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생태적 버팀목 역할 해오는 소중한 존재들

중부매일 취재팀은 최근 미호강변에 위치한 '청주 정북동토성'의 해자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원 안)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해자는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웅덩이를 일컫는다. /김성식
중부매일 취재팀은 최근 미호강변에 위치한 '청주 정북동토성'의 해자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맹꽁이(원 안)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해자는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웅덩이를 일컫는다. /김성식

 

생명 보호 운동 단초 제공

전편에서 살펴본 이끼도롱뇽과 함께 미호강을 대표하는 양서류로는 금개구리(Pelophylax chosenicus)와 맹꽁이(Kaloula borealis)를 들 수 있다. 금개구리와 맹꽁이는 둘 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국가적색목록 취약(VU) 등급이다. 금개구리는 한국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 등으로 개체 수와 서식지가 전국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임에도 여전히 두 종은 미호강의 양서류 목록에 빛을 더하고 있는 소중한 존재다. 특히 두 종은 충북 청주시를 중심으로 한 미호강 중하류의 생태적 특징을 대변할 만큼 존재감이 강하다.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개발 압력이 미호강 수계 내 그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곳임에도 두 터주대감 격의 양서류가 꿋꿋하게 터전을 지켜옴으로써 오히려 지역사회의 생태적 버팀목 혹은 보루 역할을 해오고 있다.

청주 인근의 '미호강에는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산다'는 펙트가 지역민들에게는 자긍심의 씨앗이 되어 지역사랑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주지역에서 두꺼비, 금개구리, 맹꽁이 같은 양서류 보호운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활성화돼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호강이 품어온 여러 생명체 중에서 서식지 파괴에 매우 민감한 이들 양서류가 지역을 대표하는 깃대종으로서 생명 보호 운동의 단초를 제공한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청주 하면 두꺼비, 금개구리, 맹꽁이가 연상될 정도로 양서류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도시로 각인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금개구리 특성과 서식 현황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강외들'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금개구리. /김성식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강외들'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금개구리. /김성식

금개구리는 참개구리와 같은 속(참개구리속)이다. 그런 만큼 습성과 생태가 비슷하고 서식지 또한 겹치는 부분이 많아 '경쟁하는 동서종 관계'다. 등 옆으로 두 줄의 금색 융기선이 뚜렷하게 돋아나 있어 금줄개구리라고도 부른다.

금개구리는 영명이 'Seoul pond frog'다. 직역하면 '서울연못개구리'다. 학명은 Pelophylax chosenicus(펠로필락스 조세니쿠스)로 '조선개구리'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일본인에 의해 신종 발표됐기에 종소명에 조선이란 명칭이 인용됐다.

금개구리는 저지대의 논과 농수로, 습지 등에 주로 사는데 한 서식지에 터를 잡으면 여간해 그곳을 떠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이 특이한 습성이 금개구리의 절종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즉, 기존의 서식지를 잘 떠나지 않는 습성 때문에 '서식지 파괴는 곧 몰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적색목록 평가 결과 전국에 서식지가 불과 20개소밖에 안 되는 데다 서식지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임을 감안해 취약(VU)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미호강 대탐사 취재팀이 확인한 바로는 현재 미호강 수계 내에서 서식지라고 부를 만한 곳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원이 거의 유일하다. 특히 오송읍 궁평1리를 중심으로 한 '강외들'에 적지 않은 개체가 서식한다. 청주 원흥이두꺼비생태공원 등에도 서식하나 개체 수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 대한 보살핌은 개체 수와 상관없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청주 오송지역은 KTX 오송역과 오송생명과학단지가 들어서 있는 데다 산업단지의 추가 조성 등과 관련한 개발 압력이 거센 지역이다. 머지않아 개발의 삽질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서식지 파괴에 유난히 민감한 금개구리의 수난이 불보듯 점쳐진다. 지역의 환경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대체 습지 조성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이유다.

 

맹꽁이 특성과 서식 현황

청주 두꺼비생태마을 습지에서 야간에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맹꽁이 모습. /김성식
청주 두꺼비생태마을 습지에서 야간에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맹꽁이 모습. /김성식

맹꽁이는 체형이 매우 특이하게 생겼다. 땅을 잘 파고 들어갈 수 있도록 발이 쟁기처럼 생겼다 해서 쟁기발개구리라고도 부른다. 몸통이 현저하게 부풀어 있는 반면 머리와 주둥이는 유난히 작다. 생태와 습성도 유별나다. 주로 땅속에서 살다가 한여름 산란기에나 모습을 드러내기에 서식지 인근에 사는 주민마저도 실물을 본 이가 극히 적을 만큼 신비로운 구석이 많다.

낮에는 주로 땅속에 들어가 몸을 숨기고 있다가 밤이 되면 나와서 먹이활동을 하는 철저한 야행성이다. 먹이로는 곤충, 거미, 지렁이 등을 한 자리에 지켜 서 있다가 지나가는 순간 잡아먹는다. 개구리처럼 먹잇감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맹꽁이 유생인 올챙이. 30일이면 모든 탈바꿈을 마치고 성체가 된다. /김성식
맹꽁이 유생인 올챙이. 30일이면 모든 탈바꿈을 마치고 성체가 된다. /김성식

맹꽁이는 생활사도 독특하다. 짝짓기와 산란이 장마철에 이뤄지기 때문에 산란과 올챙이의 변태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산란한 알은 보통 28시간에서 30시간 만에 부화하고 부화한 올챙이는 30일 정도면 모든 변태(탈바꿈)를 마치고 성체가 된다.

이는 짝짓기와 산란 등 모든 번식행동을 장마철 안에 끝마쳐야 하는 종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마철에 잠깐 만들어진 웅덩이에 알을 낳아 부화까지 마쳐야 하니 하루 한나절 정도에 부화를 마치고 곧바로 올챙이의 변태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취재 결과 청주시 관내에서 유독 여러 곳의 서식지가 확인돼 관심을 끈다. 금개구리처럼 서식지 파괴에 매우 민감한 동물치고는 매우 이례적이라 할 만큼 청주시 관내에서 다수의 서식지가 찾아졌다.

규모가 제법 큰 서식지로는 미호강과 무심천이 만나는 합수부를 중심으로 5곳에서 집중관찰됐다. 문암생태공원, 정북동토성, 송절동백로서식지, 작천보, 정하동 토성로 등의 주변이 그곳이다. 이들 서식지 중 정하동 토성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농약사용 등에 의한 수질 및 토양 오염과는 다소 거리가 먼 지역으로서 상당히 오래전부터 맹꽁이가 서식해 오고 있는 것으로 주민들은 기억한다. 정하동 토성로 주변의 논은 유일하게 경작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맹꽁이가 다수 서식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외에 비교적 적은 개체의 맹꽁이가 서식하는 곳으로는 상당산성 자연마당, 율봉공원, 두꺼비생태마을 등 청주시 관내 근린공원 내 습지와 원흥이두꺼비생태공원 인근에서 맹꽁이 서식이 확인됐다. 근린공원은 특히 맹꽁이 외에도 조류, 곤충, 식물 등 다양한 생명들을 도심 생활공간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활성화가 요구된다. /김성식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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