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느질 팔순 노모와 가업 이은 아들의 '행복한 일터'
손바느질 팔순 노모와 가업 이은 아들의 '행복한 일터'
  • 김미정 기자
  • 승인 2018.08.19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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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최고 가게] 9. 50년 된 영동 '화신세탁소'
영동에서 가장 오래된 세탁소인 '화신세탁소'는 2대 대물림 가게다. 송각헌(59) 사장이 세탁·다림질 일을 맡고, 어머니 구임서(83) 여사가 옷 수선을 한다. 송 사장과 어머니 구임서여사가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서민들의 옷에는 하루하루 고단하게 보낸 땀과 삶이 녹아있다. 서민들의 옷에 묻은 땀과 먼지를 털어내 깨끗한 옷으로 새 하루를 살게 해주는 세탁소의 일이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50년 된 세탁소의 풍경은 느긋해 보였다. 충북 영동군 영동읍 '화신세탁소'는 여든셋의 구임서 여사가 손바느질과 재봉틀로 옷수선을 하고, 아들 송각헌(59) 사장이 세탁, 다림질 등을 맡고 있다. 영동전통시장안에 위치한 '화신세탁소'는 2대 대물림 가게다. 1968년에 근처에서 시작해 3년만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 정착했다.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니까 집에서 빠는 옷이 많죠. 여름에는 일은 줄지만 오히려 쉴 수 있어서 좋아요."(송각헌)

세탁소에게 여름은 비수기다. 일감이 평소의 1/3 수준이다. 그래도 가게는 오전 8시에 열어 저녁 8시에 닫는다.

"세탁업도 트렌드가 있어요. 옛날에 양복을 많이 입을 때에는 세탁소가 잘 됐는데 지금은 정장보다는 캐주얼로 많이 입으니까 일감이 줄었죠."(송)
 

영동에서 가장 오래된 세탁소인 '화신세탁소'는 2대 대물림 가게로 모자(母子)가 운영한다. 20평 공간의 가게에서 송각헌(59) 사장이 다림질을, 어머니 구임서(83) 여사가 옷 수선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의류 소재가 다양해지고 고가제품이 늘면서 세탁업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1년에 한번씩 청주에서 세탁교육을 챙겨 듣고 있다.

"오래된 옷, 변색된 옷이 세탁이 제일 어려워요. 세탁소에 가져오면 다 되는줄 아는데 손님들에게 미리 어렵다고 고지를 해줘요. 세탁은 바로바로 하는 게 좋습니다."(송)

가게는 깨끗하다. 막 청소를 마친듯 티끌 하나 없다. 하루종일, 365일 내내 이런 모습이다. 대형세탁기, 다림질대, 40년 된 재통틀과 오버로크(휘갑치기) 미싱이 놓여있고, 천장 옷걸이에는 세탁을 마친 1천벌의 옷들이 줄지어 걸려있다.

"세탁소는 청결이 최우선이에요. 손님의 더러운 옷을 깨끗하게 해주는 일이니까 가게도, 나부터도 청결해야죠."(송)

송각헌 사장은 12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늦깎이로 세탁소 운영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38살에 아버지(당시 58세)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맡게 됐다. 장남인 그는 ㈜럭키콘티넨탈 카본 직원, 영동학산터미널 대표를 맡았었다.

"가게는 큰 고비 없이 평탄했어요. 아버지를 유업을 잇는 거니까 행복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송)

송 사장의 아버지 故 송병학 사장은 양복 재단사였다. 양복점으로 시작한 가게는 맞춤양복 수요가 줄면서 세탁소를 겸했고 이후 세탁소로 전업했다.

"남편은 우와기(양복 상의)를 만들고 나는 바지를 만들고, 남편은 재단하고 나는 바느질하고. 양복 한 벌 만들기까지는 열흘 정도 걸렸어요. 남편은 일할 때에도 정장 깔끔하게 차려입었어요. 일도 꼼꼼했고."(구)
 

양복 재단사였던 남편과 1968년부터 '화신세탁소'를 운영해오고 있는 구임서 여사가 옷 수선 작업을 하고 있다. 50년 바느질솜씨가 녹슬지 않았다. / 김용수

구임서 여사는 83세임에도 50년 바느질솜씨가 녹슬지 않았다. 한때 5남매 형제자매 옷에, 손주들 옷까지 손수 만들어 입혔단다.

"옛날에는 학생들이고 군인들이고 다 옷을 줄여 입었어요. 바지단을 7인치로 좁게 해서 입어서 일감이 쌓였었어요. 유행이 수시로 바뀌니까 옛날에는 힘들었지, 바빠서."(구)

근처에 영동중, 영동고, 영동농고, 영동상고 등이 있어 학생손님도 많았단다.

'화신세탁소' 라는 이름은 선친이 지었다. 가게 오픈 당시 서울의 '화신백화점'에 다녀온뒤 가게가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화신세탁소'라고 지었다. 화신백화점은 1931년 지어진, 당시 국내 최초·최대 백화점이었다.

"가게 이름 때문에 고향이 '영동읍 화신리'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아버지, 어머니 고향은 보은 삼승면이시고 결혼하시면서 영동에 정착하셨어요."(송)
 

화신세탁소 송각헌 사장이 다림질을 하고 있다 / 김용수

모자는 작은 일에도 보람을 느끼며 일한다. 얼룩을 빼주고 듣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몸에 딱 맞게 옷을 고쳐줘서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작은 '보람'을 느꼈고, '자부심'을 가졌고, 50년의 가게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

"근처 결혼예식장에 오신 외지분이셨는데 양복에 커피를 쏟아서 어쩔줄 몰라 하더라고요. 커피얼룩을 바로 해결해드렸더니 어찌나 좋아하시던지"(송)

"옛날에는 오리털점퍼, 오리털 이불이 많았는데 부피가 커서 세탁하고 건조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과정도 까다로웠지."(구임서)

가게의 장수비결로는 '신뢰'를 꼽았다.

"아버지나 아들이나 성질이 약속은 꼭 지키고, 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손님들이 좋아해요."(구)

송 사장은 '100년 가게'의 바람도 내비쳤다. '100년 가게'의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다.

"일본은 100년 가게가 있고, 자기 직업을 소중히 여기는데 우리는 당장 일이 힘드니까 자식들에게 대물림 안하려고 하죠. 지금은 아들 둘 다 직장생활하고 있는데 둘째가 아빠 하는 일이 좋아보였는지 나중에 본인이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더 열심히 해서 가게가 좋아 보이게 하면 되겠죠?"(송)
 

영동전통시장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송각헌 '화신세탁소' 사장은 시장상인들과 '영동시장밴드'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싱어 겸 전자기타를 맡고 있는 그는 가게에서 틈틈히 전자기타를 연습하고 있다. / 김용수

송 사장은 영동전통시장상인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 재임했다. 요즘은 상인 8명과 결성한 '영동시장밴드' 활동에 빠져있다. 3년 됐다. 그는 싱어 겸 기타리스트, 아내 곽희숙(58)씨는 드럼을 맡고 있다. 가게영업을 마친뒤 저녁 8시부터 밤 10시 반까지 맹연습을 한다. 이달 영동포도축제, 영동곶감축제, 난계축제 등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어머니 역시 노인복지관을 다니면서 노년을 즐기고 있다. 복지관에서 나이로는 최고령이지만 마음은 최연소다.

"일에만 묻혀 산 것 같아서 이제는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3과목을 듣는데 합창공연도 다녀요. 9월 7일에 어르신합창대회가 있어서 연습중이에요."(구)

송각헌·구임서 모자는 때론 바쁘게, 때론 인생을 즐기면서 50년 된 세탁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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