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19. '송림한복' 71세 이분이 사장

50년 동안 한복을 지으며 외길을 걸어온 송림한복 이분이 대표는 한복학원을 운영하며 후학양성에도 힘을 쓰고 있다./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한복을 사랑해주면 좋겠는데 요즘은 결혼식 때나 한번 입고 안 입으니까 안타까워요. 사람들이 즐겨 입도록 더 예쁘게, 더 편안하게 만들어야죠."

50년간 한복 외길을 걸어온 '송림한복' 이분이(71·여) 사장은 충북도내 수작업 한복집 중에서 경력이 가장 많다. 도내에는 500여개의 한복집이 있고 그중 50여개가 청주 성안길에 몰려있다.

"한복은 인내심이 없으면 못해요. 옷감이 너무 얇아서 꼼꼼해야 하고, 바느질이나 재봉틀도 잘 해야 하고, 다림질도 신경써야 해요."

한국의 '빨리빨리문화', 스피드를 최고로 꼽는 속도경쟁사회에서 한복은 '느림의 미학'을 가르쳐준다. 손바느질과 수작업으로 여자 한복 한 벌을 만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2~3일, 남자 한복 한 벌에도 꼬박 하루를 매달려야 한단다.

송림한복 외부 전경 / 김용수

일흔의 나이, 50년 경력의 이 사장은 2015년 5월 청주 성안길 한복거리에서 '송림한복'을 오픈했다.

"집에서 쉬고 있는 내 손이 아깝더라고요. 한복 만드는 일은 항상 해도, 언제 해도 싫지 않으니까. 내 손이 움직이는 한, 해보려고요. 앞으로 15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송림한복' 양옆으로는 폐백집, 자수집, 마고자집, 수선집 등 한복 관련 업종의 다섯 가게가 나란히 붙어있다. 이들 다섯 가게의 공통점은 사장님들의 나이가 71세부터 80세까지 모두 '시니어CEO'들이라는 점. 이들은 서로 도와가면서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나이는 70~80대여도 마음은 다들 젊어요. 밥도 같이 먹고 바쁠 때 서로 가게도 봐주고… 요즘이 제일 행복해요."

50년 동안 한복을 지으며 외길을 걸어온 송림한복 이분이 대표. /김용수

한복과의 인연은 스무살 때 시작됐다.

"60~70년대에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예뻐 보였어요. 내가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18살에 어머니 치마 저고리를 뜯어서 다시 바느질해보니까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대구 서문시장에서 비단장수를 하던 아버지에게 자투리천을 부탁해 한복을 만들어본 게 계기가 됐다.

"당시에는 자도 없었고, 초크도 없어서 인두로 자국을 내가면서 재단했어요. 바느질 실도 검정이랑 흰색밖에 없었죠. 그래도 너무 재미있고 신기해서 밤이 새는 지도 모르고 만들었어요."

당시 호롱불을 켜놓고 잠든 가족들 머리맡에서 바느질을 했다고 이 사장은 회상했다. 이후 스무살 때, 동네에 입소문이 나면서 결혼하는 새색시의 한복을 맡게 됐고 맞춤한복 제작에 본격 손을 대게 되었다.

이후 1990년부터 10년간 육거리시장 인근에서 한복학원을 운영했다. 당시 이 사장의 손을 거쳐간 교육생만 1천명. 강사 2명을 두고 국비생과 일반교육생을 지도했다. 그러다가 IMF가 찾아와 학원을 접어야 했다. 학원일을 하면서 3년간 주단집을 병행했고,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4년간은 한복집에서 일감을 주면 집에서 완성해 보내주는 일을 했다.

"사람들은 한복집에서 한복을 다 꼬매고 만드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옛날에는 환갑잔치며 집안 경사가 많아서 하루에 저고리 7벌씩 만들었는데 지금은 1벌밖에 못해요."

화려한 원단과 다양한 색상의 재봉실들 / 김용수

그러면서 한국 전통미의 상징인 한복의 매력으로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꼽았다.

"옛날 전통한복은 직선 재단이라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져서 우아한 멋이 있었는데, 요즘 한복은 입체 재단이에요."

한복은 여러개의 크고 작은 사각형을 평면으로 연결해 재단하기 때문에 입는 사람의 몸에 딱 맞아 편안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한 '과학적 옷'이라고 설명했다.

한복을 만들어온지 50년, 세월의 변화만큼이나 한복의 '변화'도 실감하고 있다.

"한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옛날에는 시집가는 신부는 꼭 연두색 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었고, 친정엄마는 딸 시집보내는 게 분하다고 해서 분홍치마를 입었는데 요즘은 이런 전통이 다 없어졌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다양해진 욕구와 높아진 눈높이 등 일련의 변화들을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더 흥미롭다고 했다.

이분이 대표가 재봉작업 중인 교육생의 한복을 살펴보고 있다./김용수

"젊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옷'인 한복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안타까워요. 내가 안하면 '우리의 옷' 전통이 끊기는 거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배워서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사장은 한복을 배우려고 찾아오는 교육생들에게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한복학원 운영 경력 10년을 바탕으로 지금도 교육생들이 꾸준히 찾아온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복과 수자수, 가죽공예, 한지공예를 한곳에 모아 한복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손으로 하는 게 고급스럽잖아요. 내가 한복 만들고 자수랑 가죽공예로 액세서리 만들고, 한지공예로는 한복상자랑 장신구함 만들고… 남은 인생은 길지 않지만 동업자들을 만나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이 사장은 한복을 '인생의 평생친구'라고 했다. 50평생을 함께 해왔고, 남은 노년도 함께 할 거니까.

1500여년을 내려온 '우리 문화유산' 한복, 특별한 날에만 '잠깐' 입는 옷이 아닌 일상에서 '우리 옷'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다림질하는 이분이 대표./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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