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군인 음주뺑소니 사고 피해자 가족 인터뷰
2년전 여자친구와 가게 창업·올해 10월 화촉
가해자, 의식 잃은 피해자 구호조치 안하고 자리 떠나
병원 이송됐지만 '뇌사상태'…"참담한 심정"

지난 13일 밤 12시 26분께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한 사거리에서 A씨가 몰던 오토바이를 B씨가 치고 달아나 지구대 경찰이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다. / 청주동부소방서
지난 13일 밤 12시 26분께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한 사거리에서 A씨가 몰던 오토바이를 B씨가 치고 달아나 지구대 경찰이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다. / 청주동부소방서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속보="집 어렵다고 대학까지 중퇴하고 일한 착한 아들이었는데…" <12월 14일 5면 보도>

늦은 밤 배달을 나선 남편 그리고 아들 A(32)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음주 뺑소니 차량에 치인 그는 청주의 한 병원에서 뇌사판정을 받고 힘겹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가족들은 갑자기 찾아온 비극에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14일 오전 피해자 조사를 받기위해 청주청원경찰서를 찾은 A씨의 아버지(72)는 착하고 성실했던 아들의 모습을 회상했다.

A씨 아버지는 "군 전역 후에는 집이 어려운걸 아니까 한 번도 용돈 달라는 소리를 안했다"며 "직접 돈을 벌겠다고 대학까지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집안 뒷바라지를 한 착한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수년간 고생한 A씨는 2년여 전 여자친구와 함께 샌드위치 가게를 창업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줄어들자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을 했다. 그리고 사고발생 47일 전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해 나갔다.

아버지는 "아들 사고소식을 듣고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며 "수술실 앞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뇌사상태라는 말에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흐느꼈다.

이날 경찰서를 찾은 아내는 "가정을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성실한 남편이었다"라는 짧은 말로 슬픔을 대신했다.

지난 13일 밤 12시 26분께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한 사거리에서 A씨가 몰던 오토바이를 B씨가 치고 달아났다. / 충북경찰청
지난 13일 밤 12시 26분께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의 한 사거리에서 A씨가 몰던 오토바이를 B씨가 치고 달아났다. / 충북경찰청

지난 13일 밤 12시 26분 배달 주문을 받고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가게 문을 나선 A씨는 무면허 음주운전을 한 B(20대)씨의 차에 치였다. 사고 충격으로 튕겨져 나간 A씨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의식을 잃었다. 한시라도 빨리 응급처치를 해야 했지만, B씨는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가던 택시가 사고를 목격하고 신고했지만, 병원에 옮겨진 A씨는 뇌사상태에 빠졌다.

B씨는 사고 직후 추적을 피하기 위해 좁은 골목길을 질주했다. 경찰은 CCTV 추적을 통해 용의차량을 특정, 사고발생 10시간여 만에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의 자택에서 B씨를 붙잡았다.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측정한 그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를 훨씬 뛰어넘는 0.11%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