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인간의 원초적 장난감… 도자기 만들며 인성도 배워"

문강도예체험장 전경. /윤소리
문강도예체험장 전경. /윤소리

[중부매일 이지효·윤소리 기자] 중부매일이 이번에 찾은 충북의 농촌 폐교는 문강도예학습원으로 운영중인 진천 백곡초등학교 성대분교다.

청주에서 50여분 거리에 있는 진천 백곡초 성대분교는 진천 초입에서 백곡방면으로 진천종박물관을 지나 백곡저수지를 끼고 10여분 정도 더 들어가 경기도 안성과 거의 경계에 있는 진천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학교는 1953년 8월 21일 백곡국민학교 성대분교로 인가받아 1954년 8월 21일 백곡국민학교 성대분교장으로 개교했다.

개교 당시 총 4학급에 147명의 학생이 입학했으며, 교원 5명, 행정 담당 등 일반직 1명으로 총 6명이 근무했다.

1957년 3월 31일 성대국민학교로 승격 인가돼 1969년 3월 5일 성대국민학교로 개교했다. 그러다 1994년 3월 1일 백곡국민학교 성대분교장으로 격하됐다. 취학 아동의 감소로 1999년 3월 1일 폐교돼 백곡초등학교에 통합됐다. 폐교 시에는 총 3학급에 35명의 학생이 재학했으며, 교원 3명, 행정 담당 등 일반직 1명으로 총 4명이 근무했다. 졸업 횟수는 총 35회이며, 졸업생 수는 총 1천717명이다.

문강도예학습원 입구. /윤소리
문강도예학습원 입구. /윤소리

이렇게 폐교가 된 후 세월을 지내온 진천 백곡초 성대분교는 큰 길에서 언덕으로 올라가 산을 뒤로하고 하늘과 맞닿아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위치해 있다.

언듯 봐서는 작은 교사와 면적으로 보였지만 뒤로 넓게 펼쳐진 공간은 약 4천평이며 인근 주민 땅까지 임대해 총 6천여평의 면적을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도예와 인생을 함께한 이성기(71) 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원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도예로 작업한 사람 중 하나다.

이성기 대표가 체험장에서 도예 수업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소리
이성기 대표가 체험장에서 도예 수업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소리

이 원장은 이곳에서 '문강도예학습원'을 운영하며 학생들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도예 체험을 맡아 하고 있다.

이곳은 한 번에 150여명까지 수용 가능한 체험장에서 각자 자기가 만들고 싶은 도자기를 만들도록 도와준다.

물론 한번 와서 체험하는 것이니 고급 도자기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각자 나름대로 컵이나 그릇을 만들며 솜씨를 뽐내기도 한단다.

경기도 여주가 고향인 이 원장은 40년 넘게 도자기를 만들어 왔고 도자기를 이용해 교육을 최초로 시도했다.

체험활동을 통해 이 원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인성교육이다.

"흙은 인간의 원초적인 장난감입니다. 흙은 원하는 대로 변형이 가능하지요. 잘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도자기는 한번 만들면 천년이 가도 그대로거든요. 일부러 깨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흙으로 만들어서 일정기간 말리고 초벌, 재벌의 시간을 통해 얻어지는 과정에서 이 원장은 학생들에게 인생과 인성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경기도 여주에서 활동하던 이 원장이 충북 진천으로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주청소년 수련의집과 문강민속도예캠프장을 운영하던 이 원장은 처가가 청주고 처 삼촌 교장으로 계셔서 그 인연으로 충북으로 오게 됐다.

처음 진천에 체험학습장을 꾸리게 된 것은 1994년 신덕초등학교 자리에서였다. 그 자리에 진천유치원이 들어서면서 지난 2015년 이곳 백곡초 성대폐교로 이전했다.

이 원장은 이곳은 자신이 체험학습장으로 운영하기 위한 천혜의 요지라고 말했다.

이성기 대표가 체험장 근처에 있는 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소리
이성기 대표가 체험장 근처에 있는 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소리

숲해설도 함께 하고 있는 이 원장은 "뒤에 산이 있고 앞에는 냇가가 있고 400여가지의 야생화가 피고지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한다.

더군다나 새를 좋아하는 이 원장은 학교 주변에 관상 닭, 공작새, 앵무새, 쟈코방 비둘기 등을 길러 학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도자기 체험은 물론 천연 비누 만들기, 천연 염색 체험, 화초심기, 고구마, 땅콩 캐기, 가마솥 밥먹기 체험, 떡메치기로 인절미 만들기 등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즐거운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인절미 만들기 체험장. /윤소리
인절미 만들기 체험장. /윤소리

충북 진천에 자리잡은지도 언 30여년이 다 돼가는 이 원장은 10년 전인 환갑 때 숲해설을 공부해 이곳을 찾는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원장은 "사람의 마지막 보루는 자연"이라며 "예전에 책에서만 봤던 파랑새를 직접 길러 TV 프로그램 신비의 세계에도 7번씩이나 출연했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70이 넘었지만 지금껏 코로나 한번 걸리지 않았다며 건강함을 자랑하는 이 원장은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어 새벽 1시면 일어나 가마를 살피고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전기 가마를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불을 지펴 때던 가마를 사용하던 버릇이 남아있어 1시간 후에 일어나야지 하면 정확하게 그것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원장은 폐교를 활용한 장점으로는 넓은 공간, 학생들이 공부하던 공간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고 배움의 장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강생들이 만든 도자기 작품을 구워내는 가마. /윤소리
수강생들이 만든 도자기 작품을 구워내는 가마. /윤소리

다만 조심스럽게 아쉬운 점도 이야기했다.

"적지 않은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는데 더 좋은 여건, 학생들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이 가능했으면 좋겠습니다. 폐교는 그대로 두면 기능을 상실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면서 이 원장은 "위법사항이 아니라면 사용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체험을 하는 순간에도 '저는 똥손이라 이런거 못해요'라며 핑계대는 아이들은 무엇이든 못하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잘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 만든다"며 늘 긍정의 마인드로 살 것을 당부하고 있다.

"나는 '쟁이' 입니다. 정년퇴직도 없지요. 제가 힘이 닿는 한 이 일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요양원과 복지마을에서도 봉사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즐기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스트레스로 전환됩니다. 사람과 자연환경이 갖춰진 이곳에서 더 즐겁기를 바라야지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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