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세계박람회장 엑스포홀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축사를 하고 있다. 2017.10.26.

올해의 화두(話頭)인 지방분권 현실화는 시대적인 요청이다. 지난 '장미대선'을 앞두고 지방분권 개헌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방분권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뚜렸했다. 이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26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목표로 삼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제2국무회의를 제도화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한편,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헌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풀뿌리민주주의 시대가 개막 된지 22년 만에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지방분권이란 국가의 통치권과 행정권의 일부가 각 지자체에 위임 또는 부여되어 지방주민 또는 그 대표자의 의사와 책임 아래 행사하는 체제를 말한다. 지난해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최순실 게이트'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이 낳은 폐해로 대두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와 과도한 중앙집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분권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지방분권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파른 고령화로 사회복지 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는 지방분권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년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70% 이상인 곳은 서울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반면 153곳의 지자체가 재정자립도 10∼30%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점을 감안해 지방재정 분권을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3으로 이루고, 장기적으로 6:4 수준이 되도록 개선하겠다"며 "열악한 지방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고향사랑 기부제법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분권 강화는 충분히 예상됐다. 지역균형발전을 핵심과제로 설정했던 노무현 참여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이제 지방분권으로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바로 잡으려 하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해내야 한다. 권한과 자원을 독점한 중앙권력의 비대화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낳았다. 이런 여건에서 국가운영시스템은 비효율적이고 지자체는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다. 반면 선진 복지국가들은 대부분 보육 양로 의료 교육 등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자치분권이 정착 돼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면 자치분권이 선행돼야 한다.

시·도지사협의회, 시·도의회의장협의회,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와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지난 25일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제 후속작업의 책임은 여의도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지방분권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다. 여야 정당은 지방분권에 대해 정략적인 시각을 거두고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의 제도적인 틀을 짠다는 미래지향적인 시각에서 신속하게 개헌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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