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의 역사 지키고 호적 되찾는 일' 후세에 널리 알려야

지적박물관 전경
지적박물관 전경

중부매일이 이번에 찾은 충북의 폐교는 제천시 금성면 양화리 623에 위치한 제천 양화초등학교다.

현재 이곳은 땅의 역사, 땅의 호적인 지적을 바탕으로 한 '지적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7개칸 교실을 갖고 있는 단층 건물로 지어진 양화초등학교는 지난 1968년 8월 30일 금성초등학교 양화분교장으로 인가를 받아 문을 열게 됐다. 이후 1970년 11월 12일 양화국민학교로 승격돼 이듬해 3월 양화초등학교를 개교했다. 1985년 9월 10일에는 병설유치원을 개원했지만 10년이 지난 1995년 3월 양화초등학교는 결국 문을 닫았다.

이후 1999년 10월 폐교된 양화초등학교는 지적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초대 리진호 관장이 1999년 12월 지적자료관으로 문을 열면서 지적측량에 관한 자료들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4월 19일 리진호 초대관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우리나라 지적학의 최고 권위자인 이범관 경일대학교 부동산지적학과 교수가 그해 6월 21일 제천으로 주민등록을 옮기면서 2대 관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제천 봉양이 고향인 그는 이곳으로 돌아온 이유를 두가지로 꼽았다.

먼저 자신의 고향이 제천인 점, 또 지적학 학자로서 사명감이었다.

지적박물관 부설 독도·간도 영토체험관 /윤소리
지적박물관 부설 독도·간도 영토체험관 /윤소리

고향인 제천에서 자신이 평생 연구한 지적학을 알리고 독도, 간도, 대마도, 연해주 등 우리 옛 땅의 호적을 찾아오자는 연구를 체계화해 우리 땅을 지키고 되찾고자 하는데 근거를 남기고자 제천에서 지적박물관을 이어가게 됐다.

독도퍼즐
독도퍼즐

지적박물관 간판 아래 '독도역사 바로알고 간도역사 잊지말자'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범관 관장은 "왜 사람들이 충북에서 독도에 대해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시를 하느냐고 묻곤 한다"며 "독도는 우리 땅이고 우리의 호적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서 당연히 알려야 하고, 또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범관 지적박물관 관장이 독도 최초 주민인 최종덕씨의 독도생활 사진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범관 지적박물관 관장이 독도 최초 주민인 최종덕씨의 독도생활 사진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적박물관에는 부설로 독도·간도 영토체험관이 상시 운영되고 있는데 오는 28일부터는 더욱 특별한 행사가 진행된다.

오는 25일 독도의날을 맞아 28일부터 11월 12일까지 '2023 지적박물관 독도교육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축제에서는 28일 오후 1시 30분부터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오후 2시 전국 초·중·고 독도 골든벨, 독도퍼즐대회가 펼쳐진다.

독도 골든벨 대회는 전국 초·중·고 학생 선착순 500명을 받아 진행하고 독도퍼즐대회는 전국 초·중·고 학생 선착순 200명을 접수 받는데 대회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현장등록하면 된다.

최우수상은 충청북도교육감상, 우수상은 제천시장상, 장려상은 제천교육지원청 교육장상을 각각 받게 된다.

또 이번 축제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도 함께 열린다.

재일교포 박병섭(82) 선생이 평생 연구해 온 일본 독도 자료와 교구를 만나볼 수 있고 김광동·이영희 작가의 캘리그래피 전시도 함께 개최된다.

이준우 작 4가지 스토리텔링을 가진 목우사자
이준우 작 4가지 스토리텔링을 가진 목우사자

특히 신라장군 이사부가 목우사자를 제작해 이것을 함대에 싣고 우산국(울릉도와 독도)을 복속시켜 우리 영토로 만든 것을 기념해 목우사자 그림 전시회도 감상할 수 있다.

박기현 작가 목우사자 작품
박기현 작가 목우사자 작품

박기현 작가가 목우사자를 그림으로 그렸고, 이준우 작가도 현대적인 목우사자를 탄생시켜 4가지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전시한다.

또한 독도 최초 주민인 최종덕씨의 독도생활 사진 전시회도 만날 수 있다.

이범관 관장은 청주대 지적학과 1학년 재학시절 학과장께서 원영희 교수를 '우리나라 최고의 지적학 권위자'라고 소개한 것을 바탕으로 서울 홍은동에 거주하는 원영희 교수를 찾아 방학에도 청주와 서울을 오가며 끊임없는 질문을 이어간 노력 끝에 원영희 교수의 수제자가 될 수 있었다.

1987년 12월 18일 원영희 교수가 눈을 감게 됐는데 그 전에 원 교수가 이범관 관장에게 당부의 말과 함께 유언을 남겼다고 했다.

평생 돈을 쫓아 연구하지 말것, 대한지적공사에 있던 한국지적학회를 대학으로 옮겨 유지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한양대 대학원생이었던 이 관장은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국내 지적학을 체계화하는 교수가 되겠다고 마음 먹은 뒤 연구에 매진해 1995년 경일대에 부임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지적학의 체계화에 나섰고 지금까지 지적학 발전에 크게 공헌해 오고 있다.

땅의 역사, 땅의 호적인 지적학은 그에게 수많은 깨달음을 줬다.

우리나라의 땅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되짚기 시작한 그는 독도와 간도, 대마도에 주목했다.

그렇게 그는 독도에 주목하게 됐고 독도는 '우리민족의 자존심', 간도와 대마도는 '우리민족 그리움의 고향'이라고 표현했다.

이 관장은 이런 연구를 위해 국내 대학 최초로 대학부설 독도·간도교육센터도 설립하게 됐다.

이범관 지적박물관장이 백두산 정계비의 건립목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범관 지적박물관장이 백두산 정계비의 건립목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관장은 지난 2009년 간도협약체결 100주년의 해를 맞아 백두산 정계비를 복원해 그해 9월 대구광역시에 기부체납했다.

대구 망우공원 항일운동기념탑 광장에 실물과 같은 크기의 백두산 정계비를 제막한 것으로, 이는 백두산 정계비가 복원돼 처음 국내에 세워진 것이었다.

이 관장은 정계비를 통해 간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려 언젠가 후손들이 되찾을 수 있는 역사적 초석을 마련해둔 것이다.

이 관장은 ROTC 21기 출신으로 이러한 정신력을 다질 수 있었다.

"고향인 제천이 제 잔뼈를 굵게 했다면 저의 정신 세계를 단련한 것은 ROTC"라고 말하는 이 관장.

갑상선 암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하면서 기록해 나가는 습관을 지니게 된 이 관장의 노력으로 우리 영토를 증명할 수 있는 기초자료들을 만들게 됐다.

이 관장은 "저는 학자로서 사명을 다해 지적학의 세계본부를 대한민국에 뿌리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이지효·윤소리

 

[인터뷰] 이범관 지적박물관장·경일대 부동산지적학과 교수

고향 제천서 연구 체계화… 교육·문화·산업적 승화 목표

이범관 지적박물관 관장이 독도 최초 주민인 최종덕씨의 독도생활 사진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소리
이범관 지적박물관 관장이 독도 최초 주민인 최종덕씨의 독도생활 사진 전시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소리

"돈을 쫓아 연구하지 말고 한국지적학회를 유지해달라는 스승님의 유지를 받들어 우리 땅의 역사와 땅의 호적인 지적에 대해 널리 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세계 지적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범관 지적박물관장은 "지금껏 만든 각종 자료를 사회에 환원해 그것에 올바른 방향으로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독도교육도 4단계 목표를 세워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1단계로 연구적 목표를 두고 2단계로 그것을 교육적으로 접목시켜 3단계는 문화적으로 접근해 4단계로 산업적 목표까지 다달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교육시키고 예술과들과 콜라보 해 문화적으로 예술작품도 생산해 내고 그것을 산업적으로 승화해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범관 지적박물관장이 영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소리

그러면서 이 관장은 폐교를 활용해 공익적 역할을 하고 싶어도 활용이 쉽지 않다는 것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 본관 뒤에 있는 창고 건물과 사택 건물은 밀림처럼 수풀에 쌓여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발견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교육청의 폐교 활용 방안은 취지는 좋지만 각종 규제로 발전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원상복구를 해놓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죠. 늘어가는 폐교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2023 지적박물관 독도교육페스티벌'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독도에 대해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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