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400평 곳곳에 해학적 예술혼 담긴 스토리텔링 공간

편집자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이농현상으로 농촌 인구는 감소하고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농촌의 고령화 현상과 출산율 저하 등으로 농촌지역의 학생수는 점점 줄어 소규모 학교가 속출하게 됐다. 이에 정부는 1982년부터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했고 이에 따라 농촌지역에 많은 폐교가 발생했다. 이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미활용 폐교는 관리 소홀 등으로 마을 전체의 미관을 해치고 탈선장소, 쓰레기 투기 장소 등으로 전락하는 등 사회 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폐교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대두됐다.

중부매일은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농촌지역 폐교를 활용해 재탄생한 공간이 지역민들의 문화, 예술, 체육, 분야 등 공동체 공간 또는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한 현장을 총 10회에 걸쳐 소개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볼 예정이다.  

 

마동창작마을 전경
마동창작마을 전경

[중부매일 이지효·윤소리 기자] 첫 번째로 찾은 충북의 폐교는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마동리에 위치한 문의초등학교 회서분교다. 지금은 마동창작마을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청주시내에서 승용차로 1시간. 문의면에 들어서서 마동창작마을로 가려면 큰 도로에서 비포장도로를 10여분 이상 달려가야한다. 말이 달려가는 것이지 시멘트 포장이 됐다 끊겼다를 반복하며 차량 교행이 힘들 정도의, 차량 한대가 간신히 이동할만한 도로를 조심스럽게 지나고 나서야 마동1구 창작마을이라는 표지석을 만날 수 있다. 그 밑 표지석에 '마쟁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그 표지석을 따라 5분 정도 더 들어가면 문의초 회서분교를 활용해 사용하고 있는 마동창작마을이 펼쳐진다.

마동창작마을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홍원 작가.
마동창작마을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홍원 작가.

이곳의 주인장은 서양화가 이홍원씨다. 전업작가로 그림으로써 세상을 풍자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그는 지난 1995년 이곳에 터를 잡았다.

처음에는 5명의 작가가 함께 들어와 작업을 했었지만 지금은 혼자 남았다.

이 작가가 접근성도 좋지 않은 이 폐교에 자리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넓은 공간이 필요했지요. 가능한한 시골로, 특히 작업하기 좋은 조용한 곳으로, 그래서 산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한 이곳에서 그림 그리는데 몰두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입니다."

이 작가는 "그림 그리는 것은 나와의 싸움"이라며 "도시에서는 경쟁을 해야하는데 이곳에서는 철저히 내 생각만 할 수 있거든"이라며 폐교 생활의 장점을 설명했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활동은 청주나 서울 등 도시에서 해야하는데 일이 있을 때마다 움직이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주로 서울에서 활동을 하는데 작가들과 교류를 하려면 자주 이동을 해야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요. 특히 장을 보러 가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그는 장을 보러 가서도 거의 한달 치 물건을 사와 생활한다고 했다.

이곳에 자리잡은지 28년째, 마동창작마을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명소다.

자율 커피숍
자율 커피숍

그러다보니 전국에서 구경오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이다. 이 작가는 이렇게 멀리서 오는 관람객을 위해 셀프 카페를 마련해 놓았다. 커피 값은 양심에 맡겨 놨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편히 쉬었다 가라는 이 작가의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폐교를 활용한 작업실과 전시실이 있다보니 이곳에 전시·보관된 작품만 1천점에서 2천점이 된다.

그의 작품은 이 시대의 이야기거리를 해학적으로 표현해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1995년 이곳에 와 IMF를 겪고 1999년 즈음 이곳을 매각해 2023년까지도 묵묵히 작업을 해오고 있는 이 작가.

이홍원 작가의 작업실 너머로 이 작가가 보인다.
이홍원 작가의 작업실 너머로 이 작가가 보인다.

2천400여평의 학교 건물이다보니 거주하는 집, 게스트하우스, 전시실, 작업실, 정자의 휴게공간까지 활용하지 않는게 없다.

이 작가는 말한다. "학교가 설립되고 학생이 줄고 폐교가 되고 관리를 안하게 되면 폐가가 된다"고.

"교육청과 지자체가 함께 마을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있어요. 운동장도 넓고 이만한 장소가 없지 않습니까?"

은근과 끈기로 고독과 외로움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하는 이 작가는 지난 3월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기획 초대전을 '이홍원 전 달항아리 노래'를 주제로 진행했다.

작품설명하는 이홍원 작가
작품설명하는 이홍원 작가

내년 용인미술관에서의 초대전을 앞두고 전에 진행했던 작품과 새로운 작품 40~5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했다.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것입니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아서 끈기가 있어야해요. 저는 앞으로 자연과 공존하며 살 생각입니다. 우리 후배들도 원하는 삶을 살고 후회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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