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어서 포근한 날씨가 찾아온 1일 청주 무심천 벚꽃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4월의 첫날을 반기고 있다./신동빈

춥고 긴 겨울을 보내면서 상큼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클래식 음악회가 그리웠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의 '봄 향기 소리'음악회를 갔는데,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음악으로 채워져 너무나 행복했다. 위대한 베토벤, 하이든, 슈베르트, 슈만 등 작곡가들이 우리 곁에 찾아온 봄을 각자의 개성으로 매우 특별하게 그려냈다. 또한 봄을 음악으로 표현한 걸작들을 감상하며 향긋한 계절을 맞이하니 기분이 좋았다. 이번 연주회는 한경진과 고성헌의 바이올린, 윤진원의 비올라, 김지현의 첼로, 서영일의 베이스, 김희재의 피아노 연주 등 국내에 최고 기량을 뽐내는 음악가들이 봄노래를 연주했다. 첫 번째 곡, 베토벤의 <스프링 소나타 5번>은 평소에 귀에 익은 곡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협연이었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건반 소리에 바이올린의 선율이 합쳐지니 아름다운 봄날의 풍경이 아른거렸다. 호숫가 거닐며 경쾌한 선율에 날개를 달아서 물 위를 걸어가면 물결은 은빛 귀 열어 환희에 춤을 춘다.

두 번째 곡,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53번> '종달새'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 중의 하나인데, 이 곡 첫 부분에 나오는 바이올린의 연주가 마치 종달새의 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종달새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현악 4중주는 제 1바이올린, 제 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각 1명씩 4명으로 연주하는데, 소리가 맑고 깨끗했다. 세 번째 곡, 슈베르트의 피아노 오중주 <송어>는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의 매력을 가진 곡이다. 피아노와 현악기가 봄의 노래를 주고받으니 만물이 소생하는 것 같고 경쾌하고 신이 났다. 이 가곡은 송어가 유쾌하고 명랑하게 뛰노는 광경을 그렸다. 이 음악은 신선한 느낌이 발산되고 깊은 산 속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상쾌한 기분이 흐른다. 거울같이 맑은 시내에 송어가 화살처럼 헤엄치며 놀고 있는데, 물이 너무 맑아서 송어가 잡히지 않자 어부는 물을 흐려놓은 후 송어를 잡았다. 어부의 속임수에 걸려든 송어의 당황스런 모습을 노래하는데 피아노와 현악기가 어우러져 봄소식을 전한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마지막 곡으로 슈만의 <피아노 5중주 1,3악장>인데 부드럽게 건반을 움직이는 피아노와 화려한 현악기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피아노 5중주는 19세기 실내악의 위대한 창조물 중의 하나로 특히 피아니스트가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곡이다. 피아노를 연주한 김희재와 현악 연주자들은 그런 점에서 최고이며, 미칠 듯 내달리다가 어느새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래서 청중들은 넋을 잃고 연주회에 빠져들었나 보다. 봄에 대한 이번 음악회 레퍼토리들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주는 봄 바다 같았다. 봄은 남쪽 바다에서 시작하고 경쾌한 음악을 통하여 우리의 가슴으로 닿아온다. 봄의 물결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고 깨치는 것들로 우리의 마음속에서 녹아든다. 한편 봄이 오는 소리에 맞추어 피아노와 현악기들이 합주를 하니 머리와 가슴이 시원했다. 이렇게 좋은 봄이 긴긴 기다림 끝에 왔고, 이번 음악회를 통하여 생명력과 생동감 넘치는 봄의 계절을 만끽하면서 귀청소도 잘했다. 4월의 시작이다. 꽃길을 걸으면서 봄 향기 소리 감상하고 아지랑이 따라가 행복과 꿈도 찾아보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