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대병원 전경 /중부매일DB

공공기관 임원자리는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관피아가 관행이 된 것은 인사적체가 심한 정부기관이 산하기관에 자리를 만들어 퇴직관료를 내려 보내고 산하기관은 퇴직관료를 받아 로비스트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정피아가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 옛 새누리당 고양시의원 출신 의원이 충북대병원 감사자리를 꿰찬 것은 '정피아'라는 적폐가 우리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직도 국립대병원 감사 임명과정에는 전문성도, 관련분야 재직경험도 필요 없다. 오로지 정치권 언저리에서 당에 줄만 잘 대면 된다. 지난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밝힌 국립대병원 감사이력이 이를 증명해준다. 전국 12개 국립대병원 중 10곳에서 전문성과는 상관없는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인사들로 채워졌다. 실례로 충북대병원 감사에는 지난해 3월 20대 총선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시의원직을 사퇴한 전 고양시의원이 발탁됐다. 연봉은 기본금 6천477만9천원, 고정수당 4천885만5천원으로 3년 임기를 보장받는 책임 있는 자리에 전직 지방의원을 앉힌 것이다. 그의 경력은 상생코리아 공동대표,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으로 국립대학병원 감사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인물이 감사에 임명됐으니 감시와 견제라는 감사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전문성도 없는 정피아가 감사자리나 차지하고 있으니 공기업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전체 지방공기업 적자규모는 매년 2조원 안팎이다. 국민세금으로 적자를 메울 수밖에 없지만 정피아가 다음 선거를 앞두고 공기업 임원으로 간다면 '돈방석'을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사회를 강타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이후 관피아와 정피아가 우리사회의 적폐로 꼽혔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잡스엔'이 2014년 4월부터 12월까지 302개 공공기관과 118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이 기간중 바뀐 기관장, 감사, 임원, 사외이사, 비상임이사 980명을 분석한 결과 정피아가 116명, 관피아가 86명에 달했다. 이들은 대게 정치인, 대선캠프 전문위원, 국회의원 보좌관등으로 정권창출에 기여한 인물이다.

물론 미국에도 정권이 바뀌면 도와준 인물들에 대한 보은인사는 있다. 하지만 선진국은 인물들의 전문성을 고려하고 홍보와 민원파트에 배치하는 사례는 있지만 우리나라 처럼 기관장, 감사, 임원에 임명하는 것은 드물다. 업무파악에도 반년이상 걸리고 전문용어도 낮 설은 임원이 제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당연히 이들이 법인카드를 들고 하는 일은 정치권에 밥 사고 술사면서 공천경쟁에 치중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인물들을 국립대병원이든, 공기업 임원으로 임명해 놓고 개혁을 논할 수 없다.

정피아 문제를 아무리 제기해도 제도가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새 정부가 적폐를 청산하려면 먼저 정피아와 관피아가 공공기관에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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