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5년 4월 8일 청주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충북기능경기대회'에서 용접부문에 출전한 한 선수가 불꽃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신동빈

국제기능올림픽대회는 수십 년간 한국의 독무대였다. 한국은 지난 1967년 스페인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2015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43회 대회까지 모두 28회 참가해 19번째 세계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07년 일본 대회부터 브라질 대회까지 내리 종합우승 5연패의 위업도 달성했다. 압도적인 수준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기술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07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44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6연패를 목표로 했지만 전통적 강세 직종이었던 자동차·항공·기계 등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준우승도 대단한 성적이지만 이젠 상위권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도 영향이 있겠지만 기능경기대회 입상이 예전만큼 메리트가 적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우리나라가 '기술 강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기가 힘들어졌다.

기능경기대회는 기술력을 갖춘 젊은 기능인재의 등용문이자 기능강국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뜻 깊은 무대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선수가 눈에 띠게 줄고 있다. 내달 열리는 2018 충북 기능경기대회 참가 예정 선수는 37개 종목 241명이다. 지난해에는 39개 종목 332명이 참가했고, 2016년 참가선수는 36개 종목 420명이었다. 불과 3년 새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미래 산업인 '산업용 로봇'이 지난해 20명에서 올해 6명으로 참가 선수가 대폭 줄었다. '전기기기' 종목도 같은 기간 14명에서 4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게임개발'과 '애니메이션' 종목은 2016부터 지난해 각각 10∼15명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아무도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장 종목은 충북이 강세지만 참가선수가 없어서 몇 년 전부터 아예 열리지 않고 있다. 참가선수가 줄자 산업인력공단 충북지사는 지난해 종목별 경기당 최소인원을 7인에서 4인으로 문턱을 낮췄지만 개선될 기미가 안보이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측은 "지난 10년간 참가 선수는 330∼440명 정도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최근 3년간 감소 폭이 큰 것은 학생 수가 줄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기능경기대회 참가자가 급감한 원인을 단순히 학생 수 감소로 설명하긴 무리다. 학교(특성화고)측의 관심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학생들의 의욕과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방안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 도 있다. 비단 충북의 문제로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능경기대회가 위축되면 기능올림픽에서도 정상을 지키긴 어렵다. 특히 중국은 기능올림픽에서도 괄목한 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제44회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한 중국은 국가차원의 집중투자를 통해 참가직종과 인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중국이 IT기기, 가전 등 첨단산업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며 한국을 강력히 위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간다면 중국의 기술력은 첨단 분야에서 한국을 압도할 것이다. 기술 강국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기능 인력의 저변부터 확대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한 유능한 기능인 대해 혜택과 인센티브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숙련된 기술 인력 양성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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