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라이온스협회 국제이사회에 참석 차 2주간 미국출장 중, 3일간 쿠바의 하바나를 방문했다. 라이온스협회가 지원하는 안과병원과 구호단체 방문 및 라이온스클럽 재건을 위한 것이었는데, 머무는 동안 휴대전화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어 매우 불편했다. 잘 아는 것처럼, 요즘은 외국공항에 내려 휴대폰을 켜면 바로 로밍서비스를 받아 자유롭게 하루 1만원 내외 요금으로 국내에서와 같이 뉴스는 물론 각종 인터넷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국내와 달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직 3G로만 서비스 되어 속도가 느릴 뿐이다. 그런데 쿠바는 인터넷 망이 부족하고 로밍서비스가 되지 않아서 통화 이외에 자유롭게 쓸 수가 없었다. 호텔에서 3일치 와이파이 사용권을 제공했지만, 속도도 느리고 상태가 불안해서 자주 끊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할 수 없이 저녁에 한 두 시간씩 호텔 방에서 불안한 와이파이 망을 통해 뉴스를 검색해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평소 사용하던 무료전화인 카톡 전화는 사용하지 못한 채 사흘 밤낮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특히 이번 쿠바방문을 통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깨닫게 되었다. 음식물과 언어를 비롯한 익숙한 생활패턴은 물론, 무엇보다도 하루 종일 지니고 있으면서 기본적인 통화기능 외에 일정정리, 사전 찾기, 뉴스검색, 자료 찾기, 사진 찍기, 영화 및 동영상 보기 등 일상생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다. 그 어떤 도구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휴대전화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휴대전화 이용에 관한 한 일본이든, 미국이든, 유럽이든, 아프리카든, 남미든 우리 보다 더 좋은 나라나 장소는 없다. 최고의 소통도구인 휴대전화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편리한 소통도구를 가지고 살면서 과연 우리네 삶은 제대로 소통하며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 선생님과 학생 사이, 직장의 동료 사이, 친구 사이, 조직의 구성원과 책임자 사이, 교인과 목회자 사이, 국민과 정치인 사이,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지 않는가. 물론 각자의 취향과 지향점이 다르니 그럴 수도 있고, 그것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어서 사회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살고 있다.

공동체 안에서는 서로 소통하며 살아야 하고, 소통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없이는 안 된다. 때로 대화가 너무 없어서 문제일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오히려 서로 자기 말만 하려고 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대화중에 서로 자기 말만 먼저 하려고 해서 엇갈리는 경우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 잠깐의 충돌과정도 따지고 보면 상대방의 말을 듣기 전에 내 말부터 하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재풍 변호사

가장 가까운 부부로부터 나아가 멀리 나라의 정치지도자, 하나님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의 말을 먼저 들으려 하는 소통의 마음이 필요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는 배려의 마음이 진정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상대방을 배려해서 그의 말을 먼저 경청한 뒤 내 뜻을 전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최고의 기도는 바라는 것을 따발총처럼 쏘아대는 것이 아니라, 귀 기울여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휴대전화 환경이 4G를 넘어 5G로 세계 최고의 소통공간이 된다한 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들으려는 마음 없이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불통국가일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말의 성찬이 벌어진다. 그렇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서는 그 결과가 좋을 수 없다. 완연한 봄, 나날이 아름다워지는 자연처럼, 우리 사회도 즐거운 소통을 통해 아름다움과 기쁨이 넘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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