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해 습지 오가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

 

지난 겨울 미호강을 찾아 먹이활동 하는 재두루미들. 미호강은 한반도 중부 내륙을 흐르는 하천으로서 아시아 대륙과 한반도의 남해 습지, 제주 습지, 더 멀리는 일본 열도를 오가는 각종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한다./김성식
지난 겨울 미호강을 찾아 먹이활동 하는 재두루미들. 미호강은 한반도 중부 내륙을 흐르는 하천으로서 아시아 대륙과 한반도의 남해 습지, 제주 습지, 더 멀리는 일본 열도를 오가는 각종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한다./김성식

내륙의 강으로서 중간기착지 역할

미호강의 자연생태 특성은 무엇일까. 현행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자연생태'는 자연의 상태에서 이루어진 지리적 또는 지질적 환경과 그 조건 아래에서 생물이 생활하고 있는 모든 현상을 일컫는다.

미호강의 자연생태는 한 마디로 매우 독특하다. 국내에 이런 강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하다. 어떤 면에서는 다른 강에 비해 매우 돋보이는 자연생태를 보인다. 가히 작지만 세계적인 강이라 부를 만하다. 아니 미호강을 작지만 세계적인 강으로 부르는 이유가 바로 미호강의 독특한 자연생태 특성(특수성)과 가치 때문이라고 할 만큼 남다르다.

미호강의 자연생태 특성을 더욱 독특하게 만든 요인으로 가장 먼저 생물지리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미호강이 한반도 중부 내륙을 흐르는 강이라는 점에서 미호강 만이 갖는 자연생태 특성이 있다는 얘기다. 특히 주목해야 할 특성은 한반도 내륙으로 이어지는 남북 생태축의 연결선 상에 미호강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중요한 예를 들어보자. 미호강은 한반도 중부 내륙을 흐르는 하천이기에 시베리아 등 북쪽 지역으로부터 한반도의 남해 습지, 제주 습지, 더 멀리는 일본 열도를 오가는 각종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 대륙에서 번식해 겨울이면 한반도 남해 습지 등을 오가는 주요 철새들이 이동시기가 되면 미호강에서 자주 목격되는 이유다. 황새, 큰고니, 독수리, 흰꼬리수리는 물론 최근 개체 수가 급증한 재두루미 등이 이에 속한다. 철새 중간기착지로의 기능은 미호강의 생태 다양성을 높여주고 나아가 생태적 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에 더욱 중요한 생태 특성이다.

미호강이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 지도./김성식
미호강이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 지도./김성식

철새 이동과 관련해 중간기착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과정에서 철새들이 들르는 중간기착지는 철새의 안녕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월동지에서 무사히 겨울을 지낸 철새라 하더라도 번식지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중간기착지에서의 안녕이 확보되지 않는 한 무사 귀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서해와 내륙의 생태계 연결하는 통로 역할

미호강의 자연생태 특성과 관련해 미호강이 금강과 연결된 물줄기란 점도 눈여겨볼 지리적 환경요인이다. 금강은 미호강의 본류로서 서해가 종착지다. 이는 곧 미호강이 본류인 금강을 통해 서해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미호강과 금강은 내륙과 서해를 잇는 물줄기로서 양 지역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서해안에서 금강 수계의 물길을 따라 미호강 중류까지 거슬러 올라온 한국재갈매기들. 금강과 미호강이 바다와 내륙의 생태계를 잇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김성식
서해안에서 금강 수계의 물길을 따라 미호강 중류까지 거슬러 올라온 한국재갈매기들. 금강과 미호강이 바다와 내륙의 생태계를 잇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김성식

내륙의 생태계 입장에서 보면 미호강과 금강은 바다와 갯벌이라는 특수한 생태계를 연결해 주는 생태통로 같은 역할을 한다. 내륙에 얽매인 닫힌 생태계가 아니라 바다 및 갯벌 생태계와 연결된 열린 생태계로서의 기능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미호강과 금강으로 이어진 물줄기인 셈이다. 이러한 특수 상황도 미호강의 생태 특성과 다양성을 더해주는 한 요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는 의외로 많다. 바닷새인 갈매기류를 비롯해 하구 갯벌을 선호하는 일부 물떼새류와 도요류, 오리류가 금강과 미호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내륙수계인 미호강까지 오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바다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 충북 청주 인근 미호강에서는 최근 바닷새인 갈매기류가 흔히 관찰된다. 서해에 사는 갈매기류가 금강 물줄기를 따라 세종시 관내의 합강리(금강·미호강 합류점)까지 날아들었다가 미호강을 따라 청주 인근까지 날아와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대표적인 갈매기가 한국재갈매기다.

또 하구나 바다 습지를 선호하는 장다리물떼새, 댕기물떼새, 꺅도요 등의 물떼새류와 도요류도 같은 경로를 타고 미호강 중류까지 곧잘 날아든다. 겨울철에 금강하구 습지와 갯벌을 찾는 혹부리오리, 고방오리, 가창오리 중에도 미호강을 찾아 겨울을 나는 개체들이 있는데 이들 또한 같은 경로를 통해 찾아든다.

이 같은 사례들은 금강과 미호강이 실제로 바다와 내륙의 생태계를 잇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더욱 두드러지는 생태 통로 역할

주로 강 하구와 갯벌에 사는 노랑부리저어새들이 내륙의 강인 미호강을 찾아 먹이활동 하는 장면. 금강과 미호강이 생태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다 확실히 뒷받침한다./김성식
주로 강 하구와 갯벌에 사는 노랑부리저어새들이 내륙의 강인 미호강을 찾아 먹이활동 하는 장면. 금강과 미호강이 생태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다 확실히 뒷받침한다./김성식

금강과 미호강이 바다와 내륙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최근 이러한 역할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사례가 있다. 바로 노랑부리저어새와 가창오리의 잇단 내륙행이다.

2023년 1월 초부터 2월 초까지 약 한 달간 미호강 중류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당시 1월 8일 노랑부리저어새 한 마리가 청주시 관내의 미호강에 나타난 이래 2월 6일까지 8차례에 걸쳐 모두 21마리가 잇따라 출현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1회당 평균 약 2.6마리가 관찰됐다. 가장 많은 개체 수가 나타난 날은 1월 18일로 6마리가 관찰됐다. 그 이전까지는 한두 마리가 금강 합류부 이하 수계에서 이따금 관찰됐을 뿐 이때처럼 여러 개체가 여러 번에 걸쳐 잇따라 미호강 중하류에 출현한 것은 처음이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바닷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모든 분포지가 바다와 가깝다. 이런 분포 특성을 가진 새가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에서 한 달 가까이 연이어 나타났다는 것은 이변 중의 이변이다.

일부 학자는 한반도 기후 변화에 따라 조류의 이동 패턴에 변화가 오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미호강의 조류 서식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로부터 약 10여 일 뒤인 2월 중순엔 이런 일도 있었다. 가창오리가 떼지어 미호강 중류에서 해빙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처음 발견됐다. 당시 2월 16일부터 3월 초까지 약 20일 동안 진천 백곡저수지에서 약 3만 마리, 인근 초평저수지에서 약 1만2천 마리가 무리 생활하며 군무를 펼치는 희귀한 장면을 펼쳐졌다.

한 전문가는 가창오리들이 해빙기 이후 번식지로 돌아갈 때까지 머물 예비 월동지로서 미호강 중류를 찾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미호강을 찾은 가창오리들은 금강하구 쪽에 머물던 큰 집단에서 떨어져 나왔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창오리는 1년 전인 2022년 3월 초에도 비록 10여 마리밖에 안 되는 작은 무리이지만 미호강 중하류인 청주 작천보에서 관찰된 적 있다. 당시에도 금강하구를 찾은 가창오리 무리 중 일부가 금강과 미호강 물길을 타고 거슬러 올라왔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금강과 미호강이 바다와 내륙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다 확실히 뒷받침하는 증거다. 미호강이 내륙의 강이면서도 바다 생태계의 구성원인 일부 바닷새들이 찾아오는 특별한 강임을 입증한다.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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