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얼마 전 '세잔'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프랑스 남부 시골 엑상프로방스의 작은 학교에서 열두-세살에 만난 두 소년은 화가를 꿈꾸는 폴과 글을 쓰는 에밀로 희망, 좌절, 꿈과 사랑까지 공유했다. 그리고 그들은 유년기에 엑상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서로를 동경하면서 자랐다.

세잔과 졸라는 친구로서 든든한 지원군으로, 때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사랑하는 여자보다 더 깊은 정을 나누는 동반자로, 그리고 평생을 함께하며 성장했다. 에밀은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 된 '테레즈 라캥', '목로주점' 등을 출간하면서 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화가 폴은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그런데 영화에서 세잔과 졸라의 우정을 보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 같다. 특히 빨리 유명인이 된 졸라가 세잔을 위로하고 이끌어 가는 것은 정말 아름답다.

에밀 졸라가 쓴 편지를 보면, '나의 벗 폴에게 / 추억을 가진 이들은 행복하니 / 폴, 자네가 나의 청춘이네/ ---오직 자네를 위해 이 글을 쓰네' 글에서 묻어나는 두 사람의 우정은 너무나 아름답다. 세상을 살면서 부모나 형제 등 가족도 중요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놀고 공부했던 친구를 평생 우정을 유지하며 산다는 것은 참 어렵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만난 동료들은 세잔과 졸라처럼 강력한 경쟁자가 될 때가 많다. 동료나 남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럴 때 진실을 이해해주는 친구가 곁에 있다면 많은 위로가 될 것이다.

한 평생 살면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친구 한 두 명을 두기가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부족한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하고, 본받을 만한 점이 많은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참된 친구는 자유롭게 흉금을 털어놓고, 정당하게 충고하고, 때 맞추어 돕고, 끈기 있게 참고, 용감하게 막아주고, 변함없이 우정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어려울 때 친구에게 어려움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하며 휴식처로 생각한다.

노학자 김형석 교수는 인촌 김성수와의 인연을 소개했는데 '인촌은 아첨하는 사람, 동료를 비방하는 사람, 편 가르기 하는 사람은 절대로 가까이 두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모두 내 인격은 내가 지키며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만들어야겠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세잔이라는 영화를 보면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노력, 평생에 걸친 우정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들을 보면서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해 준 영화다.

속담을 보면, 백발이 되도록 사귀었어도 서로 마음을 알지 못하면 새로 사귄 사람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친구 간에는 금과 같이 변하지 않고 난초같이 향기로운 벗이 좋다. 또한 마음이 맞아서 서로 거슬리는 일 없이 항상 대화할 수 있는 우정을 지닌 막역지우(莫逆之友)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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