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16. '미조사양복점' 김윤수 사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옷이 날개다. 40년간 사람들에게 옷으로 '날개'를 달아준 양복 테일러가 있다.
청주시 사창동 시계탑사거리 '미조사양복점' 김윤수(66) 사장은 40년 전통을 자랑한다.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맞춤양복점이다. 김 사장은 "맞춤양복은 명품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양복 제작에 한땀 한땀 장인정신을 쏟아붓는다.
"옷이 날개라고 옷을 잘 입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사람이 더 근사해 보여요."
맞춤양복 한 벌을 제작하는 데에는 꼬박 4~5일이 걸린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체형의 결점을 보완하는 것이 맞춤양복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거기에 세련된 몸맵시까지 나게 합니다. 옷감은 1천 가지가 넘는데 고객들이 취향대로 선택해요."
양복은 100년전 국내에 등장했다. 당시 100% 수제 맞춤으로 제작되다가 1980년대 대량생산으로 기성양복이 등장하면서 수제 맞춤양복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하지만 몇년전부터 개인의 개성·취향이 존중되면서 맞춤양복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2~3년새 청주에서만 맞춤양복점이 15곳 정도 생겼다.
"핸드메이드시대 즉, 맞춤복 시대가 다시 왔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 하지만 최근 새로 생긴 곳들은 '맞춤 양복'이라기보다는 '이지 오더(easy order) 시스템 양복'이라고 해야 해요. 치수 재서 원단을 선택하면 공장에서 제작해주는 방식이죠."
그는 치수측정부터 재단, 디자인, 가봉, 바느질, 제작, 디테일까지 혼자서 도맡아 한다. 맞춤양복 1벌 가격은 3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다양하다.
40년 전통에 단골들도 적지 않다. 청주출신 노영민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지금은 변호사인 정기호 전 국회의원과 이시종 충북도지사 등이 국회의원 시절 당시 미조사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춰 입었었다.
"곱추 라든가 신체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종종, 꾸준히 오시는데 특수재단을 해야 해서 일은 까다롭지만 가격은 저렴하게 해드리고 있어요. "내 몸에 이렇게 잘 맞는 옷은 처음 입어본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 좋아요."
충주에서 태어난 김 사장은 18살의 어린 나이에 서울 금호동 '미조사양복점'에서 양복제작기술을 배웠다. 이후 27살에 서울에서 양복점을 냈다가 실패하고 31살에 청주로 내려와 지금의 자리에서 '미조사양복점'을 오픈했다.
"원래는 전기기술을 배우다가 친형의 친구네 집(양복점)에 놀라갔다가 우연하게 양복제작기술을 배우게 됐죠. 당시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공부 대신 기술을 배우려고 했었죠."
그는 손재주가 남다른 실력자다. 지난해 전국소상공인기능경진대회에서 맞춤양복재단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지금껏 충남·북에서 첫 수상이었다. 국제대회 출전자격이 주어져 2018년 국제대회에도 나갈 예정이다.
"대회에는 매년 출전했었는데 수상을 한 건 재작년에 장려상, 지난해에 최우수상이었어요. 기분이 너무 좋았죠. 자부심도 느끼고…. 올해에는 최고상인 대통령상에 도전할 거에요."
김 사장은 국내·외 패션쇼 의상도 출품하고 있다. 매년 제의를 받아 그의 손을 거친 맞춤양복들을 유명 패션모델이나 연예인들이 입고 패션쇼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TV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도 양복을 출품했고, 직접 방송출연까지 했다. 지난해 11월, 극중에서 차인표가 한국맞춤양복기능경진대회에 출전하는 장면인 21~22회 분에 출전자 중 한 명으로 출연한 것이다.
"방송에서 차인표씨가 만든 양복이 제가 직접 만든 양복이었어요. 방송국에서 원단을 전달받아서 만들었죠. 맞춤양복기능경진대회 출전 모습을 재현하는 장면에 저도 출연해서 맨앞줄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줬었어요."
김 사장은 '기술은 발전한다'는 생각에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각종 대회 출전, 패션쇼 작품 출품을 비롯해, 매년 대만과의 국제기술교류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술이라는 것은 끝이 없잖아요. 내가 가진 기술만 고수하면 더 이상 기술이 안 늘어요. 대회에 출전해보면 두달 전부터 연구하고 노력해야 하니까 내 기술이 발전하는 걸 느끼죠. 그래서 나이는 먹었지만 끊임없이 노력해요."
그의 꿈은 양복명장. 양복업계에서 최고인으로 남고 싶은 것이다.
"전국에 양복명장은 5명밖에 없어요. 양복명장이 돼서 지난 40년간 배워둔 제 기술을 인정받고 싶어요."
40년간 이어온 '미조사양복점', 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늘 '맞춤양복은 명품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일해요. 미조사양복점이 바로 '명품'이죠. 고객들에게 '명품양복'을 만들어 입혀주면서 '명품'으로 빛나게 해주니까. 저도 '명품' 양복기술자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바람은 제자를 길러내는 일이다.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요. 제자를 키워서 이 '미조사양복점'을 물려주고 싶어요. 요즘은 대학 패션학과에서 양복기술을 가르치니까 가끔 학생들이 찾아오긴 하는데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사람은 없어요."
옷을 아름답게 짓는다는 뜻의 '미조사(美造) 양복점'. 그는 아름다운 옷으로 사람을 더 아름답게 빛나게 하기 위해 오늘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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