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벤치마킹… 천등산 아래 힐링공간 꾸며"

명돌청소년야영장 전경.
명돌청소년야영장 전경.

[중부매일 이지효·윤소리 기자] 가던 구름도 쉬어간다는 천등산(天登山) 줄기. 천등산은 충북 충주시 산척면과 제천시 백운면 사이에 있는 높이 807m의 산으로 제천과 충주를 잇는 중요한 길목이다. 이런 천등산 줄기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학교가 있었다. 충주 산척초등학교 명서분교가 그곳이다.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 493-7에 자리한 산척초 명서분교는 1945년 산척초등학교 명서분교장 설립인가를 받고 1954년 10월 명서국민학교로 인가 받고 이듬해인 1955년 4월 명서국민학교로 개교했다. 이후 충주댐 건설에 의해 1984년 학교를 이전했고 1985년 이전교사 준공식을 가졌다. 1989년 명서국민학교 제34회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1989년 산척국민학교 명서분교장으로 격하되고 1992년 3월 문을 닫았다.

1960년대 명서분교 학생들
1960년대 명서분교 학생들

산척초 명서분교를 찾아가는데는 청주에서 출발해 거의 2시간이 소요됐다. 도착하고보니 원주와도 30분, 제천과도 30분 거리에 있는 경계였다. 학교 바로 옆에는 삼탄유원지가 자리잡고 있었고 이곳은 삼탄역 근처에 형성된 유원지다.

삼탄역은 충북선의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지금도 하루에 2번 기차가 정차한다고 했다.

삼탄은 관청소여울, 소나무여울, 따개비 여울 등 여울이 셋이라는 뜻으로 산수경치가 수려하고 사계절 소풍객과 전국의 낚시꾼, 산나물 캐러 많이 찾는 곳이다. 화전민들이 가끔 머물렀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어 전쟁 등 큰 변란이 있을 때마다 피난처로 삼았던 오지였다.

이 정도로 오지에 위치한 산척초 명서분교는 현재 '명돌청소년야영장(명돌캠프)'로 운영되고 있었다.

명돌청소년야영장은 예전에 사용하던 계단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명돌청소년야영장은 예전에 사용하던 계단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이광희 명돌청소년야영장 책임자는 "이곳을 운영한지 벌써 10년이 다 돼간다"고 설명했다.

"어머니 고향이 충주입니다. 어머니나 50대~70대 어르신들은 어릴때 이 옆에 있는 삼탄유원지로 늘 소풍을 오셨다고 했어요. 옛 추억과 향수를 느끼기엔 이곳만한 곳이 없겠죠."

이 책임자는 2013년 즈음부터 폐허가 됐던 이곳을 1년여에 걸쳐 손을 보고 지금의 '명돌청소년야영장(명돌캠프)'를 탄생시켰다.

문을 열고 초창기에는 교회 등 단체로 야유회를 즐기러 오는 방문객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단위 방문객이 늘면서 한 가족보다는 2~3가족이 함께 어울려 쉬다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천120여㎡(3천700평)의 부지에 자리한 '명돌청소년야영장(명돌캠프)'는 의자에 앉아 굽이굽이 연결된 천등산 자락만 바라봐도 힐링이 되는 곳이었다.

명돌청소년야영장은 예전 교실을 활용해 2학년 1반, 교장실 등으로 방 이름을 표시했다.
명돌청소년야영장은 예전 교실을 활용해 2학년 1반, 교장실 등으로 방 이름을 표시했다.

이곳은 옛날 학교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1학년 1반, 2반, 2학년 1반부터 7반까지 가족룸과 단체룸으로 구성돼 있으며 교장실 위치도 그대로 교장실로 반영해 객실로 꾸몄다.

야외 캠핑존도 9개가 마련돼 있어 양쪽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명돌학교 캠프펜션 세미나실에서 바라본 풍경. /윤소리
명돌학교 캠프펜션 세미나실에서 바라본 풍경. /윤소리

이곳의 가장 좋은점은 풍부한 자연 환경을 바탕으로 어린 아이들이 있는 소규모 가족들이 찾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어른들은 마음의 휴식을 얻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저도 아이들 어렸을 때는 매주 이곳을 찾아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고 저는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일하면서 쉬는 이른바 '워케이션'이라고 하죠. 저도 힐링을 많이 하고 갔답니다."

폐교 되기 전부터 자라던 전나무(가운데)와 실제로 학생들이 사용하던 운동장으로 향하는 계단. 계단 아래에는 옛 배수관도 그대로 보존돼있다. /윤소리
폐교 되기 전부터 자라던 전나무(가운데)와 실제로 학생들이 사용하던 운동장으로 향하는 계단. 계단 아래에는 옛 배수관도 그대로 보존돼있다. /윤소리

예전 교단과 계단을 그대로 살리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에어바운스도 설치했다. 에어바운스에는 어린이들은 최대 20명까지 사용 가능해 인기가 좋다고 했다.

특히 이곳은 인천, 강원, 경기, 충청도에서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충청권은 물론 타지역에서도 많이 찾는 곳이다.

이 책임자는 "개장 초기에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했지만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무엇을 하지 않아도 심신을 정화하고 가는 곳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돌학교 캠프펜션 전경. 캠핑이 낯선 사람들을 위해 펜션형의 숙소가 마련돼있다. /윤소리
명돌학교 캠프펜션 전경. 캠핑이 낯선 사람들을 위해 펜션형의 숙소가 마련돼있다. /윤소리

가끔 들리는 기차소리와 닭울음 소리는 방문객들의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곳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교단과 계단은 물론 예전 교사들이 묵었던 사택과 숙직실 등을 그대로 살리고 이곳을 지키는 대형견인 볼트(래브라도리트리버)와 관상닭 등도 있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터뷰] 이광희 '명돌청소년야영장' 책임자

힘들지만 앞으로 계속 운영할 것

이광희 명돌청소년야영장 책임자
이광희 명돌청소년야영장 책임자

"수익부분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지만 힐링이 되는 곳입니다. 앞으로 10년은 더 운영하지 않을까요? 하하"

이광희 '명돌청소년야영장(명돌캠프)' 책임자는 이곳을 어떻게 꾸며 잘 운영할 수 있을까 하고 전국의 40개 폐교를 돌며 벤치마킹 했지만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제가 다녀본 곳 중 남해 바닷가를 활용한 그 인근 폐교 말고는 폐교 활용 부분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허가 부분부터 오폐수 부분까지 수익성이 나오질 않기 때문이죠."

이 책임자가 둘러본 곳은 대부분 작가들이 작업실로 활용하거나 공방 등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곳들을 많이 둘러본 이 책임자는 학생들을 위한 용도 활용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풍부한 자연환경을 활용해 힐링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은 지금도 좋지만 산의 나무들이 가을색으로 갈아입고 해질녘 낙조가 깊어갈때 그렇게 아름답습니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아요."

이 책임자는 "충주와 단양의 명소를 구경하고 이곳에서 묵어 가시는 분들이 많다"며 "인근 삼탄유원지와 단양, 제천의 관광을 유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책임자는 학교에 보관하고 있는 '산척초등학교 명서분교장' 명패를 보여주며 힐링이 필요한 현대인들의 쉼표를 이곳에서 찍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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