은 규모의 작업장은 195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체험장 대표는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충남 서산 인지면 무학재 1길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그림을 그리는 각시와 한지 공예를 즐기는 신랑이 살고 있었다. 여름 내내 산과들에 꽃과 닥나무를 기르는 재미로 산다고 말했다. 산과들이 휴식을 취하는 한겨울 닥나무로 한지를 만든다는 부부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신비스럽게 보였다. 각시는 어린 날부터 꿈이 있었다고 했다. 신랑을 만난 동기부터 목표를 달성하기 까지 고향을 지키며 이렇게 살고 있는 데는 무한한 꿈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아주 추운 날 임에도 공예가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한지 만드는 작업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한지를 만들 수 있는 닥나무의 역할과 점도를 유지시켜 주며 풀의 역할을 하는 황촉규식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만도 큰 소득이었다.

우리는 신랑과 각시의 안내로 한지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다. 베이지색 꽃을 피우는 황촉규는 뿌리를 풀 대신 사용하는 풀로 겁질을 벗겨 삶으면 끈적끈적하게 점액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쩌면 조물주께서는 우리들 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주셨는지 그 신비스러움에 놀랐다. 한지를 만드는 작업은 예로부터 농한기에 했다고 한다. 여름내 키운 닥나무를 겨울에 채취하여 껍질을 벗겨 방망이로 두두려 외피를 벗겨낸 다음 삶아서 한지를 만들었다.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깃들어야 한지는 탄생된다는 것을 배웠다.

각시는 한지 공예로 예쁜 그릇 만들기를 우리들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뿐 아니라 황촉규 씨앗을 가져가 꽃밭에 심으라며 나누워 주었다. 황촉규는 접시꽃으로 (히비스커스)차로 마시기도

이진순 수필가

한다. 콩 요리로 맛집을 운영하는 곳으로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하여 자리를 옮겼다. 콩 요리 집 입구 신발장위에 콩깍지가 콩 요리 집임을 말하고 있었다. 거창한 간판도 없이 말뚝에 소박한 밥집이란 안내판을 꽃아 놓고 첩첩 산중에서 살림집을 겸하여 운영하는 듯 보였다. 부부가 운영하는데 메뉴를 설명하는 안주인의 말씨에서 겸손함과 진실성이 보였다. 따듯한 콩 전을 중심으로 조개 넣고 두부전골이 밥상위에서 보글거리고 꿇고 야채 사라다, 장아찌 특히 냉이 된장 찌가 맛있었다. 말 그대로 소박한 밥상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우리들은 부푼 꿈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참으로 좋은 인연의 만남은 허가 받은 외출을 까맣게 지새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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