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야산서 희귀식물 '솔붓꽃' 자생지 발견

발원지인 충북 음성 망이산성에서 바라다본 미호강 수계 전망(바탕 사진)과 미호강 수계에서 관찰된 산림청 지정 희귀 육상식물들./김성식
발원지인 충북 음성 망이산성에서 바라다본 미호강 수계 전망(바탕 사진)과 미호강 수계에서 관찰된 산림청 지정 희귀 육상식물들./김성식

◆미호강과 산림청 희귀식물

산림청은 2012년 1월부터 희귀식물과 특산식물을 지정, 관리해오고 있다. 관련 법인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이 중 희귀식물은 '자생식물 중 개체 수와 자생지가 감소하고 있어 특별한 보호·관리가 필요한 식물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식물'을 말한다.

산림청은 희귀식물을 야생절멸종(EW), 멸종위기종(CR), 위기종(EN), 취약종(VU), 약관심종(LC), 자료부족종(DD)으로 범주를 나눠 지정하고 있는데 현재 571종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취재 결과 미호강 수계에서는 18종의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 관찰됐다. 이들 희귀식물은 미호강 생태계를 더욱 미호강 생태계스럽게 특징 지워 주고 생태적 가치를 더해주는 소중한 생명체다. 이 가운데 가시연을 비롯한 7종은 전편(32회, 미호강의 식물류…①수생 및 수변식물)에서 다뤘고 이번 편에서는 육상식물 11종에 관해 살펴본다.

◆솔붓꽃 새 자생지 발견

취재팀은 지난 5월 초 청주시 청원구 주중동의 한 야산에서 솔붓꽃 자생지를 찾아냈다. 양지바른 곳의 한 묘지를 중심으로 솔붓꽃이 자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는데 주변에 불어닥치고 있는 개발 압력으로 인해 자생지 훼손이 우려된다. 솔붓꽃은 크기는 작지만 꽃이 크고 아름다운 데다 봄철 야산의 저지대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남획 위험성이 높다.

지난 5월 초 취재팀이 충북 청주시 관내에서 새로운 자생지를 찾아낸 솔붓꽃(산림청 지정 희귀식물)./김성식
지난 5월 초 취재팀이 충북 청주시 관내에서 새로운 자생지를 찾아낸 솔붓꽃(산림청 지정 희귀식물)./김성식

솔붓꽃은 중국, 몽골, 러시아, 동유럽 등지에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이지만 특이하게도 우리나라 남한지역의 마을 근처나 묘지 주변에서 극소수가 자생한다. 하지만 개발에 따른 자생지 파괴와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자 환경부는 2012년부터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 보호해 왔다.

그러던 중 최근 실시한 멸종위기야생생물 전국 분포조사에서 기존 분포지였던 경기, 충남, 대구 외에 전남 해안가에서 새 자생지가 발견되고 개체 수도 알려진 것보다 많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서 전격 해제했다. 이에 따라 산림청 희귀식물로만 지정된 상태다.

◆미호강의 희귀 육상식물들

이번에 새 자생지가 확인된 솔붓꽃을 비롯한 11종의 산림청 지정 희귀 육상식물은 미호강의 육상식물상을 대표하는 식물들로서 종 자체는 법정 보호종이면서 미호강의 육상식물상, 나아가 미호강의 생태적 특성을 대변해 주고 있다.

예를 들면 미선나무는 미호강의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특별한 존재다. 우리나라에서 미선나무 자생지가 처음 발견된 곳이 미호강 수계이기 때문이다. 미호강의 미선나무 자생지에 관해선 뒤에서 별도로 설명하기로 하고 먼저 개정향풀, 깽깽이풀, 삼지구엽초, 천마, 가침박달, 구상난풀, 사철난, 쥐방울덩굴, 히어리 등의 희귀식물부터 소개한다.

개정향풀(협죽도과, Trachomitum lancifolium)은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멸종위기종으로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도로변에서 극소수 개체가 관찰됐다. 이곳에서 본래부터 자생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1910년대까지 국내에서 관찰되다가 90여 년 동안 발견되지 않아 학계는 멸종한 것으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2005년에 경기만 해안에서 다시 발견돼 관심을 끈 이후 10여 곳에서 자생지가 추가 확인됐다.

깽깽이풀(매자나뭇과, Jeffersonia dubia)은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위기종으로 미호강 수계의 증평군과 진천군 관내 산지에서 매우 적은 개체가 관찰된다. 4월에 보라색 또는 흰색의 꽃을 피우는데 관상가치가 높아 자생지 대부분이 훼손되고 있다.

삼지구엽초(매자나뭇과, Epimedium koreanum)는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취약종으로 미호강 수계의 증평군과 진천군, 음성군 관내에서 매우 적은 개체가 관찰된다. 가지가 3개로 갈라지고 각 가지마다 3장의 잎이 달린다고 해서 삼지구엽초란 이름이 붙었다.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취약종인 천마(난초과, Gastrodia elata)는 미호강 수계의 증평군, 진천군, 음성군 관내 산지에서 관찰된다. 이름만 보면 맛과 식물로 오인하기 쉬우나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가침박달(장밋과, Exochorda serratifolia)은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약관심종으로 미호강 수계에서는 유일하게 청주시 관내 것대산 자락의 한 사찰 주변에 자생한다. 5월에 흰색의 꽃을 피우며 꽃 모양과 열매가 독특하게 생겼다.

구상난풀(수정난풀과, Monotropa hypopithys)은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약관심종이다. 난풀이란 이름은 난초도 아니고 풀도 아닌 애매모호한 식물이란 뜻에서 붙여졌다. 미호강 수계인 진천군 관내 산지에서 소수가 관찰된다.

사철란(난초과, Goodyera schlechtendaliana) 역시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약관심종이다. 미호강 수계의 청주시, 증평군, 진천군, 음성군 관내 소나무 숲에서 작은 군락 형태로 관찰된다.

쥐방울덩굴(쥐방울덩굴과, Aristolochia contorta)도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약관심종이다. 미호강 본류와 각 지류의 제방에서 주로 군락 형태로 자란다. 꼬리명주나비와 사향제비나비의 먹이식물로 생태적 기능과 가치가 높다.

역시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약관심종인 히어리(조록나뭇과, Corylopsis gotoana var. coreana)는 진천군 관내에서 관찰되는데 외지로부터 옮겨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호강은 미선나무의 본향(本鄕)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미선나무(물푸레나뭇과, Abeliophyllum distichum)는 미호강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식물이다. 미호강은 미선나무의 본향이다. 일제강점기인 1917년 수원임업사무소 직원이었던 정태현 박사가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에서 미선나무 자생지를 처음 발견하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미선나무 자생지가 있는 용정리는 미호강 지류인 초평천이 흐른다.

지난 2010년 12월 충북 진천군 초평면 주민들이 원 자생지에 이식 복원한 미선나무와 미선이란 이름을 낳은 열매 모습(원 사진)./김성식
지난 2010년 12월 충북 진천군 초평면 주민들이 원 자생지에 이식 복원한 미선나무와 미선이란 이름을 낳은 열매 모습(원 사진)./김성식

이어 1919년 일본인 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새로운 종임을 확인하고 '미선(尾扇)'이란 이름을 명명했고 1924년 이시토 야쓰토무가 학계에 보고했다. 1957년엔 국민학교 5학년 2학기 자연 교과서에 실렸고 1962년엔 천연기념물 14호로 지정됐다.

유명세를 타자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전 세계에서 이곳밖에 없는 희귀종이란 소문이 번지면서 너도나도 캐어가는 바람에 자생지가 순식간에 훼손됐다. 그 결과 천연기념물 지정 7년 만에 지정 해제됐다. 미호강의 생태적 특성을 대변하는 식물 자생지가 지역민의 손에 의해 훼손되는 뼈아픈 일이 생긴 것이다.

자생지 주민들은 부끄러운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2010년 12월 지금의 장소(용정리 도로변)에 기념비를 세우고 미선나무를 이식 복원했다.

이후 국내에서 발견된 미선나무 자생지 5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그중 4곳이 충북에 있다. 미선나무는 한때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적 있었으나 해제됐고 지금은 산림청 희귀식물 중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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