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대표 물줄기 역사·문화·생명 아우르는 강

 

지난 설 무렵 충북 청주 인근의 미호강에서 바라본 해돋이 장면. 한남금북정맥 위로 솟아오른 해가 미호강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김성식
지난 설 무렵 충북 청주 인근의 미호강에서 바라본 해돋이 장면. 한남금북정맥 위로 솟아오른 해가 미호강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김성식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미호강을 바라보면 떠오르는 수식어가 있다. '미호강스럽다'는 수식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미호강은 220리(89.2km) 물길로 중부내륙권을 흐르는 충청의 대표 물줄기다. 지류인 칠장천, 병천천, 조천 등을 통해 경기 안성, 충남 천안, 세종시까지 아우르며 각 지역을 엮는 화합의 연(緣)이 돼 왔다.

미호강은 또 물길 대부분이 모래인 특별한 모래강으로서 여유로우면서 도도한 물흐름을 자랑한다. 물흐름이 인성을 낳는다고 했다. 미호강의 여유롭고 도도한 흐름은 충청인의 기질에 충(忠)과 의(義)를 더해주는 모티브가 됐다. 미호강 품에서 의병과 의병장, 항일독립운동가들이 무수히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중부내륙권의 대표 물줄기인 미호강은 바닥의 대부분이 모래로 이뤄진 특별한 모래강으로 숱한 생명을 품은 채 도도히 흐른다. /김성식
중부내륙권의 대표 물줄기인 미호강은 바닥의 대부분이 모래로 이뤄진 특별한 모래강으로 숱한 생명을 품은 채 도도히 흐른다. /김성식

이는 미호강이 유서 깊은 학(鶴)의 고장인 것과도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미호강 상류인 진천·음성 지역은 예부터 학의 고장으로 불렸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마저 이들 지역에 무려 3건의 학 번식지 및 도래군서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정도였다. 여기서의 학은 황새와 두루미류를 통칭한 말로서 당시엔 두 부류를 구분하지 않았다. 학은 선비의 상징이다. 미호강의 도도한 물흐름과 그 품에 깃들어 살던 학이 지역에 충과 의를 생명으로 하는 선비정신을 낳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미호강도 아픔은 있다. 1900년대 초까지 통일된 명칭 없이 지역별로 전해지는 이름으로 각각 불리다가 일제강점기인 1914년부터 미호천으로 표기돼 최근까지 사용된 역사적 아픔이다. 이 아픔은 지난해 미호천에서 미호강으로 명칭이 바뀐 뒤 다시 불거진 "일제 잔재니까 명칭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논란의 씨앗이 되고 있어 더 크다.

하지만 아픈 역사의 그림자가 미호강 앞날의 서광마저 덮을 수는 없다. 정작 경계할 것은 이같은 논란에 의한 지역민심의 분열이다. 미호강이 상생과 화합의 강으로 여전히 힘찬 물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민 스스로 노력해야 할 이유다. 명칭 변경 논란에 대해선 향후 다시 다룰 예정이다.

중부내륙권의 대표 물줄기인 미호강은 바닥의 대부분이 모래로 이뤄진 특별한 모래강으로 숱한 생명을 품은 채 도도히 흐른다. /김성식
중부내륙권의 대표 물줄기인 미호강은 바닥의 대부분이 모래로 이뤄진 특별한 모래강으로 숱한 생명을 품은 채 도도히 흐른다. /김성식

미호강의 최대 수식어는 뭐니 뭐니 해도 '작지만 세계적인 생명터'다. 물길은 220리 정도에 불과하지만 역사·문화·생명을 아우르는 위대한 강이다. 우선 세계 최고(最古)의 볍씨와 금속활자본을 낳은 인류문화의 메카란 점에서 그렇다. 옥산 소로리볍씨 유적이 미호강변에 위치하고 직지심체요절(직지)이 탄생한 청주 흥덕사지가 미호강 지류인 무심천 품에 있다.

미호강은 또 내로라할 생명의 곳간이다. 황새, 흰꼬리수리, 독수리,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각종 국제보호조류가 찾아들고 미호종개와 미선나무 자생지가 가장 먼저 발견된 곳이다.

미호강 수계에는 어림잡아 천연기념물 22건, 멸종위기 야생생물 25종, 산림청 희귀식물 17종이 서식·분포한다. 특히 금강 수계의 천연기념물 46건 중 절반가량이 미호강과 관련 있다.

미호강 수계(청주 무심천 상류)에서 발견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희귀생물 이끼도롱뇽. /김성식
미호강 수계(청주 무심천 상류)에서 발견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희귀생물 이끼도롱뇽. /김성식

미호강은 또 텃황새(텃새 황새)의 원고향으로서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가 태동한 곳이기도 하다. 최근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희귀종 이끼도롱뇽이 무심천 상류에서 발견됐다. 여기에 더해 미호강은 겨울철새 황오리의 국내 최대 월동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생태적 지위를 더욱 높게 평가받는다.

미호강은 지난해 7월 하천에서 강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최고의 해를 맞았다. 올해는 미호강 원년에서 2년차로 넘어가는 중요한 해다. '충청권 대표뉴스 플랫폼'을 올해 창간 33주년 아젠다로 정한 중부매일은 특별기획으로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에 들어갔다.

2023년 연중기획으로 진행될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는 매주 금요일자 지면을 통해 보도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미호강이 왜 세계적인 강인가를 역사·문화·생태 측면에서 살펴보고 특히 미호강이 갖는 생태 특성을 현장 위주로 파헤친다. 계절별로 종을 달리하며 미호강의 생태 다양성을 높이는 각종 생명붙이도 중점 소개한다.

우선 첫 탐사의 대상은 미호강의 대표 생물종인 황오리로 정했다. 황오리들이 국내 최대 월동지인 미호강을 찾아 겨울을 나는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프로필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충청일보 환경기자 등 환경생태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및 고문을 역임했다. 
한국기자협회 29회 한국기자상과 2회·9회·81회 이달의 기자상, 제1회 청주시 환경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 '금강1천리', '전문기자의 환경이야기1·2·3, 미호강의 생명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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