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 '하늘다람쥐·수달·삵·담비' 활동… 18종 서식 확인

미호강 수계서 18종의 포유류 확인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포유류는 자연생태계에서 소비자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산자인 식물성 먹이를 섭취하는 초식동물은 1차 소비자 역할을 하며 1차 소비자를 먹이로 하는 소형 육식동물은 2차 소비자 역할을, 2차 소비자를 잡아먹는 대형 육식동물은 3차 소비자 역할을 한다.

어느 한 지역의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생산자-소비자-분해자로 이어지는 에너지 순환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 자연생태계에서 소비자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포유류는 환경변화와 서식지 파괴 등으로 점차 종 수와 개체 수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미호강 서식 포유류로는 시궁쥐, 멧밭쥐, 등줄쥐, 두더지, 다람쥐, 하늘다람쥐, 관박쥐, 청설모, 고슴도치, 족제비, 멧토끼, 멧돼지, 고라니, 오소리, 너구리, 수달, 담비, 삵 등 18종이다. 이 중 미호강 생태계를 대표하는 포유류를 꼽자면 고라니를 들 수 있다. 고라니는 미호강의 상·중·하류에 걸쳐 골고루 분포하고 있으며 개체 수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특히 번식기를 앞둔 겨울철에는 한 자리에서 10여 마리가 떼지어 활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한다.

미호강에서 확인한 18종의 포유류 가운데 법정보호종인 하늘다람쥐, 수달, 삵, 담비에 관해 살펴 본다.

 

'미호강의 귀염둥이' 하늘다람쥐

미호강 지류인 증평 보강천 변의 한 노거수에 보금자리를 튼 하늘다람쥐. 설치목 청설모과의 한국특산아종으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이다. 국가적색목록 평가에는 취약종(VU)으로 분류돼 있다. /김성식

취재팀은 미호강 지류인 증평 보강천 변의 한 노거수에 보금자리를 튼 한 쌍의 하늘다람쥐(Pteromys volans aluco)를 확인했다. 딱다구리가 파놓은 나무구멍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 하늘다람쥐 커플은 낮에는 주로 잠을 자다가 해질 무렵이면 활동을 시작했다. 야행성이지만 낮 시간대에도 드물게 활동했다.

하늘다람쥐는 설치목 청설모과의 포유류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이다. 국가적색목록 평가에는 취약종(VU)으로 분류돼 있다. 문화재청의 국가문화유산포털 홈페이지에는 '하늘다람쥐는 백두산 일원에서는 흔히 발견되지만 남한의 중부지방에서는 매우 희귀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특산아종이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돼 있다.

하늘다람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날개막(비막)을 가진 동물이다. 날개막은 앞발과 뒷발을 중심으로 피부가 망토처럼 늘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 이 날개막으로 새처럼 날지는 못하지만 활강은 할 수 있다. 하늘다람쥐란 이름은 하늘을 활공하는 다람쥐란 의미를 담고 있다.
 

'미호강의 최상위 포식자' 수달

미호강 수계인 청주 무심천 상류에서 낮 시간대에 활동하고 있는 수달. /김성식

취재팀은 지난 4월 23일 새벽 충북 진천군 백곡저수지에서 먹이 사냥을 마치고 보금자리로 향하는 수달(Lutra lutra) 가족 4마리를 확인했다. 백곡저수지는 미호강 지류인 백곡천에 위치해 있다. 미호강 수계에서 수달이 한 장소에서 동시에 4마리가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중복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미호강 수계에서 수달은 본류 외에도 청주 무심천, 증평 보강천, 진천 백곡천을 중심으로 출현하고 있다. 미호강 본류와 이들 지류에서는 가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먹는 장면도 관찰된다.

아울러 수달이 살고 있음을 알려주는 흔적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겨울에 눈이 오면 평상시보다 더욱 쉽게 수달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수달 흔적으로는 배설물과 먹이활동 흔적, 발자국, 꼬리 끌린 자국 등이 있다.

수달 배설물은 특징이 있다. 육식성이기 때문에 소화되지 않은 먹이 동물의 뼈가 배설물에 남아 있다. 수달은 바위 위에 배설하는 습성이 있어 수달이 서식하는 수역에서는 배설물이 흔히 발견된다. 먹이활동 흔적도 수달 흔적의 한 특징이다. 특히 물고기를 잡아먹은 경우 비늘과 지느러미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쉽게 구별된다.

수달은 또 독특한 발자국을 남긴다. 수달은 네 발 모두 물갈퀴가 있어 발자국에 물갈퀴 흔적이 남아 있다. 또 발가락 볼이 유난히 두툼해 마치 큰 구슬로 누른 듯한 발자국이 남는다. 수달은 걸을 때 긴 꼬리를 끌고 다니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모래나 눈 위에는 발자국과 함께 꼬리 끌린 자국이 남게 된다.

수달은 최상위 포식자다. 최상위 포식자가 산다는 건 하천생태계가 아직은 어느 정도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다. 미호강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갈수록 단순해지는 가운데에서도 희망의 빛이 비추고 있음을 수달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유일한 고양잇과 포유류' 삵

청주시 관내의 미호강 본류 하천변에서 낮에 먹이를 찾고 있는 삵 성체. /김성식

삵(Prionailurus bengalensis)은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국가적색목록 평가에 취약종(VU)으로 분류돼 있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양잇과 포유류이기도 하다.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가끔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취재팀은 지난 6월 낮 시간대에 청주 무심천 상류에서 도로를 건너고 있는 삵 한 마리를 목격한 적 있다. 당시 목격된 삵은 중간 크기의 어린 개체였다. 이로 보아 무심천 상류 일대에서 삵의 번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팀은 또 청주시 관내의 미호강 본류에서도 낮에 활동하는 삵 성체 한 마리를 관찰했다. 삵은 곤충류와 각종 쥐, 다람쥐, 청설모, 닭, 오리류, 꿩 등을 잡아먹는 육상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따라서 삵이 미호강 수계에 살면서 번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 또한 미호강 생태계의 건강성과 관련해 반가운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담비, 청주 도심공원에 깜짝 출현

미호강 수계에 연이어 출현…생태계 변화 증거

지난 5월 도심공원인 청주 당산공원에 홀연히 나타난 담비 모습. /김성임 숲해설가 제공
지난 5월 도심공원인 청주 당산공원에 홀연히 나타난 담비 모습. /김성임 숲해설가 제공

지난 5월 26일에는 담비(학명 Martes flavigula, 이명 노란목도리담비) 한 마리가 청주시내 도심공원에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국가적색목록 평가 취약종(VU)인 담비가 나타난 곳은 청주 당산공원으로 충청북도청과는 2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심 근린공원이다.

식육목 족제빗과의 산림성 동물로 보통 2~6마리 정도의 작은 무리를 이뤄 깊은 산림에 서식하는 담비가 홀로 도심공원에 나타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담비를 촬영한 김성임씨(청주시 당산자연마당 숲해설가)는 "약 4주 전에 담비가 처음 나타난 후 뽕나무 오디가 익을 무렵엔 연 3일 나타났다"며 "우암산을 따라 당산공원까지 들어왔다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물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취재팀은 즉시 현장 취재에 들어가 약 일주일간 잠복했으나 담비를 확인하지 못했다. 취재팀이 잠복에 들어간 시점은 이미 담비가 당산공원을 빠져나간 후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취재팀은 청주 무심천 상류에서 하천을 가로질러 건너는 담비 한 마리를 목격했다. 이처럼 산림성 동물인 담비가 미호강 수계에서 연이어 나타난 것은 미호강 생태계에 변화가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로 여겨진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